Editorial : Naked bibi
“비비는 짐승이다. 동물. 당신이 나에게 뭘 원하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딱 짐승밖에 없다”.
요즘 뭘 하면서 지냈나?
최근에는 일만 하고 있다. 최근에 많이 바빠져서 특별히 여가 시간은 없었고 일에 집중했다.
커뮤니티와 사운드클라우드에 음악을 만들어 올리던 고등학생 무렵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떤 계기로 창작 활동을 시작한 건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그런 답답함을 글로 쓰고 싶었다. 항상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글을 써야 살겠다 싶었다. 그렇게 글이 가사가 되고 음악으로 이어진 것 같다.
디지털 플랫폼의 힘으로 유명세를 얻게 되면서 회사와의 계약에 이르거나 독립적으로 성장한 뮤지션이 많아졌다. 혹시 비슷한 사례로 그 당시 롤모델이 있었다면?
지코(Zico). 아이돌이면서 독립적인 래퍼로도 활동하는 독특한 포지션이지 않나. 음악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건 니키 미나즈(Nicki Minaj). 팝적인 성향과 래퍼로서의 역량 모두에 감탄했고, 나 또한 다양한 면모가 많은 뮤지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성장 과정이 궁금하다.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들이 보이는가?
또래보다 좀 더 일찍 보육원에서 생활했는데 형과 언니들이 놀아주지 않아서 줄곧 외톨이로 자랐다. 아무도 나랑 안 놀아주다 보니 내게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혼자 고민하곤 했다. 그러다 중학교 무렵엔 아예 말도 안 하고 누구와 인간관계도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적도 있다. 그때는 집안 형편도 그다지 넉넉하지 못해서 이사도 자주 다니고 얹혀살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쯤 부모님이 자리를 잡으시면서 용돈을 모아 음악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말 못 할 답답함을 가사에 적고 싶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자신의 음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끼는지?
그렇다. 나는 남들이 자연스럽게 터득한 걸 잘하지 못했다. 줄곧 혼자 지내서 타인에게 공감하거나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친해지는 방법도 몰랐다. 그게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물론 그 시절을 생각하면 쪽팔리지만, 그래도 그때의 기억으로 열심히 한 것 같다. 그만큼 더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음악과 무관한 일을 한 적도 있나?
중국집에서 짧게 일한 적 있다. 잘 안 나가다가 잘렸다. 당시에는 시급이 6천 원이여서 마냥 좋았다.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았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목소리라기보다는 고등학교 때 어느 순간 ‘난 이런 방식으로 가사를 쓰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낀 적 있다.
글을 쓰는 일이 본인의 음악에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처럼 들린다. 보통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경험을 쓰는 편인가?
내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모든 일상과 경험이 내 안에 들어왔다가 다시 변화해서 나오는 거니까. 결국 감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소속사 대표인 타이거 JK, 윤미래의 극진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고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작업에 들어갈 때도 본인이 만드는 음악에 그들이 크게 관여하는 편인가?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어떻게 작업 방식이 변했는지 궁금하다.
두 분은 특별한 답을 내리거나 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보다는 인간으로서, 가수로서 어떤 태도를 지니면 좋을지 계속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쉬가릿”은 원래 “Cigarette and Condom”이라는 제목이라 들었다. 여성을 향한 사회적인 편견을 환기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담배와 콘돔을 일종의 상징적인 기호로 표현한 것인가.
맞다. 내가 자란 경상도에서는 아무래도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엄격했다. 여성은 보호받아야 하고 조신해야 한다는 인식이 서울보다 훨씬 더 세다고 해야 하나. 그 영향이 아닐까? 다만 너무 진지하게 풀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왜 여자는 콘돔을 말하면 안 돼?”보다는 “콘돔~!”이라고 밝게 농담하는 쪽이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타이거 JK는 과거 방송심의제도에 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들어내곤 했다. 본인 또한 현행 심의 기준이 답답하다고 느끼는 편인가?
딱히 화가 나진 않는다. “막을 만큼 막아봐. 내가 또 침투해줄게”라는 식이다. 그렇게 자막에는 콘돔 대신 ‘Con Them’이라고 나오는데, 그게 ‘너네한테 사기 칠 거야’라는 의미지 않나. 난 내 방식대로 장난치는 걸 즐긴다.
천방지축이면서도 일정 선을 넘지 않는 이미지가 대중에게도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듯하다. 실제 비비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편인가 아니면 일상적인가?
일상의 모습은 훨씬 더 잔잔한 편이다. 조용하지만, 머리로 변태 같은 생각을 하는 타입이랄까. 여러매체에서 보인 이미지 때문인지 방송에 출연하면 스태프 분들은 뛰어다니고 까부는 이미지를 상상하고 계시더라고. 그렇지만 사실, 나는 잔잔한 이상함을 즐기는 사람이다.
삶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
최근에 죽도록 바쁘고 나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지 뭔가 변했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아무도 날 안 찾았거든. 옛날에는 잉여 인간, 쓰레기였는데 지금에는 내가 사실 빈티지였나? 하는 생각도 든다. 힘들기도 하고, 보람도 느낀다. 사실, 통장에 돈이 꽂힐 때 가장 행복하다.
비비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해 본다면.
아티스트 비비는 짐승이다. 동물. 당신이 나에게 뭘 원하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딱 짐승밖에 없다.
근 몇 년 사이 솔로 여성 뮤지션이 많이 등장했다. 그들과 경쟁한다는 느낌을 받는지?
나는 남자든 여자든 모든 뮤지션을 질투하는 편이다. 뮤지션이 다 죽고, 세상에 음악 하는 사람이 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모두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야 나도 내 스타일이 있으니 굶어 죽진 않겠다고 믿고 있지만, 예전에는 저 사람 때문에 내가 굶을 수도 있다고 느끼곤 했다. 조금은 이중적인 말이지만, 그렇게 된다면 또 너무 외로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들의 사랑을 받고 싶고, 또 함께할 때 더 행복한 법이니까.
잡지를 비롯해 “딩고”, “워크맨” 등 유튜브 채널까지 각종 매체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출연을 결심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
돈과 사랑. 돈은 많을수록 좋고, 사람들에게도 계속해서 사랑을 받고 싶다.
사랑은 무엇인가?
용서. 그 사람을 바라보는 일.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럴 때 불편하거나 숨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나?
사실 마스크만 껴도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지 않나? 지금은 거리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딱히 없다. 어쨌든 더 유명해지면 불편해지겠지. 사실 팬들과 정한 암호가 있다. 함께 사진 찍고 이야기하는 건 언제든 환영이지만, 내가 남자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생수!”라고 외치면 모른 척하기로.
뮤지션과 아이콘, 둘 중 어떤 말에 더 끌리는가?
아이콘은 나, 뮤지션은 내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하면 할수록 부족한 점이 느껴져서 그런지 음악에 집착과 욕심이 더 커진다. 예전에는 “이 정도면 제법 괜찮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가 너무 못한다고 느낀다.
자신의 음악에 무엇이 결여되어있다고 느끼는지?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릴 때 ‘왜 내 음악은 이렇게 감정을 이끌어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슬픈 음악이라는 말이 아니다. 벅차오르는 감정이라 해야 하나. 모든 맛이 과하면 결국 쓴 맛이 난다. 엄청나게 짜거나 달거나 매우면 결국 쓴 맛으로 느껴진다. 이처럼 너무 슬퍼도, 기뻐도 벅차올라도 결국 눈물이 흐르지 않나. 난 모든 감정이 눈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군중이 다 함께 노래를 부를 때 큰 감동을 느낀다.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부분이나 합창단의 노래 같은. 그런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더 음악에 매진하려고 한다.
회사와 계약한 뒤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의외로 대중을 사로잡기가 어렵지 않다는 걸 알았다. 생각보다 더 대중의 마음은 열려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에게 거부를 많이 당했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왔을 때도 내 음악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막연히 걱정하곤 했다. 그러나 나도 그들에게 더 다가가고, 그들 또한 내 음악을 들으며 비비라는 뮤지션에게 더 가까이 오고 있다는 걸 느낀다. 좋은 선을 탄 것 같다. 우리가 서로 공감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근래 본인에게 가장 큰 자극이 되거나 영감이 되어준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2년 전쯤 필리핀에 놀러 갔을 때 엄청나게 천장이 높고 소리가 울리는 거대한 성당에 들어간 적 있다. 나는 무교에다가 딱히 종교적인 관심도 없었는데도 이 안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벅차오른 나머지 눈물을 흘렸는데, 노래를 만들 때도 그 감정을 계속해서 상기하려고 하는 편이다.
자연의 풍경에서도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는 편인가?
자연에서는 오히려 집 같은 포근함을 느낀다. 내가 왜 거대한 건축이나 합창 같은 것에서 감동을 느끼는지 고민해 봤는데 아무래도 인간들이 만들어낸 감탄할 경지의 무언가가 내포한 숭고함에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2020년을 마무리하면서 남기고 싶은 메시지, 그리고 2021년이 기대되는 이유.
모두가 잘 버텨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또 내년이라는 희망이 있지 않나. 그래도 2021년에는 코로나가 끝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다. 코로나에 피해받은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서 이런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이 시련이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고 미래를 건강하게 만들 힘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공연이 그립기도 하다.
이제는 버리고 싶은 습관이나 태도가 있다면.
나는 갑자기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드는 버릇이 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들이 남들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 같다. 머릿속 복잡한 상상이 정리가 안 된 채 말로 툭툭 나오면 그게 사람들의 대화를 끊는 것 같아.
완벽한 주말을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인가?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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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권혁인
포토그래퍼│Dreamtimescape
스타일리스트│현국선
헤어│윤나나
메이크업│신누리
*해당 기사는 지난 VISLA 매거진 종이잡지 14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