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PNOSIS THERAPY

11월 29일 수요일, 영하 4도의 매서운 날씨에 후드 집업 낱장 만을 착용했지만,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는 들끓는 에너지에 추위를 잊은 듯 했다. 제이플로우(Jflow)와 짱유, 두 멤버의 힘있는 답변은 그룹의 원동력에 관한 힌트다.


힙노시스 테라피라는 그룹명은 어떻게 탄생하였나?

제이플로우: 일렉트로닉 음악 자체가 대부분 반복적인 루프 형태의 음악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명상을 하거나 어떠한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최면’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우리 팀 이름에 최면을 영어로 넣고 또 다른 단어 하나를 더 붙이자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그때 떠오른 게 테라피다. 최면 치료. 우리 음악의 강렬함 속에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고자 했고 그것이 곧 치료와 맥락이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부산과 김해에서 나고 자랐다. 각각 어떤 계기로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는가?

제이플로우: 부산에서 태어나 김해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당시 직감적으로 김해에서는 좋아하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을 수 없을 것이라 느꼈다. 난 중학생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고, 아쉽게도 김해에는 나만큼 힙합을 좋아하던 사람이 없었다. 어디 기댈 곳 없이 독학으로 음악에 덤볐고,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얻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무작정 해나가며 부산과 서울에 놀러 다니다가 음악을 하려면 상경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당시 동경하던 래퍼, 뮤지션이 홍대 길거리를 돌아다녔고, 쉽게 만나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그런 기회를 무리해서라도 얻고 싶었기 때문에 무조건 상경해야겠다고 생각했지. 딱 21살에 올라왔다. 돌이켜보면 무모했지만, 그 결정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기도. 아직도 내 고향인 김해, 부산은 문화적 불모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진짜 열심히 해서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 싶다. 그게 내 바람이다. 미래에는 지방 또한 서울만큼 문화적 인프라가 존재하길 바라고 지방에서도 많은 뮤지션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짱유: 2018년경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와의 계약을 계기로 상경하게 되었다.

와비사비룸부터 두 사람은 함께하고 있는데, 어떻게 의기투합할 수 있었는지.

제이플로우: 짱유와는 어릴 때부터 봐왔다. 둘 다 지독하게 음악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가 발휘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서로 잘 맞다. 우리가 함께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고 괴상한 것을 사랑하는 그런 바이브도 참 잘 맞다. 공통적으로 음악에 편견이 없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모든 예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와비사비룸부터 힙노시스 테라피를 봐도 그렇지 않나? 와비사비룸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반응을 기억하는데 당시 우리를 아무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금 와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팀이 되지 않았는가? 힙노시스 테라피도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린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대해 달라.

짱유: 쉽게 이야기하자면 우리 둘은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같다. 그래서 뭉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제이플로우와 짱유 모두 힙합 장르에서 오랫동안 크레딧을 쌓아왔는데, 어떤 계기로 댄스 음악으로 선회하였나?

제이플로우: 운명이었다. 항상 일렉트로닉 음악에 깊은 관심이 있었지만 시도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짱유와 함께 음악을 만들게 된 게 가장 큰 계기였다. 그 후로는 전자음악 역사부터 신디사이저, 디제잉 등 훨씬 더 깊이 공부했고 그럴수록 일렉트로닉 음악의 문화적, 음악적 등 모든 것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사실 난 예전부터 일렉트로닉 음악이 미래지향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짱유: 현시점에서 힙합이란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사운드를 보여주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앞으로 미래를 주름잡을 장르를 물색하다 보니, 전자음악의 미래가 밝았다. 내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일랍’,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음악에 불을 지펴보잔 의미에서 전자음악을 택했던 것 같다.

힙노시스 테라피의 방향을 설정할 때 선망하던 뮤지션 그룹이 있었다면?

제이플로우: 어떠한 레퍼런스 팀을 정하진 않았고, 2인 포맷의 활동팀 혹은 일렉트로닉 음악 팀을 많이 찾아보고 분석해보긴 했다. 너무 많은 뮤지션을 일일히 참고하여 분석하고 나열하기는 힘들다.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가진 원초적인 색을 어떻게 음악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야 재밌을까?’라는 고민이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업이기도 했다. 이러한 작업 과정을 거치다 보니 완전한 힙노시스 테라피만의 전자음악이 탄생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짱유: 딱히 롤 모델이 있지는 않았다. 항상 새로운 사운드를 창조하고 싶은 욕망이 강했기 때문에 우리만의 사운드를 만드는 데 더 몰입했다.

두 멤버가 각각 어릴 적 어떤 음악을 듣고 자랐는지도 알려줄 수 있나? 본인들에게 영향 준 뮤지션을 각각 한 명씩 꼽자면?

제이플로우: 외국 힙합에서는 나스(Nas)의 “Doo Rags”를 어릴 때 가장 많이 들었다. 왜냐하면 중학생 때는 농구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던 농구선수의 하이라이트 비디오에는 언제나 “Doo Rags”가 BGM으로 깔려있었다. 그래서 농구 연습할 때 항상 이 음악을 들으면서 했다. 영향을 준 뮤지션은 한 명을 꼽기가 너무 어렵다. 올타임으로는 톰 요크(Thom yorke), 릭 루빈(Rick rubin), 밥 딜런(Bob Dylan), 밥 말리(Bob marley)가 바로 떠오르고, 최근에는 칼 콕스(Carl Cox), 로드헤드(Rødhåd), 데이빗 벙크(David Vunk), 레니 와이즈(Rene Wise)를 즐겨 듣는다.

짱유: 음 너무 많은데… 릴 웨인(Lil Wayne),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 etc..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힙합밖에 몰랐다. 그 당시 나에겐 힙합 음악 아닌 나머지는 전부 쓰레기였다.

힙노시스 테라피는 제이플로우가 프로듀서, 짱유가 래퍼로 포지션이 명확한 그룹이다. 따라서 음악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궁금하다. 곡 콘셉트를 비롯하여 제목, 가사 등이 완성되는 상세한 과정을 알려 달라.

제이플로우: 앨범 제작 일정을 정할 때 먼저 정기적으로 만날 요일을 정한다. 만날 요일이 다가오기 전 한 주 동안 각자 자유롭게 작업하고 만나서는 한 주 동안의 작업을 듣고 디벨롭하고 즉각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진행한다. 그 과정 중 짱유의 가사 혹은 아이디어, 또는 나의 앨범에 관한 방향성을 계속해서 논의한다. 나는 앨범을 총괄하는 프로듀서로서 앨범의 흐름과 다양한 요소를 함께 이미징하며 음악과 비주얼 등의 그림을 제작한다. 그리고 짱유는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방식으로 가사를 쓰고 랩을 하면 내가 다시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짱유: 내가 먼저 비트를 스케치하고, 제이플로우가 이를 99%를 뜯어고칠 때도 있고, 순전히 제이플로우가 시작하고 끝내는 비트도 있다. 곡의 제목은 대부분 제이플로우가 비트를 처음 완성했을 때 지은 제목이 그대로 공개까지 이어진다. 제이플로우는 곡을 관통하는 한 가지의 단어를 선택하는 재능이 뛰어나다. 다른 제목을 붙이면 오히려 어색해지더라. 비트가 완성되면 그 음악이 풍기는 느낌에 집중해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정하고, 가끔 내가 표현하기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도 해보며 내면의 깊숙한 곳을 표현해 내고자 노력도 했다.

한편 [DANCE THERAPY]에서는 짱유 또한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DANCE THERAPY]는 어떻게 제작된 앨범인지.

짱유: 일차원적인 1 MC, 1 PD라 불리는 단순한 팀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진지하게 전자음악을 하는 팀이란 걸 사람들에게 인지 시켜주고 싶었고, 앞으로도 볼륨을 이어나가 많은 시리즈를 발매할 계획이다.

제이플로우: 이건 우리가 1MC 1PD를 넘어선 포지셔닝을 보여주는 첫 프로젝트였고, 향후에도 이 포맷으로 아주 활발히 앨범을 제작할 의향이 있다.

[DANCE THERAPY]과 같은 댄스 음악 앨범은 짱유의 가사와 랩이 없는 댄스 음악인데, 이러한 포맷일 때 메시지 전달이 어렵지 않나.

짱유: 우린 눈앞에 확실히 보이는 결말보다는, 각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열린 결말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가사가 들어간 곡이 결말을 확실히 보여주는 음악이라면, 가사가 들어가지 않은 곡은 열린 결말의 음악이라 생각된다. 전자음악은 각자의 내면으로 들어가 자신과 춤을 추는 음악이라 생각하는데, 그때 가사가 들어가면 화자가 청자의 대화에 개입하고 방해한다고도 생각한다. 음악을 해석할 필요도 없고, 달리 해석한다 해도 전혀 틀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이플로우: 앨범 [DANCE THERAPY]의 시작은 우리가 디제잉을 시작하면서 품고 있던 생각을 실현한 것이다. 나중에는 우리 음악으로만 구성된 셋으로 3, 4시간을 가볍게 트는 게 목표다. 그만큼 많은 음악들을 쏟아내겠지. [DANCE THERAPY]는 한국 전자음악만으로도 ‘DANCE THERAPY’가 가능하다는 걸 인식시키려 시작한 프로젝트다. 대부분의 베뉴에서 들리는 음악이 모두 해외 음악이니, 이런 흐름과 문화도 자연스럽게 바꿔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전자음악만 플레이하고 모두가 거기에 맞춰 춤춘다면 이 문화가 얼마나 단단하게 느껴지겠는가.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프로듀서로 함께할 때 두 사람은 어떤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 같나.

제이플로우: 일단은 짱유가 기존의 형태를 뛰어넘은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온다. 전자음악이 익숙할 사람에게는 잘 나오지 않는, 러프한 매력인데 이를 최대한 잘 살려 작업한다.

짱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이플로우는 평소보다 더욱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면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제이플로우 덕분에 더욱 섬세하고, 완벽한 사운드를 낼 수 있다.

강렬한 색채의 앨범 커버아트, 뮤직비디오, 프로필 이미지 등 힙노시스 테라피 음악과 연계된 이미지에 강렬함을 느낀다. 이는 어떤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것인가?

제이플로우: 힙노시스 테라피의 시각적 아트 작업은 그래픽디자이너 마빈킴과 함께한다. 마빈킴은 나와 ‘히피는 집시였다’ 때부터 꾸준히 함께한 친구라 척하면 척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형태나 무드에 관해서도 잘 이해해 주고 있다. 때문에 정말 편하게 맡기고 우리의 비전, 브랜딩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며, 가족처럼 애정을 가지고 작업해 준다. 그 점에서 항상 고맙다. Shout out to 마빈킴…

영상의 경우는 ‘DUMP FLUSH’의 양준모가 모두 작업했다. 팀을 시작할 때 꾸준히 함께 움직여줄 친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즉 마빈킴처럼 함께 힙노시스 테라피의 비주얼을 함께 설계할 친구가 필요했다. 그 파트에 양준모가 제격이었다. 우리가 지향하는 영상미와 딱 맞는 색감, 위트를 지니고 있어서 쭉 함께하고 있다. 아마 평생 가지 않을까 싶다. 이 친구들이 도망가지 않는다면… 우리가 잘되서 모두 다 먹여 살리겠다. Shout out to 양준모…

평소 두 사람의 일상은 어떠한가. 음악 작업을 하지 않을 때 즐기는 취미가 있나?

짱유: 일어나서 운동하고, 씻고, 음악 듣다가, 작업하고, 밥 먹고, 유튜브 좀 보고, 넷플릭스도 보다 잔다. 특별한 일상은 없고, 취미가 음악 감상이라서 딱히 음악 말고 다른 걸 찾을 정도로 일상이 지루하진 않다.

제이플로우: 정말 단조롭게 지낸다. 운동, 음악 만들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외 취미생활은 영화, 책, 게임이 전부다. 게임 중에서도 “NBA2k24″만하는 그런 삶…

클럽과 파티에 친숙하고 익숙할 것 같은 두 멤버. 클럽에서 일어난 재밌는 일화가 있다면?

제이플로우: 매번 클럽에 공연하러 가면 맛탱이 가서 잘 노는 관객의 얼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그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모아서 올스타전으로 관객으로 두고 공연하면 진짜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라이브 때는 짱유가 관객석에 난입해서 노는데, 최근 인터내셔널 파티 때 짱유가 몸을 막 내 던지고 놀던 그림이 재밌었다.

짱유: 개인적으로 클럽을 찾는 편도 아니고, 우리 스케줄 끝나면 바로 째는 스타일이라서 특별한 일화를 만들 일이 잘 없다. 그냥 클럽에서 음악 틀고, 라이브 퍼포먼스 하는 매 순간순간이 너무 즐겁다.

2024년 힙노시스 테라피는 어떤 계획이 있나?

제이플로우: 현재는 PSILOCYBIN의 리믹스 앨범을 제작 중이며, 아마 내년 1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신선한 라인업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호주 베이스로 활동하는 디제이이자 프로듀서인 1TBSP와 함께 음악을 만들고 있고 이것도 내년 초에 공개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다음 앨범도 계획 중이라 곧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3월에는 SXSW에 초대받아 미국 투어도 함께 계획 중이다. 내년에는 더 활발히 활동할 예정이니 많이 기대와 관심을 부탁한다.

HYPNOSIS THERAPY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황선웅
Photographer │한예림
Stylist│전인배
Hair, Make up│최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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