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이지만 동시에 격렬한 스타일로 전 세계 메탈 팬들의 귀를 단숨에 사로잡은 밴드 데프헤븐(Deafheaven)이 7월 3일 서울을 다시 방문했다. 어느덧 세 번째 내한 공연과 이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 장마가 시작되는 궂은 날씨와 장거리 비행을 마친 후 곧장 진행되었지만, 피곤한 기색없이 친절함과 편안함으로 일관했다.
데프헤븐은 ‘로드러너 레코드(Roadrunner Records)’와 계약 후 새 도전의 기로에 섰다. 어느덧 활동 14년차. 그러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로운 덕분에 여전히 보여줄 게 많은 것 마냥 한껏 기대로 부풀어 있었다. 데프헤븐의 두 멤버 조지 클라크(George Clarke, 이하 G)와 케리 멕코이(Kerry McCoy, 이하 K)와 나눈 대화를 하단에 실었다. 두 사람의 우정과 지금까지의 밴드 커리어는 물론이며, 지난 서울 공연의 생동감과 여운이 담긴 이미지도 함께 첨부하였으니 대화와 함께 확인하자.
반갑다 데프헤븐. 간단히 밴드에 관한 소개를 한다면?
G: 반갑다. 우리는 밴드 데프헤븐이다. 서울은 세 번째 방문으로 최근 앨범 [Infinite Granite]를 발매의 일환인 투어의 마지막으로 아시아와 서울을 방문했다.
지난 2022년 펜타포트에서 공연 이후 세 번째 내한이다. 지난 펜타포트는 어떻게 기억하는지?
G: 여태까지 경험했던 관객 반응 중 최고였다. 그날 날씨를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가 공연을 시작하니까 비가 쏟아졌지. 그래서 관객과 밴드가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여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우리 무대가 끝나자마자 비가 그쳤고. 아주 환상적이었다.
아시아 투어의 첫 행선지가 서울이다. 이유는?
G: 지난 공연에서 최고의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우리 또한 자신감을 얻고자 아시아의 첫 행선지를 서울로 선택했다.
밴드는 어떻게 결성되었나? 듣기로는 데프헤븐 이전에 함께 밴드를 전개하고 있었다고.
G: 우리는 데프헤븐 이전부터 좋은 친구였고, 각자 밴드를 운영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은 그라인드코어 밴드 라이즈 오브 칼리구라(Rise of Caligula)를 결성하여 함께 활동 하였다. 그러다가 샌프란시스코로 함께 이주하며 밴드 이름을 데프헤븐으로 변경했다.
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였나?
G: 큰 이유는 없었다. 쇼, 콘서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많이 열렸고 취업 등의 다른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처음 만났나? 앞서는 서로 좋은 친구였다고 언급했었다.
K: 14살 때 조지가 나와 같은 동네로 이사를 왔다. 같은 학교로 다니기도 전에 길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조지는 슬레이어(Slayer)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난 데드 케네디스(Dead Kennedys)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서로의 밴드 티셔츠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빠르게 친해졌다. 하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을 당시로 돌아가 보자. 당신들이 활동하기 이전에 익스트림 메탈 신(scene)에 관하여 회상하자면?
G: LA나 뉴욕에 비해서는 음악이 각광받던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창의적인 무브먼트가 많은 도시다. 우리가 이주했을 무렵에 프렌저 레코드(Flenser Records)가 샌프란시스코의 익스트림 메탈과 실험 음악의 부흥을 이끌면서 도시 내의 여러 음악가들에게 큰 열정과 희망을 주었지. 또 레이블 바깥으로도 펑크 신이 잘 형성되어 있었다. 지금 샌프란의 음악 신은 더욱 발전하여 더 좋은 펑크, 메탈 밴드가 많아졌다.
블랙메탈과 슈게이즈의 합성어인 블랙게이즈 음악의 대표주자로 소개되어 왔다. 멤버들은 이러한 밴드의 수식어를 어떻게 의식하고 있는가?
G: 블랙게이즈, 포스트 블랙 메탈 등의 우리를 둘러싼 수식어는 팬들이 좀 더 편하게 구분하고 이해할 수 있는 용도로 의식한다. 그래서 어떠한 수식어로 우리를 부르던 상관없고 그렇게 불러주고 관심을 표하는 거에 감사하지. 사실 우리는 유로피안 밴드들에게 큰 영향을 얻었고 특히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알세스트(Alcest)에게 많은 영감을 얻어 활동했기에 그들에게 크레딧을 돌려한다고도 생각한다.
알세스트의 영향 때문일까. 당신들의 음악 또한 강렬하고 날카로운 스크리밍과 아름다운 멜로디의 조화가 주요한 특징이었다. 그 외에도 밴드가 얻은 음악적 영향을 이야기하자면?
G: 에이팩스 트윈(Aphex Twin)을 비롯한 전자음악과 인터폴(Interpol)의 음악, 워메탈 등 다양한 장르 음악에서 영향을 얻었다. 그 영향을 정제하여 직접 기타로 멜로디를 치면서 우리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냈지. 언제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음악을 듣는 게 중요했다.
직접 이야기한 것처럼 데프헤븐의 음악에는 장르 경계없이 다양한 요소가 느껴져 인상 깊었다. 때문에 당신들의 어릴 적 모습도 궁금해졌는데, 학창 시절에는 어떤 음악을 들으며 자랐나?
G: 스미스(The Smith), 큐어(The Cure), 시규어로스(Sigur Rós), 그리고 수많은 데스메탈 밴드들. 이들은 내가 14살 때 듣던 음악가들로 그때 들었던 음악이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어 지금 다시 그 영향이 표출되는 것 같다.
K: 내 기타 사운드는 떨스데이(Thursday)와 슬레이어 등 다양한 밴드들에게서 큰 영향을 얻었다. 사실 조지와는 음악 취향이 살짝 다르다. 그가 스미스와 큐어 등의 메이저한 밴드들이 취향이었던 반면 나는 좀 더 마이너한 취향이었다.
최근 앨범 [Infinite Granite]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해당 앨범은 강렬함보다는 온화함이 주요한 특징이었고 이전 디스코그라피와 대비점을 느낄 수 있기도 하였다. 이러한 스타일 변화의 계기는 무언가?
K: [Infinite Granite]의 프로듀서인 저스틴 멜달 존슨(Justin Meldal-Johnsen)과 함께 작업하며 그의 스타일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클린한 싱잉과 멜로디에 더욱 두각을 드러내는 프로듀서다. 우리 또한 이전 앨범들을 만들어오며 기존의 사운드가 지겹던 참이었지. 그래서 기존의 우리 사운드는 유지하되 조금 더 정확하고 클린한 멜로디와 싱잉을 선보이기로 모두의 동의 하에 새로운 시도를 한 거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발매된 앨범이지 않나. 케리, 당신은 코로나 록다운 기간 동안 서핑을 즐긴 것으로 알고 있어 그 느긋함이 앨범으로 드러난 게 아닌가 라는 추측도 했다.
K: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앨범에서 가장 메탈스러운 곡인 “Mombasa”가 서핑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Mombasa”는 내가 서핑하는 동안 물 위에서 떠다니는 느낌을 표현하고자 한 곡이다.
여담이지만, 에디터 본인은 블랙메탈에 빠져 집에서 혼자 스크리밍을 연습하던 시절이 있었다. 조지 당신은 어떠한가. 스크리밍은 일반적인 가창법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시작했고 지금의 톤을 찾게되었는지의 과정이 궁금한데.
G: 나도 어릴 때 마루에서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스크리밍을 흉내 내곤 했었지. 그러다가 밴드를 시작한 후에 날 것의 느낌을 내려고 더욱 연습하였고 여러 가지 시도 끝에 지금의 스크리밍 톤을 찾을 수 있었다.
밴드 멤버 개개인의 이력에서 흥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를테면 조지가 스카 밴드 음악에 보컬로 참여한다거나, 헤븐즈 클럽(Heaven’s Club)이라는 밴드에 시브 메라(Shiv Mehra)와 대니얼 트레이시(Daniel Tracy)가 참여하는 등 데프헤븐 외 타 밴드에서 멤버들의 활약이 인상 깊었다. 혹시 이외 당신들 주변의 밴드 및 음악가 중 소개할 인물이 있다면?
G: LA 밴드 유스 코드(Youth Code)를 추천한다. 그들의 리믹스에 참여하기도 했고 음악이 매우 멋지다. 또 나의 알토 아크(Alto Arc)는 나와 많은 실력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질문에서 스카 밴드로 언급된 제프 로젠스톡(Jeff Rosenstock)과 헤븐즈 클럽도 멋진 밴드다.
한편 케리가 안토니오 윌리엄스(Antonio Williams)와 함께한 7인치 앨범은 바이닐 수집가들의 주요한 타깃으로 고가에 거래되기도 하던데, 이 사실을 당신은 알고 있나?
K: 매년 그 음악으로 서핑하러 갈 수 있는 정도의 수익은 벌고 있지만, 바이닐이 고가라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하하.
마지막 질문이다. 이번 내한 공연은 로드러너 레코드와 계약 후 밴드의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는 기로에서 진행되는 투어의 일환으로 들었다. 새로운 챕터를 예고해 줄 수 있나?
G: 이번 투어는 로드러너 레코드와 본격적으로 함께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전의 우리 음악을 정리하는 투어다. 그래서 [Infinite Granite]까지 발매하면서 인기가 많고 좋았던 음악을 다시 플레이할 예정이다. 향후의 계획은 내년 안에 새로운 앨범의 작업을 마치는 걸 최선의 목표로 하고 있다. 새 앨범에 수록될 음악도 플레이하고 싶지만, 이번 투어의 목적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주안점이라 우리의 새 음악은 내년이나 내후년에 직접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많은 기대를 바라며 나중에 다시 만나자.
Editor | 황선웅
Photographer | 최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