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의 전설적인 재단사 Dapper Dan과 GUCCI의 비스포크 아틀리에

고등학생 때 같은 반 친구가 이상한 스니커를 한 켤레 신고 온 적이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하얀 나이키 에어 포스 1 로우(Nike Air Force 1 Low) 모델이었는데, 그 스우시가 한쪽은 루이뷔통(Louis Vuitton)의 갈색 모노그램 패턴이고 반대편은 버버리의 노바체크 나이키 스우시가 붙여진 뭐 그런 것. 당시 미하라 야스히로(Mihara Yasuhiro)의 푸마(Puma) 스니커, 디스퀘어드2(Dsquared2) 스니커, 몇몇은 나이키 덩크 SB(Dunk SB)를 신는 소위 ‘니폰삘’과 ‘유로삘’, ‘스트리트 패션’ 등 다양한 유행이 혼재한 이상한 시기였지만, 그중에서도 커스텀 스니커는 정말 생소했던 때라 그 스니커는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그리고 이후 몇 년이나 지나서 그 프레쉬한 에어 포스 1을 처음 제작한 사람이 대퍼 댄(Dapper Dan)이라는 멋쟁이 흑인 아저씨였다는 걸 알았다. 그는 무려 20년 전부터 할렘에 부티크를 열어 명품 잡화 가죽을 본인이 직접 재단, 당시 이름 좀 날린다는 흑인 뮤지션에게 재킷이나 바지를 제작해주는 일을 해온 할렘의 재단사다. 랩을 통해 많은 흑인이 큰돈을 벌 수 있었던 80년대, 대퍼 댄은 당시 유행하는 유럽의 명품으로 명품 브랜드가 제작하지 않았던 거리 패션에 어울리는 다양한 의류를 제작하며, 그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이런 호황도 잠시, 본인 브랜드의 가죽을 재료로 돈과 명성을 얻는 게 얄미웠던 구찌(GUCCI)나 루이뷔통, 펜디(FENDI) 등의 여러 디자이너 하우스가 소송을 걸었고, 1992년 할렘의 전설적인 부티크는 결국 문을 닫게 된다. 그 이후 이 아저씨가 뭘 해먹고 살았는지 모르지만, 2017년에 와 그 명성을 되돌릴 놀라운 기회가 왔다. 최근 하이패션에서 구찌의 활약만큼 재미있는 게 또 없는데, 그 움직임에 대퍼 댄을 합류시킨 것. 이번 구찌의 크루즈 쇼에서 대퍼 댄이 이전에 제작한 루이뷔통 재킷과 꼭 닮은 의류를 선보인 것 역시 어쩌면 하나의 예고편이지 않았을까. 과거의 일이야 어찌됐든 이런 흥미로운 파트너십은 세간의 이목을 끌만하다.

 

구찌는 할렘에 대퍼 댄의 부티크를 오픈, 구찌의 모든 원단과 부자재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퍼 댄은 그간 힘들게 원단을 모으는 수고로움을 덜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아틀리에를 찾는 손님에게 지금껏 해오던 것처럼 맞춤의상을 제작하면 되는 것. 대퍼 댄은 자신이 작업을 시작한 이래 모두가 본인을 존경해왔지만, 직접 돈을 지불한 이는 없었다고 한다. 구찌가 직접 할렘으로 찾아와 파트너십을 제안한 일이 꽤나 만족스러운 듯. 십수 년이 지난 지금 그가 직접, 공식적인 구찌의 재료로 옷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는 본인조차 상상하지 못했을 일이지 않을까. 아무튼, 재야에 있기에는 여전히 아까운 인재임에는 분명하다. 대퍼 댄과 구찌의 비스포크 아틀리에는 내년 봄 정식으로 운영될 예정. 한없이 고급스러운 숍을 사진으로 미리 구경함과 동시에 할렘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할렘의 재단 명인 대퍼 댄의 의류를 감상해보자.

GUCCI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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