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dy Sherman을 품은 Undercover의 S/S20 맨즈웨어 컬렉션


매 시즌 감히 예상할 수 없는 영감과 디테일로 컬트 브랜드의 반열에 오른 언더커버(Undercover)가 6월 18일부터 진행된 2020 SS 파리 패션위크의 둘째 날 스케줄에 이름을 올리며 패션 관계자들을 설레게 했다. 이번 시즌 언더커버의 초청장에 적힌 글귀는 딜런 토머스(Dylan Thomas)의 시. “나는 내 안에 짐승, 천사 그리고 미치광이를 품고 있다”라는 짧은 글은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영화 “2046”의 메인 테마와 함께 시작된 언더커버의 맨즈웨어(Menswear) 쇼는 어두운 톤으로 가득 채워졌다. 세련된 테일러링 위에 자리 잡은 거미줄 모양의 주름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최초의 뱀파이어 영화로 평가받는 F. W. 무르나우(Fredrich Wilhelm Murnau) 감독의 “노스페라투, 공포의 교향곡(Nosferatu: A Symphony of Horror)” 속 뱀파이어의 실루엣이 새겨진 룩이 음산한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의 가장 큰 이슈는 언더커버와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재회였다. 영화감독이자 포토그래퍼인 신디 셔먼은 이미 2018 봄 여름 컬렉션 ‘야누스(JANUS)’에서 언더커버와 한 차례 협업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언더커버는 신디 셔먼의 작품이 프린팅된 밴드 스타일 티셔츠와 스웨터들을 선보였는데, 이번 시즌 이 둘의 조합은 한층 무거워진 분위기로 돌아왔다.

블레이저와 셔츠, 토트백 위에 패치워크와 자카드 기법 등으로 구현된 신디 셔먼의 작품은 1970년대에 발표된 ‘무제 영화 스틸(Untitled Film Still)’ 시리즈다. 1950년대 흑백 영화 스틸 컷의 형식을 취한 이 이미지 속에서 신디 셔먼은 직접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을 재현했다. 주부, 여공 등 당대의 전형적인 여성상을 자신에게 입혀 여성의 자아에 대한 의문을 던진 그녀의 작품들은 사회적 규범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언더커버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한 편, 신디 셔먼은 오는 27일 런던의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공개작을 포함한 150점의 작품들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언더커버는 물론 신디 셔먼의 작업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관련 소식을 기다려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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