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철 트리오의 [4월의 D플랫] 작업기

윤석철 트리오가 [자유리듬] 이후 약 2년 만에 새 앨범 [4월의 D플랫]을 발표했다. 긴 공백처럼 보이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자유리듬 Rimix]나 윤석철 솔로작 [바다가 들린다]를 비롯해 프로젝트 ‘Alice into the Rabbit Hole’로 간간이 소식을 알렸고, 베이시스트 정상이가 이끄는 ‘안녕의 온도’ 그리고 드러머 김영진이 소속된 쿠마파크로 각기 다른 작업물을 시기적절하게 발표했다.

잠시의 일탈 시간을 만끽 후 되돌아온 윤석철 트리오는 이번 앨범에서 지난 곡 “독백이라 착각하기 쉽다”, “Gentle Wind”, “Unforgettable”을 재해석하였으며, 참신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곡을 수록했다. 이를테면, 댄서블한 장르 풋워크(Footwork)와 재즈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셀로니어스 멍크(Thelonious Monk)가 구사한 변칙적인 전개 방식을 결합한 곡 “Footmonk”,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에서 영감을 얻은 “Dali”, 멤버들의 깊은 고민이 담긴 “새벽의 연습실”까지 다채롭다.

윤석철 트리오가 지난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활동하며 들려준 음악을 회상하고, 또 자신들의 미래를 비추는, 그들의 전과 후의 음악 세계를 관통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6월 16일 백암 아트홀에서 [4월의 D플랫] 발매 공연 또한 열릴 예정. 그대로인 것 같지만 되돌아보면 다르고, 다른 것 같지만 그대로인 듯한 윤석철 트리오가 이야기하는 [4월의 D플랫]을 하단에서 확인해보자.

 

“Gentle Wind”은 전작 [즐겁게 음악]에서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는 마음을 담아 발표한 곡으로도 알려졌다.

그래서 [4월의 D플랫]에 또다시 수록시킨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하시는 분도 분명 있을 것 같았다. 발매하고 나서 알아챈 사실인데, 다음 트랙도 우연찮게 “잊지 못함”이더라. 하지만 이번 곡 “Gentle Wind”는 내가 좋아하는 ‘탐바 트리오(Tamba Trio)’나 ‘아지무스(Azymuth)’의 브라질리안 삼바 특유의 느낌을 표방하고 싶었다. 좀 더 다채로운 느낌을 주고 싶었고, 그래서 라퍼커션(Rapercussion) 멤버 유이엽과 플롯의 김은미가 세션으로 참여했다. 그럼에도 청자 각각의 해석을 존중한다.

 

백예린의 곡 “우주를 건너”를 커버한 계기는?

“우주를 건너”는 내가 너무 좋아하던 곡이다. 사실 백예린과 면식은 없었다. 다만 당시 기린이 백예린과 친해서 기린을 통해 이야기가 오고가는 정도였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에 “우주를 건너” 커버 곡을 올렸던 게 계기가 된 것 같다. 백예린이 그걸 리포스팅해줬다. 그러고 나서 실제 만나게 된 건 마고(Margo) PD 덕분이다. 그녀가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그 뒤로 음악 이야기도 나누고 작업에 들어갔다.

 

풋워크 장르를 재즈와 결합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Footmonk”의 기원은 “자유리듬”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리듬” 비트가 풋워크의 리듬과 닮아있다. “자유리듬”은 시퀀서를 틀었지만, “Footmonk”에서는 온전히 트리오 연주로만 구현하고 싶었다. 맴버들에게 풋워크의 곡을 많이 들려줬다. 특히 영진이가 그 곡들을 들으면서 엄청 연습했다. 결국 특유의 비트감을 살려내더라. 쉽지 않았을 텐데 영진이가 잘해줬다.

 

이번 “새벽의 연습실”의 역시 전작 “렛슨 중” 시리즈처럼 연출된 건가?

회식하는 날이었는데,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작업실에서 “새벽의 연습실”을 작업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제목이나 가사도 없는 상태였다. 곡 녹음을 먼저 했는데, 옆방 친구가 갑자기 문을 두드린 거다. 이 대화는 연출된 게 아니라 실제로 주고받은 대화였다. 어쨌든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너무 아쉬웠다. 작업이 잘되던 차에 하필 흐름이 끊긴 거지. 그런데 녹음을 다시 듣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이 굉장히 의미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음악이나 예술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가사를 쓰게 됐다. 태훈이, 오키 형, 마더바이브 누나가 곡 작업에 참여해줬다. 보컬은 신인 싱어송라이터, 지언이가 참여했다.

 

https://youtu.be/O3k5cdmg_Wc

[4월의 D플랫]을 작업하면서

정상이: 사실 얼마 전까지 재즈 연주에 흥미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오랜 시간 붙잡고 있어서 그런지 한동안 마음이 복잡했지. 그런데 이번 앨범 작업에 몰두하면서, 조금 정리된 것 같다. 다시 흥미를 되찾았다. 멤버들과 이런 감정을 터놓고 이야기했다.

김영진: 새로운 앨범이지만, 이전 라이브를 통해 한두 번씩 연주해본 곡들이다. “Footmonk”는 내게도 도전이었다. 이제는 예전보다 우리가 각자 프로젝트나 세션 일정이 많아졌다. 나는 이제 결혼도 했고 챙겨야 할 자식도 있으니 오죽하겠나. 어쨌든 앨범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우리가 한창 열정 가득했던 초창기 느낌이 났다. 뭉쳐서 즐겁게 작업했다.

윤석철: 얼마 전 싱글 [바다가 들린다]를 내기도 했고, 꾸준히 만나 작업했으니 [4월의 D플랫]이라는 앨범을 발표했을 때도 사실, 무덤덤했다. 다른 점은 그동안 EP나 싱글로 냈다면, 정규작이라는 타이틀 정도? 앨범에 10곡을 수록하는 게 쉽지 않았다. 수록할만한 곡이 더 있는데, 콘셉트가 다른 것 같아서 오히려 덜어냈다.

이번 앨범은 여러모로 예감이 좋다. 발매 후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들었다. 또 뮤직비디오 찍을 때도 천운이 따랐다.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갔는데, [4월의 D플랫]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돌아오기 직전까지 눈과 비가 왔다. 눈과 비만 이틀 동안 촬영했지.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엔 망연자실했다. 그런데 마지막 날 거짓말처럼 날이 갰다. 부랴부랴 봄의 느낌이 나도록 영상을 찍은 거지.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뮤직비디오를 엄청 긴 일정으로 만든 줄 아는데, 2박 3일 일정으로 만든 거다. [4월의 D플랫] 느낌이 좋다. 많은 사람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윤석철 트리오 ‘4월의 D플랫’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예매처 


진행 / 글 │ 이철빈
사진 │ 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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