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 기반의 프로듀서 CFCF. 아마 전자음악을 꾸준히 들어온 청자라면 한 번쯤은 만나본 이름이리라 예상된다. ‘페이퍼 백 레코드(Paper Bag Records)’ 데뷔로부터 12년간 쉴 틈 없이 디스코그라피를 쌓아 올린 CFCF는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필립 글래스(Philip Glass) 등의 미니멀리스트, 뉴 에이지 레퍼런스와 일상에서 얻은 영감을 막론하고 예측 불허의 트랙을 꾸준히 공개했다. 하우스와 엠비언트, 정글 등으로 수없이 많은 가지를 뻗어가며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 노미네이트되기까지. 외려 모호해진 정체성에 간단한 수식어로는 설명이 어려운 아티스트. 이에 2019년 박다함은 CFCF를 신도시로 초청하며 ‘중간의 미학을 탐구하는 아티스트’라 설명하기도.
중간의 미학. 돌이켜 생각하니 이는 절충주의 성향의 CFCF에게 가장 적절할 수식어가 아닐까 싶다. 2019년 내한 당시 공개된 [Liquid Colours]는 정신없이 쏟아지는 정글 비트와 물방울을 닮은 정갈한 멜로디가 대비와 조화를 오간 앨범으로 댄스 플로어와 라운지 바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절충적 작품이었다. 그리고 2021년 4월, CFCF의 신보 [memoryland]가 공개됐는데, 이 또한 절충주의, 하이브리드 성향이 묻어난 앨범. 정글과 하우스, UK개러지, 트랜스, 포스트 그런지, 글리치 등의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CFCF라는 필터를 통해 적절히 여과되어 앨범 곳곳에 스며들었다.
새 앨범 [memoryland]는 왜곡된 소리와 글리치, 분자 단위로 촘촘히 잘린 샘플 아르페지오 등 지난 디스코그라피와는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왜곡되고 뒤틀려있다. 이는 여태껏 차분함을 지향하며 느낀 피로감에서 비롯됐다고, 엉뚱함과 지저분하고, 어두운 것을 탐색하면서도 팝적인 음악을 제작하고 싶었다며 앨범의 의도를 천절히 설명했다. 또한 앨범 타이틀을 비롯한 다양한 단서를 통해 90년대와 00년대에 관한 회상 앨범이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으리라. 이에 관해서는 CFCF 자신의 20대 현실의 씁쓸함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10대 때 고대한 20대의 삶, 그리고 지금 30대가 되어 돌아본 20대엔 씁쓸함이 남아 있다고.
환상과 현실, 그 괴리감이 탄생시킨 앨범 [memorland]. “welcome.WAV”로 기억의 땅으로 들어서면 다프트 펑크(Daft Punk)와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CFCF의 과거 음악, 그리고 심지어 한국어가 등장하기까지, 뒤틀린 틈 사이에서 오밀조밀한 사운드 샘플과 익숙한 레퍼런스가 여러분을 반길 것이다. 직접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