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태국의 서브컬처 신(Scene)을 논할 때 그 수도인 방콕을 이야기하지만, 북부에 위치한 제2의 도시 치앙마이 또한 놓치지 않길 바란다. 물리적 거리의 의미가 희미해진 지금, 2018년 시작된 치앙마이의 편집 스토어 덴 수베니어(Den Souvenir)는 태국을 넘어 세계 유수의 브랜드와 아티스트, 숍과 호흡하며, 흥미진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치앙마이 중심지에 위치한 작은 매장이지만, 윗층의 갤러리와 더불어, 라디오와 바를 겸하는 공간을 동시에 운영, 로컬 커뮤니티에 대한 지지 역시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재밋거리를 찾아 바삐 움직이는 덴 수베니어의 대표 종(Jong). 그와 함께한 대화를 지금 여기서 공개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안녕, 내 본명은 키티왓 마타나판(Kitiwat Mattanapan)이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나를 ‘종’이라고 부른다. 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마이라는 도시에서 ‘덴 수베니어’라는 작은 편집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덴 수베니어를 운영하기 전 어떤 일을 했었나?
원래는 친구들과 방콕에서 스트리트웨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숍을 운영했다. 전 세계의 독립 브랜드를 알리자는 포부로 시작했는데, 꽤 잘 됐다. 그러나 당시 태국의 정치적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방콕의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며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했지. 외부 상황에 의한 갑작스러운 폐업이 너무 아쉬웠지만, 방콕에서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 이후로도 함께 일하고 있다.
그 이후 치앙마이에서 새로운 숍을 시작한 건가.
덴 수베니어는 내가 치앙마이로 다시 돌아온 2018년에 시작했다. 방콕에서 운영한 첫 스트리트웨어 매장을 폐업하고 뭘 할까 고민하던 때였지. 그러던 중 치앙마이에서 활동하는 멋진 친구들의 결과물을 모아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집중한 브릭 앤 몰타(Brick and Mortar) 콘셉트로 소개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물이 덴 수베니어다.
짧은 기간 태국과 아시아 서브컬처 신(Scene)에서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운 좋게도 나를 믿고 도와주는 이들이 많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틸 수 없었을 거다. 이번 인터뷰를 빌어 T5F와 블루 보이즈 스포츠 클럽(Blue Boyz Sports Club), 셀 더 소울(Sell the soul), 홀리 라이엇(Holy Riot), 아크 프레스(Arc Press), 언파운드 프로젝트(Unfound Projects), 그리고 첫 시작을 함께해 준 이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시간이 지나 방콕에서 다시 숍을 시작해도 됐을 텐데, 치앙마이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추후 방콕으로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우선, 치앙마이는 내 고향이고, 여기에도 독립 브랜드를 취급하는 숍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다양한 매장을 방문하며, 왜 치앙마이에는 이런 숍이 없을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직접 열기로 결심하고, 빠르게 움직인 거지. 방콕으로의 확장은 추후 덴 수베니어와 함께 주변 친구들의 브랜드를 다수 결합한 커뮤니티 빌딩과 같은 형태의 스토어를 계획하고 있다.
덴 수베니어를 오픈하는 데 영감을 준 숍이나 장소가 있나.
캐나다의 베러 기프트 숍(Better Gift Shop)과 일본의 서플라이 도쿄(Supply Tokyo/Backdoor). 두 숍에 방문했을 때 여러 멋진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숍 운영과 더불어, 잡지 출판, 라디오 등의 활동을 겸하고 있다. 독립 잡지와 음악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은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에서 기인한다. 나는 우리 커뮤니티를 대표하고 싶다. 아티스트와 디제이, 뮤지션 친구가 많기에 이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알리려 한다. 내가 그들의 눈과 귀가 되는 거지.
함께 운영 중인 텔레비전 갤러리(Television Gallery)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해 줄 수 있는지.
작년 덴 수베니어 팀에 새로운 공간이 필요해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매장 겸 사무실로 쓸 수 있는 지금의 공간을 계약했다. 2층 건물이라 매장 뒤편과 위층에 여유 공간이 있어 이를 갤러리로 활용하면 좋겠더라. 텔레비전 갤러리라는 명칭은 매장에 마티에(Mathiue)라는 친구의 작품이 걸려있는데, 그 그림에서 이름을 따온 거다.
숍에서 판매하는 제품 대다수는 태국의 일반적인 의류 브랜드에 비해 다소 비싸다고 이야기했는데, 덴의 주요 고객층은 어떤 이들인가.
그런 이유로 오픈 초기에는 국내보다는 해외 판매에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 태국 시장 상황이 좋아지며, 국내 판매도 점점 늘고 있다. 로컬이 우리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좋은 신호라고 느낀다.
최근의 관심사라면?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라디오 방송국이자 바인 ‘어밴던 라디오(Abandon Radio)’를 오픈했다. 이를 잘 꾸리는 게 요즘 가장 큰 관심사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여러 브랜드, 숍, 아티스트들과 꾸준히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협업에 대한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
엄격한 기준은 없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우리와 같은 비전을 지닌 사람들이면 된다.
숍 오너로서 바라보는 태국의 서브컬처 신은 어떠한가.
여러 이유로 한동안 침체하기도 했지만, 태국의 서브컬처 신은 점차 활발해지는 추세다. 지난 몇 년 새 힙합 커뮤니티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하드코어 음악도 다시 돌아오고 있으며, 그래피티 라이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셀프 퍼블리싱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어린 친구들도 이러한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지금의 여세를 몰아 서로를 계속 응원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한국을 총 세 번 방문했는데, 한국 서브컬처 신에 대한 인상은 어땠는지.
한국의 서브컬처 신은 서로의 유대가 매우 강한 느낌이다. 하위문화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녹아있으며, 모두가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정말 멋지다. 한국 최고!
소주를 정말 좋아하고, 잘 마시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비밀이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식당과 음식 메뉴에 대해 알려달라.
한국에 방문한 첫날 차일드후드 홈(The Childhood Home)의 오너 데이브가 데려고가준 보광동의 삼겹살 식당이 정말 맛있었다. 아, 그리고 부산 서면 시장에서 먹었던 한우 육회도!
태국의 멋진 브랜드와 아티스트를 몇 추천한다면?
브랜드라면, 아까도 이야기했던 블루보이즈 스포츠 클럽과 틴에이지 데이드림(Teenage Daydream), 타이진(Tye Zine), 109 디자인 워크숍(109 Design Workshop). 아티스트는 PPOW와 툴렉스(Tulrexx), JST몽키맨(JSTmonkeymaan), 고지(Gogi), 브라이트사이드(Brightside), 원웨이투헬(1waytohell), 타이피플소퍽킹타이어드(Thaipeopleissofuckingtired), 칸라피(Kanrapee)를 추천하고 싶다.
2023년 하반기 계획은 무엇인가?
올해 많은 팝업이 계획되어 있다. 6월에는 417과 시부야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7월에는 발리의 포테이토 헤드(Potato Head), 아직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8월에는 베트남, 11월에는 도쿄 핍스 제너럴 스토어(Fifth General Store)에서 팝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Editor │ 오욱석
Photographer │ 유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