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 Lady Aiko는 일본인이다. 도쿄에서 태어나 90년대 중반에 뉴욕으로 이주해 현재 맨해튼에서 활동하는 그녀는 현재 스트리트아트 신을 주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성 아티스트다. 여자의 몸으로 그라피티를 지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하지만, 그 말이 엄살로 느껴질 정도로 그녀는 여전히 남자들이 대다수 비율을 차지하는 스트리트 아트 신에서 당당하게 활동하고 있다.
뉴스쿨 대학교에서 미디어학을 전공하는 동안, Lady Aiko는 지금까지 고수하는 고유한 스타일을 확립했다. 또한, 아티스트 그룹 FAILE이라는 크루를 만들고, 이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콜라주, 스텐실, 페인팅 등 다양한 기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5년 후, 그녀는 독자적인 길을 걷기 위해 그룹을 나온다. 1998년, 무라카미 다카시의 디지털 Bio, Super Flat을 디렉팅했으며, 그와 함께 브루클린 스튜디오를 운영한 이력이 있다. 2008년에는 뱅크시(Banksy)와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 “Exit Through The Giftshop”를 작업하기도.
작품에서 느껴지듯 Lady Aiko는 본인의 헤리티지, 뿌리, 근본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이제는 근원적인 것을 표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그녀는 버려진 장소, 다리 밑, 지하철과 같은 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익명으로 작업한다는 점에 끌려 그라피티를 시작했다. 콜라주, 스텐실, 스크린 프린트와 같은 기법을 이용해 그녀는 사랑과 로맨스, 판타지를 표현한다. 스텐실을 자르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이지만, 그라피티 아티스트가 가장 좋아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일상생활, 사진에서 받은 영감을 이미지로 만들어낼 때도 있다. 그중에서도 핀업걸은 그녀가 애용하는 이미지다. 핀업걸의 포즈, 클래식한 의상들은 Lady Aiko의 예술에 많은 영감을 준다. 그녀는 광고 그래픽과 성적인 이미지, 프린트에서 따온 유혹적인 단어들과 이미지에 각종 그라피티 기법을 접목한다. 이로써 레이어가 층층이 겹쳐진 강한 아트워크가 탄생한다.
2012년, 그녀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로서 큰 영광을 누린다. 그라피티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벽, 흔히 ‘키스 해링 벽-맨해튼 Bowery의 휴스턴 스트리트에 있다-‘이라 불리는 곳에 작업을 남긴 첫 여성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Lady Aiko는 키스 해링(Keith Haring),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y), 그리고 레트나(Retna)에 이어 이 역사적인 벽에 자신의 예술을 남겼다. 그녀는 스트리트 아트가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국적,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예술이라고 말이다. Bowery 벽, 그녀의 그라피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Here’s Fun for Everyone.-Aiko.”
Lady Aiko at The Standard, Hollywood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여성은 올바른 대접을 받지 못했고, 교육에 차별을 받았다. 미술사를 엿보더라도 여성은 그저 누드의 소재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헐벗은 여성들은 옷을 입고 작품 밖으로 걸어 나와서 직접 길거리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기존 그라피티를 독점해왔던 남성 아티스트와는 달리 여성의 특성을 십분 발휘한 이들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매체의 주목을 받는 여성 그라피티 아티스트의 수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굳이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이제는 그라피티 신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자리 잡은 그녀들의 행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