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러리 음악(Library music)의 명칭은 원작자가 아닌 프로덕션 뮤직 라이브러리(Production music library, 이하 프로덕션)란 형태의 회사가 제작물의 모든 저작권을 소유한 데서 유래했다. 보통 프로덕션 산하의 작곡가는 급료를 받으며 일하고, 완성된 곡은 소속 프로덕션의 자율에 따라 텔레비전, 라디오, 혹은 영화 제작사에 판매한다. 프로덕션은 각종 미디어 매체나 여타 크리에이터가 배경음악의 용도로 사용할 음악을 집중적으로 생산했으며,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매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카탈로그로 두껍게 쌓아 놓곤 했다. 그리고 1927년 설립된 영국의 데 울프 뮤직(De Wolfe Music)를 시작으로 60년대 70년대의 라이브러리 음악 황금기를 거치며, 프로덕션들의 도서관 겸 창고는 서서히 보물고가 되었다. 일반인 모르게 말이다.
1937년에 세워진 영국의 캐번디시 뮤직(Cavendish Music)은 어느덧 영국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프로덕션이 되었다. 세월을 견뎌온 그들의 철학에 걸맞게, 캐번디시 뮤직의 런던 지하 창고 역시 깊고 넓다. 그리고 2014년, 시간의 먼지에 가린 작품들이 있다는 걸 기억한 후샘플드(WhoSampled)는 여러 크레이트디거(Crate Digger)를 소집해 발굴팀을 조성, 캐번디시의 보물고로 파견했다. 더 나아가 발견된 라이브러리 음악을 사용해 세련된 음향을 만드는 이벤트, ‘샘플레톤(Samplethon)’을 개최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WhoSampled Present: Digging In The Vaults]. 이번 기사의 영도 역할을 담당하는 유명 디제이 겸 크레이트디거, 미스터 씽(Mr Thing)과 크리스 리드(Chris Read)가 참여한 앨범이다.
아쉬움이 남았는지, 미스터 씽과 크리스 리드는 2017년 다시 캐번디시 뮤직의 런던 지하 보고에 모였다. 그리고 캐번디시 뮤직의 70년대 라이브러리 음악을 신중히 선별해 꾸밈없이 담아냈다. 랄로 쉬프린(Lalo Schifrin)의 영화음악을 연상시키는 빅밴드 넘버부터 힙합을 연상시키는 재즈와 펑크의 조각들까지, 그 담음새는 가히 ‘만나’다. 전세계의 디제이와 비트메이커에게 단비가 될 2개 LP 구성의 [The Library Archive – From The Vaults Of Cavendish Music]. 이는 라이브러리 음악으로 다시금 우리를 인도하는 초대장이다. 구매예약과 자세한 정보확인은 BBE 레코즈(BBE Records)에서 가능하니 들려보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을 때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