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차학경의 작품이 함께하는 기획전 ‘먼지 흙 돌’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나 1982년 미국 뉴욕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차학경(Theresa Hak Kyung Cha)은 31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이주자로서의 삶의 경험을 작품으로 풀어낸 작가였다. 그중 여성 10인의 이야기를 다중적이고 분열적인 텍스트로 표현한 “딕테(DICTEE,1982)”는 사회 기득층에 저항하는 의지를 드러낸 그녀의 대표작이다. 장르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작품은 출간 직후 뉴욕의 베스트셀러로 등극, 버클리 대학에서는 신입생 추천도서로, 각 대학에서는 여성학 교재로 쓰일 정도였지만, 그 한글 번역본은 절판된 채 어디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현실이 국내 예술계에서 그녀가 처한 환경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생활한 시간이 더 긴 탓인지 일찍부터 형식을 파괴하고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표현 기법으로 한인 예술사 내 전위적인 행보를 보여온 차학경의 작품세계는 사후에도 국내에서보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권 국가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그녀의 작품을 국내에서 만나볼 기회가 생겼다. 10월 30일부터 12월 20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전시 ‘먼지 흙 돌’이 바로 그것. 전시에는 총 네 명의 작가 피아 아르케(Pia Arke), 알렉산더 우가이(Alexander Ugay), 부슈라 칼릴리(Bouchra Khalili), 차학경이 참여해 이주자들이 갖는 복합적인 정체성과 이로 인해 생성되거나 사그라드는 감각에 주목한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이주를 경험했거나, 아직 이주의 상황 속에 있는 작가들로, 각자가 경험한 환경과 문화는 다를지언정 주제와 접근 방식에서 연결성을 보이며 하나의 완성된 메시지를 전한다. 국내에서 드물게 차학경 작가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네 명의 작가가 겪은 정체성의 혼란 속 단단한 마음의 목소리를 들어 볼 기회, 관심이 있다면 필히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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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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