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좋고, 싫고 또 좋고, 형제자매의 애증을 다룬 사진 프로젝트 ‘We can’t live without each other’

미치도록 신경에 거슬리다가도, 없으면 이상할 정도로 허전한 존재들이 있다. 나와 닮았기에 좋고, 너무나도 다르기에 화가 나는 존재. 자매나 형제가 아마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폴란드 사진작가 카롤리나 보이타스(Karolina Wojtas)는 프로젝트 ‘We can’t live without each other’에서 형제자매의 특이한 관계성과 그 긴장감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13살까지 외동이었다. 그는 자신의 부모님이 형제자매에 관해 물어볼 때마다, “도끼로 동생을 죽이고 나서 먹을 거예요”라고 답했다. 아마 그는 동생이 태어남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으리라. 부모가 주는 사랑을 이제 자신의 동생과 나눠야 한다는 것을. 어쩌면 어린 자신의 동생에게 더 많은 사랑이 쏟아질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프로젝트 ‘We can’t live without each other’는 그런 기억의 연장이다.

카롤리나는 “난 그 기억을 바탕으로, 이상하고 무서운 고문 시나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아이들이 형제자매를 겁주거나 해칠 방법에 관해 조언을 구하는 글은 많았다”고 작업 내용을 밝혔다. 그리고 이 작업과 그 의미에 관해 “형제는 이상하다. 형제는 가장 가까운 가족이지만 때로는 부모님의 사랑을 두고 싸우는 최악의 적이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13살짜리 어린아이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부모의 불평등한 사랑, 영원히 사랑받을 수 없다는 진실 그리고 그 진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잔혹함에 직면했다. 동생의 탄생은 그에게 묘한 상실감을 가져다줬다. 부모에게 그의 지위는 더는 예전 같을 수 없었다. 피를 나눈 존재지만, 형제자매는 서로의 입장을 모른다. 모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다툼이 생긴다. 그는 작업을 통해 “친애하는 형제자매-소유자들이여. 굳건히 버티고 자기 자리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마라”고 말한다.

해당 프로젝트의 사진은 동생을 고문하는 듯한 연출로 꾸며졌다. 알 수 없는 초록색 봉지로 씌운 얼굴, 비행 물체에 쫓기는 동생의 액션, 다리미 기로 짓눌린 피부 등. 이미지에는 부모의 사랑을 나눠야 할 존재를 향한 일그러진 분노가 표출됐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증오로만 가득 차있지 않다. 축 늘어진 동생을 껴안는 장면을 연속적으로 촬영한 이미지 또한 존재한다. 그 안에는 동생을 향한 애증의 감정이 여실히 담겨있다.

프로젝트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그의 사진에는 동생을 향한 증오와 함께 애정이 뒤죽박죽 섞였다. 작가는 인정하고 있다. 동생과 자신은 어느 한 쪽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이다. 이 아이러니에서 출발해 카롤리나의 기묘한 상상력으로 완성한 프로젝트는 기괴하지만 따스하다.

Karolina Wojtas 공식 웹사이트
Karolina Wojtas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PHROOM

김반자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걸 쓰는 일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고 고군분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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