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바닷가 근처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이 있다. 잠수복을 입은 여자들이 바다에 들어가 소라, 전복, 미역과 같은 해조류와 패류를 캐는 모습은 제주도가 아닌 육지에서 사는 한국인, 그리고 바다 건너 서양인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광경일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해녀(海女)로 종사하는 여성은 약 2만 명으로 추산되며, 대부분은 제주도 해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숫자는 매 년 감소해 2006년 당시 실질적으로 집계된 제주도 해녀가 8천 명 남짓인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사실상 해녀는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
별 다른 장비 없이 잠수해 몇 분씩 버티며 바다의 유산을 끌어올리는 해녀의 원초적인 작업 방식은 여성에 대한 일종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각종 생물, 자원,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것들을 모두 품은 바다의 생명력과 그 안에 뛰어들어 일생을 보낸 해녀는 위대한 ‘어머니’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수백 년의 역사 속에서 제주도 여성은 ‘해녀’가 되어 제주 바다를 지켜왔다.
사진작가 김형선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제주도를 오가며 해녀를 만났다. 제주도 해안 근처에 사진 배경으로 쓰일 도구를 설치하고 일과가 끝날 때까지 몇 시간이고 그녀들의 물질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들이 배경 앞에 설 수 있도록 설득했다. 이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아무래도 인위적인 배경에 그녀들을 세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모양. 그러나 그는 끈질기게 설득했고, 지금의 사진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단순히 해녀 문화가 생업이 아닌 제주의 유서 깊은 정신으로 이어져온 만큼 그는 신중하게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2년간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해녀 사진 25점은 묵직하고 진한 울림을 전달한다. 바다의 품에서 벗어나 인공적인 배경 앞에 섰지만 그녀들에게 묻어온 해녀의 삶은 평생에 걸친 것이었다.
김형선이 촬영한 제주도 해녀들은 대부분 예순이 넘은 마지막 해녀 세대로, 가장 어린 해녀조차도 불혹에 가까운 38세. 이들 중 가장 연장자는 무려 아흔이 넘었다고 한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무형문화 유산 목록에 해녀를 등재시키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고군분투 중이다. 제주도 해녀는 현재 문화유산 등재를 두고 일본의 아마(海女: 일본의 해녀)와도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이번 김형선의 사진전이 긍정적인 흐름을 가져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형선은 뉴욕한국문화원 갤러리에서 오는 11일부터 사진전 제주도 ‘해녀’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4월 10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