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행위 및 개념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더라도 무려 736여 시간 동안 빨간 의자에 앉아 관객을 말없이 응시하는 퍼포먼스 ‘The Artist Is Present(예술가가 여기 있다)’의 모습을 한 번쯤 보았을 터. MoMA에서 진행된 해당 퍼포먼스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아무런 움직임이나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때, 예고 없이 등장해 그의 맞은편에 앉은 전 연인을 응시하다가 손을 내밀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현재까지도 종종 온라인에서 불쑥불쑥 등장하곤 한다.
이 외, 1970년대 진행한 ‘Rhythm Series(리듬 시리즈)’ 역시 큰 화제가 됐다. 그중에서도 ‘Rhythm 0’은 6시간 동안 아브라모비치가 가만히 서 있고, 관객들은 작가의 앞에 놓인 72가지의 물건으로 작가에게 무엇이든 행할 수 있는 퍼포먼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브라모비치의 옷은 면도날에 의해 찢어지고 이에 더해 살갗에도 닿기 시작했다. 한 관객은 장전된 총을 아브라모비치의 관자놀이에 갖다 대고, 손가락을 방아쇠에 놓기도. 공연이 끝나고 아브라모비치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달아났다고 전해진다. 아브라모비치는 이에 대해 ‘실질적인 대치로부터 탈출하기 위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에도 꾸준히 작업 활동을 이어오던 그가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스킨 케어와 웰빙 제품을 공개한 것.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Marina AbramoviMethod’라는 작업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행위를 제시하기도 했다. ‘최대한 천천히 의식적으로 물 한 잔 마시기’, ‘쌀알 개수 세기’ 등 마음을 돌보는 수행을 제안하는 카드를 출시한 것. 그는 이 작업의 핵심 원칙을 담아 ‘AbramoviLongevity Method’ 즉, ‘아브라모비치 장수법’이라는 브랜드이자 신작을 발표했다.
함께 공개된 제품은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웰빙 전문가와 함께 제작되었으며, 아브라모비치를 위해 개발된 맞춤형 천연 레시피로 만들어졌다고. 자연을 통한 치유를 제품의 철학으로 내걸며 진행된 해당 스킨케어 및 웰빙 제품은 아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해당 소식에 대해 대중의 반응도 제각각. ‘작가가 돈벌이한다.’’ 혹은 ‘예술가도 돈은 벌어야 하지 않겠냐?’며 이번 스킨 케어 제품 소식을 ‘돈벌이’로 인식하는 반응이 있는 한편, ‘이 역시 후에 퍼포먼스라고 할 것 같다.’, ‘작품 활동의 일환인 건 이해하지만, 평소 그가 추구해 왔던 작업과의 간극이 크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아직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설명이나 해석은 알 수 없지만, 대중에게 해석이 맡겨진 만큼 작가의 이번 행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몫일 터. 늘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작가이니만큼, 급작스레 장수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이해가 가는 바이다. 작품에 달릴 주석을 기다리며 그의 행보를 눈여겨보는 건 어떨까.
이미지 출처 | Abramovic Longevity, M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