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가판대를 펼쳐 놓은 채 수만 달러짜리 작품을 단돈 60달러에 판매하고, 경매에서 16억에 낙찰된 그림을 즉석에서 파쇄해 버리는 등 수많은 기행을 저질러 온 현대미술계의 악동 뱅크시(Banksy).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그의 행동만큼, 그를 추종하는 이들 또한 여간내기가 아니다.
익명의 뱅크시 팬, 그리고 한 미술 큐레이터는 뱅크시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풍선을 든 소녀(Girl With Balloon)’를 가지고 재미있는 실험을 하기로 한다. 이들은 영국의 미술품 수집가에게 2004년에 그려진 ‘풍선을 든 소녀’ 작품을 97,000달러에 구입, 그림에 새겨진 넘버링과 정품 인증서를 없앤 뒤 299장의 위작을 제작했다.
이는 2016년 미스치프(MSCHF)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을 구입, 1,000점의 복제 에디션을 선보인 ‘위조품 박물관(Museum of Forgeries)’과 유사한 형태의 예술 실험으로 ‘무엇이 예술을 진정 가치 있게 하는지’, ‘지금의 예술 작품이 감상의 대상이 아닌 단순한 수집품으로 기능하는 건 아닌지’와 같은 예술에 대한 위선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이들은 원작을 면밀히 조사해 큐레이터 그룹이 원작과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복제품을 만들었고, 총 299개의 위작을 완성, 단 1장의 ‘진짜 풍선을 든 소녀’와 299장의 위작을 각 500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다. 작품을 구매한 300명 중의 한 명은 진품을 갖게 되겠지만, 사실 무엇이 진짜 뱅크시의 작품인지 알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소식을 들은 일부 미술 애호가는 작품이 전부 판매될 경우 실험을 진행한 둘은 150,000달러를 벌게 되고, 여기에서 원작 구매비와 인쇄비를 제해도 상당한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냐며, 허울 좋은 돈벌이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 본의가 무엇이든 뱅크시의 작품으로 지극히 ‘뱅크시스러운’ 콘텐츠를 만든 이들의 프로젝트는 꽤나 흥미롭다.
현재 프로젝트 웹사이트에서 이메일 주소 입력을 통해 구매 등록을 할 수 있고, 올여름 이중 프린트 수량대로 300명을 선정, 진품, 혹은 위작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과연, 이들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여름에 들려올 소식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