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다빈치, Theo Jansen의 매커니즘으로 탄생한 Strandbeest 시리즈

1990년 네덜란드 바닷가에 기이한 모양의 물체가 등장해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노란색 플라스틱 관을 뼈대 삼아 테이프로 연결한 몸체엔 16개의 다리가 붙어있었고, 등에는 부채 같은 깃털이 거대하게 달려 있었다. 이 기이한 물체는 엔진도 모터도 없지만 바람이 불면 스스로 움직였다. 곧 사람들은 이 물체를 ‘해변의 괴물(Strandbeest)’이라 불렀다.

이 기계생물체를 만든 이는 다름 아닌 융합형 예술가 테오 얀센(Theo Jansen)으로, 1948년 네덜란드 헤이그 근교의 바닷가 마을 스헤베닝엔에서 태어났다. 놀라운 사실은 그는 예술 전공자가 아니라 델프트공과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과학자라는 것. 그는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 온 벌레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컴퓨터로 단순한 가상 생물체를 만들던 어느 날, 실제로 움직이는 기계생물체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작품을 탄생시켰다. 곧 이 생물체는 바람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면 깃털이나 종이, 비닐로 만든 돛이 반응하며 온몸의 관절이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 그 자체를 구현했다고 평가받게 된다.

앞서 말했든 얀센은 해변의 괴물을 일종의 ‘생명체’로, 칭하고 있으며 그렇게 탄생한 생명체는 화석연료나 전기모터 등 인공적인 에너지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가 이 동물에게 불어넣은 것은 ‘바람’이라는 자연 에너지로,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라면 어디에서든 활보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다. 유전자 알고리즘을 사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최적의 구조와 형태를 갖춘 동시에, 관절 간의 상호작용이 기본 원리로 작동되어 바람이라는 동력을 얻어 나갈 수 있는 것. 이 동물은 미학적 조형성뿐만 아니라 생물진화론과 공학적 작동 원리가 정교하게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재밌는 사실은 실제 동물과 같이 이 해변의 괴물 또한 폭풍우와 바닷물이라는 자연적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수세대에 걸쳐 진화해 왔다. 1990년 첫 발상으로 시작된 프리글루톤 시기에는 단순히 노란색 관을 단백질로 구상했다면, 이후 다양한 진화를 거쳐 테피데엠(1994~1997년) 시기는 DNA 정보 전달을 이용한 번식을 이용했다. 유전자 정보가 골격을 구성하는 막대라면, 그 막대는 생명체의 형태뿐만 아니라 걷는 특성까지 결정한다는 것. 따라서 테피데엠 시기에는 생명체를 해변에 풀어놓고, 빠른 동물에게만 살아남는 특권을 줬다. 이후 승자의 유전자 코드인 막대를 복제하여, 느려서 도태된 동물의 관을 승자의 관으로 교체했다. 이 결과 도태된 유전자는 새로운 유전자로 대체되었다. 어찌 보면 일종의 수동번식의 방법. 더하여 이 시기에는 돌연변이 또한 등장해, 구부러진 다리가 무게 지탱을 강하게 해주어 생명체의 달리기 속도가 오히려 빨라진 동물도 등장했다고. 또한 2001년부터 2006년 바포룸 시기는 해변동물이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저장하기 시작했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도 스스로 움직이는 형태로까지 진화했다. 근육을 플라스틱 관에 끼워 피스톤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 위는 플라스틱병으로 만들었으며, 자전거펌프를 이용해 압축 공기를 채워나갔다. 나아가 이 시기의 해변동물은 뼈와 근육이 하나로 되어 있어 인간의 몸무게보다 가벼웠다.

테오 얀센과 해변의 괴물의 진화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테오 얀센은 완벽한 자동화를 위해 고뇌하고 있으며, 뇌를 탑재해 판단을 내리는 케레브룸까지 등장시켰다. “공학과 예술의 경계는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한다”라는 말을 테오 얀센은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Strandbe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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