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대변인, 내부고발자, 활동가로서의 사진작가 Nan Goldin

지난 12월, 아트리뷰(ArtReview)의 ‘Power 100’ 명단이 공개됐다. ‘Power100’은 미술계 내부 인사 40명으로 구성된 패널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을 선정한 리스트로, 2023년 22번째를 맞았다. 그리고 2023년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된 주인공이 바로 사진작가 낸 골딘(Nan Goldin). 아트리뷰 측은 낸 골딘을 ‘기록하고 목격할 뿐만 아니라 대변인, 내부고발자, 활동가, 윤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예술가의 모델을 제시하는 가장 저명한 인물’이라고 묘사한다.

낸 골딘은 1953년생 미국 태생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자 활동가로, LGBT 하위문화, HIV/AIDS 위기, 오피오이드 위기(opioid epidemic) 등을 작품의 주제로 삼아 왔다. 낸 골딘은 자신 주변의 인물을 스냅숏(snapshot) 형식으로 촬영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은데, 활동가로서의 정체성 또한 강한 그는 ‘P.A.I.N(Prescription Addiction Intervention Now)’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미국에 오피오이드 위기를 확산한 새클러 가문(Sackler Family)을 겨냥하는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낸 골딘은 워싱턴 D.C.의 중산층 유대계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다. 작가는 11살 무렵 언니 바바라를 자살로 잃은 후 큰 혼란을 겪고 약물과 성에 의존하게 된다. 13살에서 14살 무렵 가출 후 위탁가정을 전전하던 그녀는 1969년 처음으로 카메라를 접하게 된다. 낸 골딘의 초기작은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드랙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드랙퀸을 분석하고 폭로하던 당시의 다른 작가들과는 다르게 낸 골딘은 그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시선을 사진에 담았다.

The Ballad of Sexual Dependency

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이사한 그녀는 포스트 펑크 뉴 웨이브 음악 신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또한, 스톤월 항쟁 이후(post-Stonewall)의 상황과 바워리(Bowery) 지역의 약물 문화에도 관심을 뒀다. 이 시기, 즉 1979년에서 1986년 사이에 촬영된 사진은 “성적 종속물에 관한 발라드(The Ballad of Sexual Dependency)”라는 제목의 슬라이드 쇼 형식의 다큐멘터리와 아티스트 북으로 출판되었고, 현재에도 회자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이 작업의 제목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희곡 “서푼짜리 오페라(The Threepenny Opera)”에서 가져왔다.

낸 골딘은 활동가이기도 하다.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팔레스타인 해방과 가자지구의 휴전을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하거나, 뉴욕타임스 매거진(New Yorks Times Magazine)이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편파적인 기사를 내는 것에 협업 프로젝트를 취소하기도 하는 등 평화를 위한 다양한 실천을 하고 있다.

2022년에는 그녀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가 개봉하기도 했다. 데뷔 후 50년이 지났지만 한결같은 꾸준함으로 끝없이 투쟁하는 낸 골딘.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이미지 출처 | Gagosian, Aper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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