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borghini Art Center에 전시된 가짜 하지메 소라야마 x 디올 작품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제조사 람보르기니(Lamborghini)의 핵심 시장 중 하나 중국. 2023년 기준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 내 람보르기니 판매량은 전 세계 3위(1위 미국 3,000대, 2위 독일 961대, 3위 중국 845대)에 달할 정도로 경제 불황의 먹구름 속에서도 중국인의 슈퍼 카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에 람보르기니는 지난 11월,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레부엘토 오페라 유니카(Revuelto Opera Unica)’의 세 번째 ‘원 오프(One-Off, 오로지 한 대만 제작한 상품)’ 모델을 중국 한정으로 공개하더니 12월엔 전 세계 최초로 상하이에 람보르기니 아트 센터를 건립하면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무려 1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원 천비궁(Tianhou Palace)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 이번 전시회는 람보르기니의 유산을 소개하는 자리와 더불어 카우스(KAWS), 뱅크시(Banksy), 나라 요시토모(Nara Yoshitomo)와 같은 거장의 작품도 대거 전시하며 예술을 통해 미래 기술, 생명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미학을 탐구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그렇게 약 10일간 펼쳐진 성대한 이벤트를 통해 람보르기니의 절절한 순애보가 상하이를 넘어 중국 전역에 성공적으로 녹아드는 듯했으나, 어째 람보르기니 측에서 실수를 저질러도 단단히 저지른 듯하다. 바로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 중 하나가 가품으로 판명 난 것. 그것도 전 세계에 단 한 점뿐이라고 알려진 하지메 소라야마(Hajime Sorayama)와 디올(Dior)의 협업 조각상을 말이다.

조각상을 판명한 기관은 다름 아닌 소라야마가 유일하게 파트너십을 맺은 일본의 현대미술관, 난즈카 언더그라운드(Nanzuka Underground). 난즈카 측은 지난 5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람보르기니 아트 센터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소라야마의 가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저희나 소라야마 측은 이 작품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적이 없습니다”라는 입장문과 함께 다른 작품들의 정가품 여부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디올의 수장, 킴 존스(Kim Jones)가 2019 프리폴(Pre-Fall) 컬렉션의 주제 ‘복고적 미래주의(Retro-Futuristic)’를 위해 소라야마에게 직접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이 알루미늄 조각상은 제작 기간만 20일, 무게 1톤에 달하는 초대형 ‘가이노이드(Gynoid, 여성 로봇)’로 그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그의 예술 철학이 축적된 작품이기에 더욱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런 엄청난 작품에 먹칠을 했으니, 이 사실이 중국 전역에 알려지면 중국인들의 쩌렁쩌렁한 항의가 람보르기니 본사에 까지 메아리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독환주(買櫝還珠), 꾸밈에 현혹되어 정말 중요한 것을 잃는다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역시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이미지 출처 | NANZUKA UNDER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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