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슈프림(Supreme)이라는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창의적인 그래픽의 티셔츠 때문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이젠 너무나도 뛰어난 브랜드가 많다. 획기적인 콜라보 때문인가? 영국에서 온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또한 우리들의 뒷통수를 치면서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슈프림이 가지고 있는 슈프림 만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오직 그들이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필자는 본 이유를 약 4년 만에 새롭게 공개된 3번째 풀렝스(Full-Lenth) 비디오, “Play Dead”에서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시간에 달하는 본 영상은 몇 년간 더욱 진하게 노출하던 영상의 보라색 색감을 지우고, 비교적 덜 알려진 루키들의 모습을 비추면서 시작한다. 한 명, 한 명 새로운 루키들은 말 그대로 예측 불가능한 기술을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그 뒤 하나 둘 등장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스케이터들, 벤 카도우(Ben Kadow)는 독특한 옷을 입고 독특한 기술을 통한 라인을, 마지막 파트를 장식한 타이션 존스(Tyshawn Jones)는 뉴욕의 쓰레기통부터 지하철의 갭까지 모든 것을 가볍게 성공시키는 파트를 통해 여과 없이 자신들을 드러내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이미지 컷에선 스케이터들이 길거리의 천태만상 풍경을 비추며 스케이트보드가 지닌 거친 이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렇다면 여기서 슈프림만이 가진 무언가는 무엇일까. 뛰어난 기술은 다른 비디오에도 즐비하고, 스케이트보드의 거친 이미지는 다른 곳에서도 손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본 영상 속 출연하는 스케이터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슈프림에 열광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슈프림의 팀원들은 각자가 모두 특별하다. 누군가는 딱 달라붙는 바지에 셔츠를 입으며, 누구는 다리가 4개는 들어갈 거 같은 바지를 입는다. 여타 다른 브랜드의 스케이트보드 비디오와 팀을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90년대 스케이트보딩을 추구한다면 브랜드의 팀원들이 대부분 헐렁한 바지와 큰 옷을 입으며, 올드스쿨한 스케이트보딩 스타일을 선보일 것이다. 하지만 슈프림에서는 반대로 다른 브랜드, 다른 영상들에서는 볼 수 없는 스케이터 개개인의 ‘개별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군가는 힙합 문화에 어울리는 차림을, 누군가는 록스타의 모습으로 자신만의 기술을 필두로 길거리를 자유롭게 누빈다. 그렇기에 슈프림의 비디오에서는 획일화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으며,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거리의 새로운 풍경들은 있는 힘껏 목소리를 내뿜는다. 우리는 이렇게 자유로운 모습을 보며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슈프림에 담긴 ‘어느 것에도 결박되지 않은 자유로움’을 보며. 길거리 문화의 근본적인 재미를 시청각적으로 얻으며 열광하게 되는 것일 테다.
일반적인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의 풀렝스 필름은 새로운 도시에서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거나, 스케이터의 뛰어난 성장을 선보이거나, 새로운 인물의 투입, 새로운 시도를 필두로 발매되지만 슈프림은 이번에 이러한 클리셰를 따라가지 않았다. 대신에 슈프림은 자신들의 강점을 확실히 강조했다. 슈프림 밖에 보여줄 수 없는 모습, 거리 문화의 근본적인 요소인 ‘개별성’을 보여주었다. 이 문화에서 자신만의 개성이 없다면 정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에 슈프림은 죽을 일 없어 보인다. 슈프림이 소집한 팀원들은 한 명 한 명이 개성이 넘쳐흐르기에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슈프림에 아직까지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다. 당신이 슈프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본 영상은 한 번쯤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거리 문화를 좋아한다면 우리가 열광하는 것처럼 당신도 분명 열광할 것이다. 또한 본 영상을 기념한 티셔츠와 DVD를 판매하고 있으니 관심 있다면 본 영상과 함께 이들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