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 벌어진 동심 파괴 Willy Wonka 이벤트 참사

로알드 달(Roald Dahl)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이를 원작으로 제작된 두 편의 영화, 그리고 최근에 개봉한 “웡카(Wonka)”까지, 신비롭고 거대한 초콜릿 공장을 둘러싼 세계관의 팬이라면 윌리 웡카(Willy Wonka) 공장의 실제 모습에 대해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지난 2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윌리의 초콜릿 체험(Willy’s Chocolate Experience)’ 이벤트가 개최될 것이라는 소식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해당 이벤트의 주최사는 하우스 오브 일루미나티(House of Illuminati)라는 행사 전담 회사로, 각종 사탕과 초콜릿, 그리고 윌리 웡카를 연상시키는 마법사가 나타나는 AI 생성 이미지로 점철된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초콜릿 낙원’과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행사는 우리 돈으로 약 6만 원에 달하는 절대 싸지 않은 티켓과 웹사이트의 홍보 이미지에서 보장된 듯했던 몰입형 체험과는 거리가 멀었다. 행사는 텅 빈 창고에서 개최되었고, 몇 가지 사탕 테마의 플라스틱 소품과 조악한 배경 장식이 곳곳에 배치된 모습이었다. 위 사진을 통해 덩그러니 놓인 각종 장식과 뜬금없는 마리오(Mario) 시리즈 속 배관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현장 사진을 확인해 보면 지저분한 창문과 콘크리트 벽면 및 바닥 등은 부푼 기대를 안고 방문했을 이들의 동심을 깨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행사장을 배회하던 방문객을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형형색색의 가발을 쓴 배우들로, DIY 의상을 입은 듯한 배우들이 인사를 하며 젤리 빈을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행사에 고용된 배우들은 수개월 간 대본을 외우며 대사를 연습했지만, 행사 직전 대본을 따르지 말고 임기응변으로 연기하라는 통보를 받아 몇몇 아이들은 과한 애드리브에 겁에 질려 울면서 달아나기도 했다. 주최사가 약속한 달콤한 간식은 젤리 빈 한 개와 레모네이드 반 컵, 환상적인 정원은 황량한 창고로 구현된 셈이다. 자녀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 주고 싶었던 부모들은 곧이어 경찰에 신고하고 주최사로부터 환불을 요구하는 등 크게 분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윌리 웡카 이벤트는 개최 후 하루가 지나기 전에도 취소되었다. 

이러한 황당한 사건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며 움파 룸파(Oompa Loompa) 역할로 고용된 배우 한 명이 울적한 표정으로 가상의 초콜릿을 제조하고 있는 모습이 바이럴되기도 했다. 움파 룸파의 상징적인 주황색 피부색은 온데간데없을뿐더러 사탕 제조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실린더와 플라스크를 그럴듯하게 조작하고 있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는데, 일각에서는 어딘가 허술한 분위기와 자욱한 연기가 영화와 드라마 속 마약 제조실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도 있다. 주최사는 미흡한 행사 운영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실망한 모든 이들에게 전액 환불을 약속했지만, 이번 윌리 웡카 체험은 2017년에 일어난 파이어 페스티벌(Fyre Festival)이나 행사장 침수로 인해 진흙탕 엑소더스로 알려진 2023년 버닝맨(Burning Man)과 같이 역사에 길이 남을 낭패가 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Facebook, Willy’s Chocolate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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