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의 70년 수집 기록 ‘참소리 박물관’

필자의 유년 시절, 강릉에 가면 늘 방문하던 장소가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참소리 박물관’이다. 늘 억지로 끌려가다시피 들르던 그곳은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기억된다.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수백, 수천 개의 축음기, 무식하리만치 거대한 수많은 전자제품과 뜬금없이 전시된 흡사 ‘애나벨(Annabelle)’을 연상시키는 인형 등이 어린 필자를 늘 주눅 들게 하고 공포에 떨게 했던 것. 그러나 시간이 흘러 참소리 박물관은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장소로 자리 잡았다. 참소리 박물관은 경의를 느낄 정도로 장대한 문화 예술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참소리 박물관은 관장인 손성목의 개인적인 애정에서 시작되었다. 1992년 정식 개관한 이후 현재까지도 강릉에 자리 잡고 있다. 수집의 시작은 1948년, 여섯 살 무렵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컬럼비아 G-241 포터블 축음기(Columbia G-241) 하나만을 가지고 전쟁과 1·4후퇴의 피난을 겪은 일. 이후 축음기에 대한 사랑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고, 현재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 에디슨 과학 박물관, 손성목 영화 박물관까지 세 건물에 소장된 수집품은 무려 10만 점이 넘는다.

에디슨과 나란히 선 손성목 관장 (참소리 박물관 作)

그가 70년이라는 세월 동안 축음기를 수집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기도 하다는데. 가장 대표적인 발명품인 전구와 함께 최초의 축음기를 만든 인물이 바로 에디슨이기 때문에 그가 에디슨의 발명품까지 수집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전 세계 축음기 및 에디슨 발명품의 과반수가 그의 수집품일 정도.

참소리 박물관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 박물관이다. 그 이유는 소장품의 희귀성에서 찾을 수 있다. 1913년에 제작된 ‘에디슨 일렉트릭 배터리 카(Edison Electric Battery Car)’는 현재 단 두 대만 남아 있다. 한 대는 미국 헨리 포드 박물관(The Henry Ford)에, 그리고 나머지 한 대가 바로 참소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외에도 에디슨이 1877년 발명한 세계 최초의 축음기 ‘틴포일 포노그래프(Tinfoil Phonograph)’, 1889년 최초의 영사기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 그리고 1900년 제작된 전 세계 단 한 대뿐인 축음기 ‘아메리칸 포노그래프(American Phonograph)’ 등이 보관되어 있다. 특히 1980년, 아메리칸 포노그래프를 구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향한 그는 극적인 사건을 겪었다. 공항에서 개머리판에 왼쪽 견갑골을 맞아 뼈가 부러졌지만, 피를 흘리면서도 경매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극적으로 해당 물건을 손에 넣었다.

단순한 ‘수집’이라기엔 세대를 아우르는 어떠한 비장함이 느껴진다. 손성목 관장의 지칠 줄 모르는 수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혹 강릉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일정에 참소리 박물관 방문을 추가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미지 출처 | Seoul Art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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