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자에서 공여자로 역전한 런던의 fabric

‘#savefabric’을 들어본 적 있는지. 이는 1999년에 출범해 지금은 런던을 대표하는 클럽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패브릭(fabric)이 작년 9월 잠정적인 영업 정지 처분을 받으며 시작한 캠페인이다. 당시 런던의 이슬링턴 의회(Islington Council)는 클럽에서 자행된 불법적인 마약 거래와 잇따른 청소년의 사망으로 인해 불가피한 법적 조치를 했고, 패브릭은 15년 만에 과거의 유물이 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 런던의 화려한 밤 문화와 전자음악의 부흥을 일게 한 이곳을 애지중지하던 많은 이가 #savefabric 캠페인을 벌이며, 총 330,000파운드(한화 약 4억 9,196만 원)라는 거금을 모아 올해 1월 법적 제재로부터 해방시켰다.

이처럼 패브릭을 소생시킨 데에는 런던 시민뿐 아닌 세계 각지의 금전적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 클럽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계속해 그 명성을 키워나가고 있으며, 며칠 전에는 작년 캠페인에서 모금된 총액의 잔금인 68,000파운드(한화 약 1억 137만 원)를 몇몇 특정 단체에 후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대상에는 ‘The Loop’, ‘NTIA(Night Time Industry Association)’, ‘Music Venue Trust’ 그리고 ‘Centrepoint’ 총 네 곳이며 각각 13,500파운드(한화 약 2,012만 원)를 전달하며,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Midi Music Company’, ‘Make-A-Wish UK’, ‘Nordoff Robbins’와 ‘YUAF(Young Urban Arts Foundation)’에 3,300파운드(한화 약 491만 원)를 건넬 것이라 밝혔다.

패브릭은 단순한 유흥 공간을 초월하여 특정 문화를 대표하는 곳으로 발전했고, 그 일련의 과정에는 사회 구성원이 갖춘 고차원적인 시민 정신이 존재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savefabric이 논쟁의 중심이 되었을 당시, 캠페인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던 집단이 소수가 아니었던 점 역시 사실이지만, 조그맣던 캠페인이 사회적 이슈로 번지게 된 현상 자체를 미루어보아, 그 파급력과 유의미성을 배척하기는 힘들 것. 문화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유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은 점과 가까스로 그것을 실현해낸 사실에서 분명한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Fabric London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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