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영화 100년을 맞이한 해였다. 이에 수많은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과 함께 기념비적인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한국 영화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유신정권, 광주 민주화운동,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격변의 시대 속에서 살아남아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는데, 이러한 암흑기를 거쳐 지금의 한국 영화가 있기까지 시대에 저항해온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이 광주에서 열린다.
오는 11월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7일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 시네마테크와 광주극장, 광주독립영화관에서 ‘한국 나쁜영화 100년’ 특별전을 독립영화 감독 포럼, 인디포럼과 공동으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감독의 작가정신과 미학, 시대정신과 저항정신을 담은 작품과 국가로부터 검열받고 제도권 바깥에서 배제된 작품을 재조명하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 나쁜영화 100년’ 특별전은 한국의 나쁜 영화가 탄생하는 데 일조한 검열의 추억을 조금 알고 갔을 때 더 이해가 쉬울 수도. 먼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대중문화 탄압이다. 대중문화에 전반적인 통제와 가위질로, 한국의 대중문화는 기형적으로 퇴보되는 흑역사를 남겼다. 1962년, 박정희 정권이 헌법에 직접 검열을 허가 할 수 있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 1962.12.26 제6호 헌법 제18조 제2항
다만 공중도덕과 사회윤리를 위하여는 영화나 연예에 대한 검열을 허가할 수 있다.
1973년에는 영화 검열을 강화하고 박정희 정권의 이념을 주입할 목적으로 ‘영화개정법’을 시행하면서 반정부 내용을 담은 영화를 제작하지 못하게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에로영화’의 제작이 활발해지던 시대였다. 70~80년대 정권은 에로영화에는 검열의 잣대가 매우 관대해서 감독은 에로영화를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80년대에 들어서는 전두환 정권이 시작한 통칭 ‘3S’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비판 정신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작품보다는 오직 섹스를 주제로 한 작품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물론 촬영 기법이나 제작 방식도 함께 발전되었다.
현재로 돌아와 한국 영화는 이미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1,000만 관객영화의 등장도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이는 수입과 배급, 멀티 플렉스 극장까지 일부 기업이 독점하여 관객에게 다양성을 제공하기보다는 의도적으로 기업에서 유통하는 작품, 또는 극장의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영화 편성으로 상영시간표를 도배하면서 탄생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90년대 말 이후 우후죽순 늘어난 영화제 역시 국가로부터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한편으로는 지방 행사로 전락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박근혜 정권 때 세월호 사건을 다룬 작품 “다이빙 벨”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상영할 때 영화제 측은 정치적 외압과 폭력을 견뎌내야 했으며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문화계 인사를 블랙리스트로 분류하는 문화적 퇴보를 또다시 맞이한 바 있다.
어찌 됐건 한국 영화사의 명암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이번 ‘한국 나쁜영화 100년’의 개막식에는 한국 영화 10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 이장호 감독이 축사를 맡는다. 이장호 감독 역시 1984년 개봉 작품 “바보선언(Declartion of fools)”으로 당시 시대를 신랄하게 비판했을뿐더러 파괴의 미학을 보여준 작품으로 한국 영화사에 이름을 남긴 감독이기도 하다.
이번 특별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장선우 감독의 “나쁜영화”와 “거짓말”. 곡사 감독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 등을 상영하며 193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나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빌려 불온한 영화로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마무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행사 정보
일시 │ 2019년 11월 28일(목) ~ 2019년 12월 4일(수)
장소 │ ACC 시네마테크,광주극장, 광주독립영화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