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한 자신과 잠시 작별을, UNFOLLOW 실험음악 & 테크노 페스티벌

으레 페스티벌이라면 현란한 홍보 의례를 거친다. 그러나 이 언팔로우 페스티벌(Unfollow Festival), 실험음악 테크노 축제라 스스로 소개하며 이미 익숙한 구조와 관계에 안주한 자신과 잠시 언팔로우(#unfollowyourself)할 것을 권고하는 이들의 의도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본 페스티벌을 기획, 주도하는 집단 김치앤칩스(Kimchi and Chips)를 만난 곳을 홍대입구역 인근 라이즈 호텔(RYSE) 15층의 바 사이드 노트 클럽(Side Note Club). 이들은 에이블톤 라이브(Ableton Live)의 공동 개발자이자 설립자인 로버트 행케(Robert Henke)와 바이닐 음반을 제작 중이었다. 유럽 모 전시회에서 참여 아티스트 간의 관계로 만났다는 그들. 로버트는 김치앤칩스를 그로부터 줄곧 지켜보았다며 언팔로우 페스티벌을 향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언팔로우 페스티벌의 프리 이벤트(Pre-event)로 기획된 설치 미술 강연의 연사로서 내한한 그와 김치앤칩스 멤버 사이에서 나눈 그날의 대화 중 극히 일부를 첨부한다. 통속적이지 않은 본 축제의 의도를 엿볼 수 있을 것. 현대미술, 예술계에 관해 떠든 그 뒷부분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김치앤칩스란 어떤 집단인가?

김치앤칩스: 김치앤칩스는 설치 미술 스튜디오로, 파주에 근거한다. 영국의 엘리엇 우즈(Elliot Woods) 작가와 국내의 손미미 작가가 함께 설립했기에 이름이 김치앤칩스가 된 거다. 그 이외에도 두 명의 프로듀서와 디자이너가 함께한다.

언팔로우 페스티벌을 기획한 배경은?

김: 파주에 정착한 후 시간을 두고 기웃거려보니 생각보다 문화적인 움직임이 활발한 곳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멋들어지게 계획된 도시임에도 말이다. 언팔로우 페스티벌은 처음부터 멋진 무언가를 만들자며 시작한 건 아니다. 다만 이곳 파주에서 재미있는 소동을 일으키고픈 마음에 막연히 구상하던 것을 우연한 기회로 실체화한 것일 뿐이다. 미디어 아트와 음악으로 풀어낼 언팔로우 페스티벌은 7월 6일 낮부터 진행되는 파주자유음악축제, ‘ㅍㅍㅁㅍ’와 연계로 이틀간 진행되며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TI)과 경기문화재단 등의 도움을 받았다.

어째서 언팔로우(Unfollow)였나.

김: 녹화된 듯한 홍보 영상을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 통상 페스티벌의 이름으로 반복되는 그러한 형식을 거부하고자 이름을 언팔로우라 정했다. 나아가 우리는 평소의 자신을 잠시 접어두고, 그 순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날 것의 경험을 음악과 이야기로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또 파주가 어떻게 보면 경계에 위치하지 않나. 여기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축제 기획은 설치 미술 스튜디오의 전문 영역은 아니다.

김: 맞는 말이다. 그래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는 동료와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하기 싫은 일이란?

김: 우리가 잘나서 하기 싫다는 말이 아니다. 언팔로우 페스티벌은 작은 생각들로 이뤄진 만큼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르다. 벌려놓은 일이 커지며 자연스레 축제가 되었으니 이들을 조율하는 경험이 없는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는 적지 않았다. 나중에 언팔로우 페스티벌의 비화를 묶어 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언팔로우 페스티벌은 통상의 축제와 결이 다르다.

김: 애초 “왜 이 동네는 건축물이 다 개방되어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만큼, 김치앤칩스 스튜디오에서 연 작은 바베큐 모임을 시작으로 파주의 여러 움직임을 한 곳에 모으려 했다. 용기 내어 문을 두드린 홍보 경험 없는 우리와 이에 답해준 파주의 여러 공간이 함께 만들기에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본 페스티벌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김: 초기 슬로건으로 내건 ‘대문을 열자’로 설명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지역을 활짝 열어 파주에 자리한 이와 외부인이 어울릴 자리를 마련하려 했다. 물론 도중에 또 우리끼리만 즐길 행사를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한 적도 있지만, 정말 재미있는 축제를 파주에서 기획하려는 우리의 진심에 힘을 실어주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난 지금, 언팔로우 페스티벌은 우리를 포함한 여럿이 같이 문을 여는 과정이다.

7월 6일부터 7일까지, 언팔로우 페스티벌은 계획도시 파주에 자리한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명필름,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김치앤칩스 스튜디오 등 파주출판단지 내의 곳곳에서 벌어진다.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 라이즈 호텔(RYSE Hotel), 지자체 등의 후원을 받는 언팔로우 페스티벌. 이들의 군살 없는 라인업은 전하려는 말을 더 명확히, 간결히 한다. 이하는 자세한 행사 정보와 출연 아티스트의 간단한 소개다.

Kimchi and Chips 공식 웹사이트
UNFOLLOW Festival 공식 웹사이트
UNFOLLOW Festival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행사 정보

일시 │ 2019년 7월 6일(토) ~ 7일(일)
장소 │ 파주출판도시 내 지혜의 숲, 명필름아트센터 (파주시 문발로 일대)
예매네이버 입장권 예매 링크
문의 │ unfollow@kimchiandchips.com

국내 출신부터 살펴보자. 6월 유럽 투어를 마치고 복귀한 디제이 보울컷(DJ Bowlcut)과 5월 말 EP [re:FLEX*ion]을 발매한 넷 갈라(Net Gala).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민중 엔터테이너’ 야마가타 트윅스터(Yamagata Tweakster). 장소, 시간 불문 테크노 이벤트를 기획하는 집단 콘스탄트 밸류 서울(Constant Value Seoul)의 미디어 아트. 다음은 해외 출신 아티스트다.

침묵 속 소음, 그 질감을 잡아 음악으로 만드는 스위스인 에이샤 데비(Aïsha Devi). 7월 5일 발표가 예정된 EP [S.L.F.]를 처음 선보이는 공식적인 자리이며 그녀의 첫 내한공연이다. 이는 함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대만인 무코! 무코!(Meuko! Meuko!)도 마찬가지. 역시 언팔로우 페스티벌로 첫 한국 데뷔를 치를 그녀는 이미 매달 송출하는 본인의 NTS 방송과 작년 여름 내놓은 [鬼島]로 많은 음악적 동료를 모은 상태다. 마지막으로 런던을 기지 삼아 활동 중인 엔키시(Nkisi)도 놓칠 수 없다. 올해 초 세계 디제이 신(Scene)에 유행처럼 돌아온 하드 댄스(Hard Dance)의 선두주자 중 하나인 그녀의 기반은 90년대 레이브(Rave) 문화다. 그의 NTS 방송과 레이블 논 레코드(NON Records)에서 서울에선 맛보기 힘든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다.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