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첫 등장, 당시 꿈틀거리던 일본 브랜드와 함께 하라주쿠 부흥기를 이끌어낸 베이프(A Bathing Ape)는 개성 넘치는 그래픽과 품질 좋은 의류로 일본 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오랜 시간 그 정체성을 지켜나갔지만, 언제까지고 인기를 지속하지는 못했다. 누구나 나이를 먹듯이 베이프의 오랜 마니아층도 나이를 먹는다. 누구보다 베이프를 좋아하던 소년도 어느새 슈트를 입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베이프의 디렉터 니고(NIGO)는 이런 변화에 발맞춰 2010년, 미스터 베이프(Mr. Bape)라는 새로운 라인을 런칭한다. 긴 시간 확보한 베이프 마니아를 위해 베이프의 감성을 가미한 신사복 브랜드를 새로 만든 것. 이전 베이프에서 발매하던 스니커를 변형한 멋들어진 윙팁과 카모 넥타이, 앙증맞은 원숭이 로고가 새겨진 셔츠 등 중장년층을 겨냥한 세련된 클래식 웨어를 발매했다.
이번 2016년 F/W 시즌 컬렉션 역시 이들을 정확히 겨냥했다. 미스터 베이프의 수염 로고를 삽입한 셔츠와 카모 패턴을 자연스레 섞은 슈트 재킷 등 평범한 듯 개성 넘치는 ‘어른의 옷’을 만들었다. 갑갑한 비즈니스 룩을 이렇게 해소하는 방식은 확실히 재미있다. 여기에 소비자와 함께 익어가는 베이프의 마인드 또한 성숙하다. 이번 발매하는 2016 F/W 컬렉션은 곧 베이프의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