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의 아류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이소룡-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

바가지 머리에 노란색 트레이닝 복, 특유의 괴이한 소리를 지르며 발차기를 내지르는 모습까지. 짧은 생애를 살아온 홍콩의 액션 스타 이소룡(Bruce Lee)은 지금까지도 무수히 많은 미디어에서 오마주 되는 전설적인 존재다. 그에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그가 세상을 떠날 때 나이가 고작 서른셋이었으며, 고작 여섯 작품 남짓의 적은 필모그래피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이후로 10년간 홍콩 영화계에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이소룡의 외모와 무술 실력을 닮은 아류 배우들이 이소룡의 이름을 달고는 괴이한 B급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 그들의 이름은 ‘Bruce Li’, ‘Bruce Le’, ‘Bruce Lei(혹은 Dragon Lee)’, ‘Bruce Thai’ 등으로 불렸다. 이소룡의 작품으로 오인되는 “신 사망유희”처럼 유명한 영화부터, 영국 첩보기관이 사망한 이소룡의 혈액으로 세 명의 복제 이소룡을 만든다는 괴랄한 내용을 담은 “브루스 리의 클론들”까지. 이소룡의 아류 배우들이 등장하는 이 괴작들은 서구권의 남성들에게는 그야말로 히트상품이었다.

브루스플로이테이션의 최대 괴작 “브루스 리의 클론들” 트레일러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심지어 전혀 연관 없는 동아시아 액션 영화를 수입해 제멋대로 편집하고 자국의 언어를 더빙한 서방의 영화 수입업자들도 등장했다. 이탈리아 B급 무비 시장을 호령했던 전설적인 인물 움베르토 렌치(Umberto Lenzi) 역시 도둑질에 버금가는 영화 재창작에 가담했다. 영화학자들은 이 현상을 향해 ‘브루스플로이테이션(Bruceploitation)’이라 명명했다. 이소룡의 영어 이름인 ‘브루스(Bruce)’와 아류작들을 쏟아내는 현상인 ‘익스플로테이션(Exploitation)’의 합성어인 것(한국 영화와 브루스플로이테이션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KMDB에 게재된 이영재 영화 연구가의 글을 참고해 보자).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데이비드 그레고리(David Gregory)는 1970년대에 발생한 이 기이한 현상에 주목한다. 그는 50년이 지난 지금 이소룡의 아류작을 찍었던 배우, 감독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시작한다. 영화 “이소룡-들”은 ‘이소룡’의 이야기가 아닌 ‘아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영화 “이소룡-들”은 미국 트리베카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바로 부천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번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메리 고 라운드’ 섹션에서 인터네셔널 프리미어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자세한 내용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를 참조하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사이트


이미지 출처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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