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30분의 역작, 영화 “사탄 탱고”

필자는 한 달 전 어느 사진 세미나에서, 발표자가 한 말에 흥미를 느꼈다. 한 권의 사진 책에 보통 몇 장의 사진이 들어가야 적당한 것인가라는 한 참여자의 질문에, “사진 책의 시퀀스는 마치 영화와 같다. 우디 앨런(Woody Allan)의 영화처럼 1시간 30분이 될 수도 있지만, 벨라 타르(Tarr Béla)의 사탄 탱고(Sátántangó)처럼 7시간이 넘을 수도 있다. 물론 평균을 물어본다면 두 시간 내외일 것이다. 영화마다 필요한 시퀀스의 수가 다르듯 사진책도 책마다 필요한 사진의 장수가 모두 다르겠지만, 평균이 있다면 나는 80장에서 100장 정도를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답변한 것.

우디 앨런이야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고, 그렇다면 이쯤에서 사탄 탱고가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궁금한 것을 바로 해결해야 하는 성격 탓에 곧바로 사탄 탱고가 어떤 영화인지, 또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탄 탱고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Krasznahorkai László)의 동명의 원작 소설(1985년 )을 기반으로 한 벨라 타르의 흑백 영화로 1994년 개봉했다.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1980년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해 가던 헝가리의 한 마을에 몇 해 전 마을의 부흥을 이끌었던 사내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마을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희망을 품는 동시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신과 서로 믿어야 출 수 있는 춤 탱고를 대조하여 영화의 제목이 탄생했다.

이미 무수한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은 수작인 데다가 러닝 타임만큼 명성이 높았기에 영화에 대한 정보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영화 평론가 중 한 명인 이동진 역시 “사탄 탱고”를 명작 리스트에 포함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굳이 평론가들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마로니에북스’가 출판한 ‘죽기 전에 반드시 보아야 하는 영화 1001편’이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영화 마니아라면 이 책을 사서 빙고를 하는 기분으로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것도 추천한다).

film Sátántangó poster

세미나에서 인용했던 것처럼, “사탄 탱고”는 이미 초장편 영화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었다. 그 명성에 걸맞게 450분이라는 충분히 긴 러닝 타임이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의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요즘에 SNS 영상이든 영화든 지루한 걸 참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러닝 타임이 무조건 짧아지는 추세라고들 하지만, 길고 긴 넷플릭스 시리즈를 하루 만에 정주행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건 꽤 해 볼 만한 도전이다. 해당 영화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을 위해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경로를 두 가지로 알아 왔다.

1.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

회원제로 운영하며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니 미리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 하루 9시간을 3시간씩 나누어 회차별로 예약해야 하니, 사탄 탱고를 하루 안에 보려면 3회 차 전부 예약은 필수다.

2. 영화의 전당 라이브러리

부산 시민이라면 당신은 운이 좋다. 센텀시티에 위치한 영화 공간인 영화의 전당에서 사탄 탱고를 DVD 실에서 빌려볼 수 있다. 운영시간이 하루 9시간, 영화 러닝 타임은 7시간이 넘으니, 아마도 오픈런을 해야 하루 안에 볼 수 있을 것.

혹시 방문할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는다면, DVD를 직접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2021년에 4k 화질로 복원한 블루레이와 OST 바이닐까지 발매했다고 하니, 소장에 관심이 있다면 동이 나기 전에 서두르자. 또한 영화가 아니라면 라슬로의 원작 소설로 소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날에 한 작품에 다가가는 방법이란 정말 무궁무진하다.

book Sátántangó by Krasznahorkai László

이미지 출처|Arbelos Films,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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