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김윤기의 음악은 그가 그린 그림들만큼이나 독창적이고 유별났다. 조각난 샘플을 이어 붙인 창작물의 형태가 플런더포닉스(plunderphonics), 구체 음악과 흡사하지만 보다 더 자유롭고, 즉흥적이며, 또한 입체적인 것이 음악적 특징. 이를 처음 접한 혹자는 음악으로 장난하느냐 묻기도 했다. 그러나 김윤기는 우연히 발생한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으리라 말했던 존 케이지(John Cage) 그리고 그 우연성에 기반한 음악 사상을 이어받은 전자음악 집단 아트 오브 노이즈(The Art Of Noise)의 아트팝과 닮아 있었으니, 외려 전위적 실험에 가까운 모습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라고 말했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처럼, 김윤기 역시 일상 속에서 느낀 추상적인 생각과 상상을 음악으로 제작해왔다. 그리고 곧 공개될 김윤기의 새 무제 앨범 또한 ‘편의점’, ‘응봉동 대림상가’ 등 실존 장소가 정확히 지칭되기도 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비범한 무언가를 상상한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수만 개의 검은색 무지개, 대림상가의 총천연색 코끼리, 날아다니는 손목 시계 등 김윤기의 일상과 상상의 모호한 경계에 존재하는 환영이 이번 앨범의 영감으로 작용한 듯하다.
1. 김윤기는 편의점을 향해 길을 걷는다.
2. 그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두근대는 그의 심장도 발견한다.
3. 공사현장을 보게 된다.
4. 그는 공사현장에서 평화를 느낀다.
5. 다시 그는 편의점에서 담배를 몇개 산 후에 집으로 향한다. 편의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길.
6. 하늘을 쳐다보자 수천개의 별똥별과 수만개의 검은색 무지개들이 출연한다.
7. 그것들을 손으로 잡을 수 없다. 그는 체념하고 바지를 툭툭 털은 후 산에 박힌 계단을 바라본다.
8. 그는 응봉동 대림상가에 다녀와야 한다.
9. 대림상가 안에는 총천연색 코끼리 한마리가 들어있다.
10. 아무튼 그는 상가내의 베트남 음식점 안에 들어가 앉는다.
11. 뜨거운 손목시계는 언젠가부터 그의 곁을 날아다닌다.
12. 주문한 베트남식 비빔밥 같은 것이 그에게 주어진다.
왜곡된 비트와 노이즈 샘플들 사이, 뇌리에 깊이 남을 만큼 반복적인 멜로디 루프의 향연. 김윤기는 에세이에 의거한 추상적인 무곡을 다시금 제작하며 한국에서 독보적인 입지의 실험 전자 음악가란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앨범은 온라인 음원 플랫폼이나, 유튜브 등에서 확인할 수 없을 예정. 김윤기는 무제의 앨범인 만큼 신비로운 결이 유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새 앨범 발매일은 11월 23일이며, 현재 ‘rm360’과 ‘향뮤직’에서 선주문이 가능하다. 하단의 트랙 리스트를 확인하고 관심이 생기면 선주문 행렬에 참여하자.
김윤기 인스타그램 계정
rm360 선주문 페이지
향뮤직 선주문 페이지
Tracklist
1. YawNZageR
2. Chunk Core Vuala More
3. sELENEE
4. O.P.E.
5. Tholapuler
6. Shonk Fung Dore
7. Schubernaturale Vower
8. FOLOSOVA
9. Maen jan sou
10. Ka VONQ Ka
11. KangTongChang
12. SAtJA BE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