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아는 송이버섯. 생식으로 송이버섯을 즐길 때 특유의 식감과 고유의 향을 배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생식으로만 송이버섯을 즐기란 법 있는가? 달궈진 팬에 살살 덖어내면 색다른 식감과 아로마를 만끽할 수도 있으며, 전을 부쳐 먹거나 페스토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이처럼 재료가 좋으면 누가 어떤 조리 과정으로 어떤 음식을 만들던 우리 입안을 즐겁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이것이 과연 미각에만 국한된 것일까? 그건 아닌 듯하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 티르자(Tirzah)가 2021년 발표한 자신의 앨범 [Colourgrade]을 향한 새로운 시각들을 담은 리믹스 앨범 [Highgrade]를 발표했다. 전작들의 기조에서 탈피해 전위적인 사운드의 실험실이 되며 평단과 대중에게 호평받은 [Colourgrade]. [Colourgrade]에서 엿보인 아방팝(Avant-Pop)적인 면모는 액트리스(Actress), 아르카(Arca), 우루(Wu-Lu) 등 장르 팬들에게 익숙한 같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해체되고 재조합되어 아예 다른 어법과 구성, 질감들이 담긴 [Highgrade]로 재해석되었다.
특히, 작년 NTS 라디오(NTS Radio) 10주년 셋에서 티르자의 곡을 가감 없이 조리해본 경험이 있는 아르카는 진하고 농밀해진 아르카식 유머로 “Colourgrade”을 볶았으며, 현재 파리를 대표하고 있는 라판더(Lafawndah)가 “Crepuscular Rays”을 잘게 다져 훈연했다. 이처럼 손맛 좋기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파편적으로 벌이는 각축전이지만 앨범을 관통하는 유기성과 서사는 여전히 유효한데, 재료가 좋으니 어떻게 조리해도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침 다가오는 9월 23일 도미노 뮤직(Domino Music)을 통해 바이닐로도 발매된다고 하니, 다채로운 조리 방법과 손맛으로 다시 태어난 [Highgrade]를 지금 바로 확인해보자.
이미지 출처 | Domino Recor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