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런던의 컬트 포스트펑크 그룹 렉시(Rexy)의 렉스 나이만(Rex Nayman)이 오랜 기간동안 투병 중이던 유방암으로 인해 몇 주 전 사망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렉스 나이만은 1980년대 런던의 나이트클럽 블리츠(Blitz)를 중심으로 하위문화인 뉴 로맨틱 무브먼트(New Romantic Movement)를 시작하고 이끌었던 이들을 의미하는 ‘블리츠 키즈(Blitz Kids)’ 중 한 명이었다. 뉴 로맨틱은 포스트펑크와 패션이 결합된 팝 문화 운동으로, 기존의 허무주의적 펑크 장르에 싫증을 느낀 포스트펑크 세대가 늘어나면서 새롭고 다채로운 것을 도모하고자 생겨난 것.
데이비드 보위의 스타일링에서 영감을 얻은 아방가르드한 홈 메이드 코스튬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참여하는 이벤트인 데이비드 보위 나잇츠(David Bowie Nights)같은 움직임이 클럽 블리츠에서 번성하면서 뉴 로맨틱 장르와 패션을 지지하는 블리츠 키즈들이 대거 양산되었다. 블리츠 키즈들은 중성적이며 이전의 트렌드에서 벗어나거나 종교나 사회 규범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선보이고자 했다.
당시 렉시 나이만은 뉴 로맨틱의 패션 문화를 추종하는 19세 패션과 학생으로, 음악을 즐겼지만 직접 제작을 해본 적 없는 아마추어였다. 80년대 팝 아이콘이지만 당시 아직 무명이던 보이 조지(Boy George)와 DJ 프린세스 줄리아(Princess Julia)와 같은 뮤지션들과 어울리며 당대 문화를 향유하던 도중, 키보디스트 빅 마틴(Vic Martin)을 우연히 접하게 되며 음반을 공동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1981년, 밴드 렉시의 첫 번째 앨범[Running Out of Time]이 탄생했다. 코크니 액센트로 무덤덤한 듯 노래하다가도 가끔은 구토하듯이 가사를 뱉는 등 정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보컬과 UFO 사운드를 연상케 하는 신스 소리로 아마추어 뮤지션의 데뷔 앨범 치고 다소 큰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편집증, 아웃사이더리즘, 감시, 무정부에 대한 가사로 몇몇 컬트 추종자 집단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고.
시간이 아주 오래 흐른 후, [Running Out of Time]만의 특색있는 지점들이 다시금 관심을 받게 되면서 2020년에 두 번째 앨범 [Rexy II]를 발매하기도 했다. 그 중 “Fading Away”는 블리츠 키즈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트랙이다. “Fading Away”는 아래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다. 한 장의 앨범만으로도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 강렬한 여운을 남겼던 렉시 나이만의 영면을 기원한다.
이미지 출처│Rex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