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주년을 맞은 아치 마샬(Archy Marshall)의 1인 밴드 킹 크룰(King Krule)이 새로운 앨범 [Space Heavy]를 공개했다. 킹 크룰이라는 예명으로는 네 번째, 자신의 본명으로 발매했던 2집 [A New Place 2 Drown]을 포함하면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지난 4월 “Seaforth”를 선공개하며 발매를 예고한 바 있다.
이번 [Space Heavy]는 킹 크룰의 음악에 기대하는 모든 장면들이 구현된 작품이다. 내밀한 감정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그늘진 이야기가 아치 마샬의 통렬한 목소리와 만나 거친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끈적한 불안의 늪에서 발버둥치다 이내 체념과 함께 침잠하게 되지만, 마지막 트랙으로 다가갈수록 역설적으로 개운한 기분이 든다.
주로 재즈에서 차용한 드럼은 “Hamburgerphobia”에선 한껏 텐션을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적적하게 모든 트랙을 이끌어 간다. 아치 마샬의 생경한 목소리와 어지러운 기타 사운드가 마음껏 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단단히 뿌리를 내리는 포스트 펑크 스타일의 베이스라인은, “Pink Shell” 같은 트랙에선 되려 곡 전반을 주도하다 끝내 강렬한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듣는 이의 탄성이 삐져나오게 만드는 기타 연주는 내내 예측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흐른다. 사이사이 모습을 드러내는 일그러진 아르페지오 선율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 특히 관악기가 함께 전면에 나서는 “That Is My Life, That Is Yours”와 “From The Swamp”에선 얼이 쏙 빠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지금 바로 감상해보자.
이미지 출처 | King Krule / Far Our Magazine / Frank Leb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