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녹음된 인도 최초의 전자음악 공개

1969년 가을의 어느 날, 인도 서부의 도시 아메다바드에 자리한 ‘국립 디자인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Design 이하 NID)’에 약 2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 미국 뉴욕에서 날아온 무그(moog)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목격하기 위해 모인 인파다. ‘포드(Ford)’ 재단과 미국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David Tudor)의 지원으로 NID에 무그가 설치됐고, 튜더는 3개월간 레지던시로 NID 전자음악 스튜디오에서 함께 음악도 제작했다. 당시 첨단을 자랑하던 무그의 신비한 소리에 학생은 물론이며 교수 역시 매료되었고, NID는 인도의 바우하우스이자 인도 최초의 전자음악 발상지로 미래를 탐구한다.

전자음과 인도의 아방가르드를 혼합하여 당시 선구적인 사운드를 꽃피웠으나, NID 전자음악 스튜디오는 머지않아 쇠퇴기를 맞이한다.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파키스탄의 편에 서면서 인도와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진 것을 원인으로 추측한다. 미국인 작곡가 데이비드 튜더와 ‘포드 재단의 지원으로 설립된 스튜디오에 역시 그 영향이 나타난 것. 두 나라 사이 교류가 없어지며 자연스레 스튜디오에도 전자음이 자취를 감췄다. 설립으로부터 불과 3년 후의 일이다.

2020년 NID에서의 Paul Purgas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2023년 10월 6일부터는 NID에서 녹음된 전자음악 중 일부를 두 귀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녹음된 전자음악 중 일부를 엮은 컴필레이션 [The NID Tapes: Electronic Music from India 1969​-​1972]이 발매된 것. 해당 레코드는 인도계 영국인 프로듀서이자 사운드 아티스트 폴 푸르가스(Paul Purgas)의 주도하에 제작됐다. 인도의 전자음악 기원을 좇던 중에 NID의 전자음악을 발견, 총 27개의 아카이브 릴 테이프에서 19개의 트랙을 디지털화하여 음원으로 출반한다. 오리지널이 담긴 테이프는 약 50년 동안이나 NID의 기록 보관소에 보관 중이었다고.

무그 신디사이저를 거름 삼아 인도에서 꾸준히 전자음악이 다뤄진 미래의 세계선은 어떠할까? S.C. Sharma, Gita Sarabhai, Jinraj Joshipura, Atul Desai 등 비록은 난생처음 접하는 이름뿐이지만, 우주를 넘나들며 미래를 그리는 상상력과 필드 레코딩, 테이프 콜라주 등 다양한 실험을 토대로 발현한 사운드는 꽤 선구적이었으니, 비옥한 토지로 아시아의 전자음악을 선도했을 수도 있다. 인도의 최초 전자음악, 직접 확인하자.

Paul Purga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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