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디디 한(Didi Han)이 이태원을 떠나 파리로 떠나간 지 몇 해가 지났다. 유럽이란 보다 큰 무대에서 활동하며 쌓인 경험은 디디의 팔레트에 고스란히 축적됐다. 그리고 그간의 노하우를 토대로 디디가 2년 만의 EP [In the Zone]를 공개했다.
이번 EP의 한글 제목이 [무아지경]인 만큼 공개된 다섯 곡은 댄스음악의 초월적 힘에 집중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디디의 음악은 항상 이런 무아지경을 지향해 왔다. 데뷔곡 “Forest”를 통해 전원적 이키델리아의 형태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이전 EP [Wake Up]에서는 피아노와 게스트 보컬들이 초월적인 여정의 갈피를 잡았다. [In the Zone]은 여전히 긍정적 맥박을 기조로 환상적인 무언가를 쫓아가는 밤을 그린다. 하지만 이제 디디의 몽환적 멜로디에는 유럽에서 터득한 뚜렷한 리듬이 수반한다.
오프닝 트랙 “Let’s Go”의 도입부터 디디 한의 새로운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신스는 필터로 좁혀지며 애시드 리듬이 트랙을 이끌 수 있게 배경으로 빠진다. 이런 몽환적 멜로디와 최면적 리듬이 이루는 조화는 꾸준하게 이어진다. “Rave on Tonight”의 사이렌과 “Down and Up”에서 관객의 메아리처럼 울리는 샘플은 클럽 트랙으로서 스스로의 목적론을 인지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한다. 때로는 밝은 곳을 향하고, 때로는 어두운 곳을 향하지만, [In the Zone]을 구성하는 트랙들은 모두 매혹적인 댄스플로어를 그린다.
이번 EP는 리듬과 멜로디의 조합이 90년대에 파리, 그리고 외연으로 유럽을 압도한 본질적 이유를 묻는다. 유럽에서 얻은 힌트로 빚은 디디의 댄스플로어를 상상하며 지금 바로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