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신개념 전자음악 오케스트라의 “Something About Us” 커버

바야흐로 유튜브(YouTube)의 시대가 도래한 오늘날, 수많은 커버 채널과 동영상이 바이럴이 타는 와중 다소 독창적인 방향으로 커버 동영상을 제작하는 한 커버 채널이 있다. 바로 ‘kusyo’라는 채널인데,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위 동영상은 친숙한 초록색 칠판과 교실용 파란색 쓰레기통을 배경으로 둘러앉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익숙한 음이 흘러나오며 시작한다. 

미디 패드 컨트롤러를 능숙하게 다루는 학생이 열어젖힌 곡은 다름 아닌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2집 [Discovery]에 담긴 “Something About Us”이다. 한 학생이 아카이(Akai) MPD218 컨트롤러로 퍼커션을 깔아놓는 와중 다른 학생들은 베링거(Behringer)와 카시오(Casio)의 미디 컨트롤러 키보드를 다루며 한 음 한 음 정직하게 이어나간다. 다소 놀라운 순간은 보코더(vocoder)를 능숙하게 다루며 노래의 감성적인 가사를 부르는 한 학생의 모습.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교실 속 흠집이 난 책상과 의자, 대충 널브러진 유인물, 그리고 조금씩 빨라지는 것만 같은 박자 등 모든 요소에서 느껴지는 DIY(Do It Yourself)의 특성이 이 커버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느껴진다. 다프트 펑크의 원곡은 감성적인 선율과 묵직한 베이스 라인으로 듣는 이의 왠지 모를 쓸쓸함을 불러일으켰다면, 본 커버의 뭉게뭉게 피어나는 듯한 따뜻한 사운드와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는 듯한 아이들의 모습은 지난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달까.  

기타리스트가 초등학교 학생들과 록 밴드를 결성하는 영화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위 장면은 다름 아닌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016년에 촬영된 것으로, 해당 채널의 운영자인 한 선생님(이하 kusyo)이 당시 지도하던 학생들의 합주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된다. 2018년 선생님의 페이스북에 등재되었던 글을 통해 초상권 활용 동의를 받은 커버 영상물은 학생들 본인이 이뤄낸 작고 큰 성취가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은 다프트 펑크뿐만 아니라 빠른 템포의 힙합 비트를 재해석한 MF Doom의 대표곡 메들리, 최근에는 뉴진스의 “하입 보이” 커버까지 연주하는 등 도전하는 장르와 영역에 있어서 한계는 없음을 보여준다. 이들에게 다채로운 음악 장르를 대표하는 곡을 들어보고 샘플링 단계를 체험한 후 직접 연주까지 하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음악 가르침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리 손가락 하나로 현존하는 거의 모든 노래를 접할 수 있는 초연결 시대라 하지만, 방과후 활동에서 재즈힙합의 선구자 누자베스(Nujabes)의 “Aruarian Dance”를 손수 커버하는 것이야말로 학생들에게 진정한 선진 교육으로 작용했으리라고 감히 예상해 본다. 

최근 kusyo 채널뿐만 아니라 연동된 인스타그램 계정 또한 활발히 게시물을 업로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채널 소개에서도 언급된 초등학교의 ‘일렉트로닉 오케스트라(electronic orchestra)’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어린 학생들의 뛰어난 연주력과 선생님의 열정에 놀란 누리꾼의 반응도 볼만하다. 누군가는 이 또한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한국의 교육력의 일환이라고 하는 반면, “당신이 한국의 잭 블랙입니까?”와 같은 댓글도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이 펼쳐내는 다양한 음악성과 선생님의 지도력을 오래오래 지켜볼 수만 있다면 모든 커버 영상을 감명 깊게 시청한 구독자로서 더할 나위가 없겠다.

kusyo YouTube 계정
kusyo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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