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음악가 Leem의 새로운 앰비언트 EP [Back Arm]

지난 2년여간 전자음악 프로듀서 이도열과 두 장의 합작 앨범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 온 싱어송라이터 림(Leem). 그런 그가 지난 8일, 자신의 음악을 직접 프로듀싱하며 당당히 홀로서기에 나섰다.

유년 시절의 향수와 회고를 담아낸 EP 앨범 [Back Arm]은 총 7곡이 수록되어 있지만, 사실상 30분가량의 긴 한 곡을 적절히 소분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앨범은 흐름이 미미하게 느껴질 만큼 극도로 정적이다. 트랙 간의 전환점이 모호하며 이전 트랙의 테마를 이루던 악기가 다음 트랙에도 연이어 등장해 일관된 분위기를 형성한다. 기존 앨범에서 화음을 쌓거나 아우성을 지르는 등 목소리를 활용한 다채로운 사운드를 대동했던 그가 이번에는 음악 속에 철저하게 여백을 남겨두며 청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모순적으로, 이 불명확한 표현 방식은 그의 순수함과 추억, 그리고 앨범의 핵심인 ‘백암’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생생하게 서술한다. 이는 트랙 이름을 특정하지 않은 것과도 관계된다. 장황한 설명을 피하고 감정의 깊이를 온전히 전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덕분에 그의 음악은 감상의 여러 방해 요인을 최소화하며, 오롯이 소리로써 느껴진다. 앨범은 결국 백암이 아닌 청자 개인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고향으로 이끈다.

일상의 굴곡 속에서도 따뜻하게 남아 있는 고향의 기억을 그려낸 림, 권태로운 도심의 일상 속 풀 내음을 맡게 해 줄 그의 사색적인 앨범 [Back Arm]을 지금 감상하자.


이미지 출처 | Leem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