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Happy Food #1: 낮이 가장 긴 날의 점심

*’People, Happy food’ 시리즈는 식탁 주변에서 나눈 사람들과의 대화와 그 장면을 기반으로 음식과 문화에 관한 생각을 풀어나갑니다.


낮이 가장 긴 날의 점심
요한나와 헤링, 삶은 감자

요한나는 밀라노에 와서 처음 사귄 친구다. 스웨덴어, 이탈리아어, 영어 그리고 한국어도 할 줄 아는 이 재주많은 친구는 내게 참 다양한 세상의 문을 열어주었다. 톡톡한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음식이다. 요한나의 어머니 울르리카도 함께하는 날이면 좋은 술이 빠지지 않으니 즐거움은 배가 된다. 고르곤졸라 배 리조또, 얀손스 프레스텔세(Janssons Frestelse: 스웨덴 전통 캐서롤), 김밥 등을 해먹으며 보낸 우리의 맛있는 기억 중 오늘은 무더웠던 지난 여름의 한 장면을 꺼내본다.

미드솜마. 한국의 하지처럼 1년 중 가장 낮이 긴 날, 스웨덴에서는 특별한 음식과 술을 준비하고, 화관을 쓰고 춤을 추며 이 날을 즐긴다. 작년 6월 말경, 우리는 길고 긴 락다운이 끝난 후 재회의 기쁨 그리고 다가오는 여름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요한나의 집 식탁은 항상 하얀색 식탁보가 깔려있고 꽃이나 작은 식물이 놓여있다. 그날은 요한나와 울르리카가 베네토 타르조(Tarzo, Veneto)에서 밀라노로 돌아올 때 가져온 다양한 들꽃이 있었다. 우리는 함께 꽃을 다듬고 실로 엮어 화관을 만들어 미드솜마를 즐길 준비를 더했다.

예전에 아빠는 스웨덴으로 출장을 종종 가셨다. 한번은 병에 든 청어절임을 가져오셨는데 상당히 독특했던 터라 그 맛보다도 냉장고 선반에 오래토록 놓여있던 그 모습이 처음이자 마지막 장면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 날 점심 이후로 새로운 맛이 내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미드솜마의 필수 요리는 청어 절임(Pickled herring;Sill), 삶은 감자, 사워크림과 다진 차이브, 크네케브뢰드(Knäckebröd)가 있으며 우리는 숙성시킨 연어(Cured Salmon; Gravlax), 삶은 달걀, 베스테르보텐 치즈(Västerbotten Cheese)도 함께 곁들였다. 차가운 라거 맥주와 스납스는 이 모든 맛의 조화를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을 통해 처음 알게된 스웨덴의 문화 중 하나는 스납스를 마시기 전에 다같이 부르는 노래 컬렉션이다. 울르리카는 참 흥이 많은데, 노래까지 잘 부르니 나는 당신이 ABBA의 DNA를 지녔다고 생각했다. 축제에 음주가무가 빠지지 않는 것은 만국공통의 약속인 듯하다. 간혹 한국에서는 술 게임에서 지면 벌칙으로 노래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데 스웨덴 사람들은 다같이 노래 한 곡 뽑고 건배하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이 길고 밝은 날을 즐기며, Skål!

MOON-HERE 문형리
식사하며 나누는 테이블 주변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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