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 에이미 솔(Amy Sol)은 여성, 자연, 마법과 같은 소재를 기분 좋은 꿈속의 어느 한 장면처럼 초현실적이면서도 편안한 실재로 드러낸다. 작가의 상상력은 오묘한 색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구현되는데, 그 독특한 세계관은 회화로부터 조각에 이르는 3차원까지 뻗어나간다. 실로 다양한 매체로부터 얻은 영감을 신비한 ‘마술’로 풀어내는 아티스트 에이미 솔과 성수동의 한 공업사 앞에서 만났다.
성수동을 체험한 소감은? 본인이 사는 지역과는 어떤 점에서 다른가.
이곳은 서울의 브루클린(Brooklyn)이라고 말하고 싶다. 왠지 엄청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오클랜드(Oakland)에 살고 있는데, 이 지역은 꽤 살기 힘들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생활비와 집값은 언제나 많은 아티스트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몇 년 전 오클랜드에서 열린 한 페스티벌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고 들었다.
퍼스트 프라이데이 페스티벌(First Friday Festival)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위험은 굳이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오클랜드 도처에 있다. 나도 누군가 총에 맞는 걸 본 적이 있다. 창문 너머로 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 도시에서는 밤에 절대 혼자 돌아다닐 수 없다. 밤에는 그 어떤 곳에도 가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은 내게 마치 꿈같은 도시다. 범죄가 아예 없는 곳처럼 느껴진다.
이야기만 들으면 그야말로 고담 시티가 떠오르는데, 범죄 도시에 사는 아티스트의 작업이라고 하기엔 본인의 그림은 퍽 평화로워 보인다.
내 예술의 목표는 평화를 찾는 것이다. 나는 내 주변의 일을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내면의 평화나 개인적인 감정 같은 걸 표현하려 한다.
도시의 특성이 작업에 영향을 주는가?
매우 그렇다. 예를 들어 서울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도시에서 야망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 계속해서 많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다. 더욱더 매력적인 부분은 강렬한 폭력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우! 와우!를 통해 얻은 새로운 영감이 있다면 무엇인지.
사람들이 모이는 일련의 활동에서 항상 뭔가를 얻는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랬다. 사람들이 모두 열심히 작업하고 헌신하는 커뮤니티인 만큼 모두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페인팅, 벽화, 설치미술 등 다양한 방식의 작업을 이어왔는데 벽화를 그리면서 얻는 특별한 자극이 있다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길거리에서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나는 평소 작은 내 방에서 온종일 그림을 그린다. 그렇지만 이처럼 큰 벽화를 그리는 일은 내게는 완전한 도전이기에 자극을 받는다.
작업의 재료, 텍스처 또한 작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은데.
나는 매체를 다루는 점에서 꽤 실험적인 편이다. 나만의 색소와 경화제를 만들어낸다. 현재는 내 고유의 유화(Oil Painting) 작업을 연습하고 있다.
특히 나무는 인상적이다. 캔버스에 그릴 때와 나무를 활용할 때 작업 방식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생기는가? 또한 나무에 최적화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도 궁금하다.
나뭇결에 좌우된다. 그래서 나무 표면 처리를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한다. 어떤 작업은 소재를 페인트로 완전히 덮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나무의 질감을 작품에 드러내려면 나무를 처리하는 과정에 처음부터 공들여야 한다. 평소에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나무를 보면 그걸 활용해서 어떤 작품을 만들지 상상하기도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항상 지긋이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특별한 감정을 드러낸 것 같지는 않는데.
일종의 겸손함 또는 차분함이다. 작품의 모델은 대체로 꿈같은 상태, 무엇인가 보상받은 상태다.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동양적인 요소를 즐기는 것 같다.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가?
아시아의 미학, 전통은 나를 이루는 한 부분이다. 나는 한국의 전통 의상을 매우 좋아한다. 자연스레 흐르는 듯 반정형적인(Semi-Structured) 느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의도적인 표현은 좋아하지 않고, 작품에서 이러한 성향을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게 한다. 내가 매료된 컬러나 디자인, 뭐 이런 것들.
작업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재료나 표현 방식 등 다양한 부분에 걸쳐 새로운 시도를 통해 진화하는 듯하다.
처음에는 갤러리에서 한 가지 작업만 전시했다. 한 8년 정도는 나무에만 집중했고, 매우 철저히 했지. 그러다 일종의 무료함을 느껴서 새로운 소재를 통해 변화를 주고자 했다. 유화를 비롯해 입체적인 작업에도 도전했다. 대상을 사진으로 찍어도 보면서 그림자 따위에 주목했고 그건 유화를 위한 레퍼런스로 활용했다. 조각 작업은 한 2년 정도 이어왔는데, 진흙 외에도 청동, 철 등을 재료로 활용한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지만, 결국 예술 작품을 만다는 일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스케치부터 하고 구체적인 형태가 완성될 때까지 계속해서 작업하는 거지.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에 쏟는다. 벽화도 변화의 한 부분이다. 벽화를 위해 나는 그림을 다시 배워야 했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작업이라도 특유의 색 배합은 에이미 솔의 작품이라는 독자성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고유한 색이 자아내는 오묘한 분위기는 본인만의 것처럼 느껴진다.
내 생각에 고유한 표현 방식은 예술적인 관습 대신 ‘스스로 배우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 같다. 관습을 따르면, 관객에게 친숙함을 안겨주지만 그만큼 자신의 것에서는 멀어진다.
작업할 때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림을 그리는 일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그림은 내게 언어와 같다. 다른 사람과 나를 이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본인이 이어가는 예술의 지향점이라고 한다면.
강렬한 메시지라기보다는 일종의 개인적인 목표인데, 내 작업을 통해 세상에 긍정을 제안하고 싶다. 평화와 차분함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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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글 │ 권혁인 최장민
사진 │ 권혁인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