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 WOW! KOREA 2019 – ‘ZEBU’

베를린(Berlin)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제부(ZEBU)는 린 레만(Lynn Lehmann)과 데니스 게르트너(Dennis Gärtner)로 구성된 아트 듀오다. 그들은 정교한 선과 풍부한 색을 시그니처 스타일로 발전시켜 벽화를 기반으로 스크린 프린트, 진 등의 다양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중. 이번 파우! 와우! 코리아 2019에서 커먼그라운드(Common Ground)의 컨테이너를 새롭게 탈바꿈한 아트 듀오, 제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은 처음인가? 베를린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2년 전에 처음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서울은 베를린보다 더 사람이 더 많고, 밀집되어 있다. 건축 방식도 다르다. 무엇보다도 굉장히 카페가 많은 것 같다. 서울에서 한국인들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유심히 봤는데, 대부분 캐릭터로 꾸민 점이 재미있었다.

선명한 색과 기하학적인 형태로 대표되는 고유한 스타일이 인상적이다. 이 스타일은 어떻게 발전한 것인가?

데니스: 한 명은 그림을 그리고 한 명은 그 그림을 더욱더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린의 스타일은 조금 더 루즈하고 자유롭다.

린: 데니스는 사각형을 중심으로 계획적으로 쌓아 올리는 걸 좋아한다. 서로 다른 작업 방식이 조화롭게 섞여서 일러스트레이션과 추상화의 접점에 가까운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제부의 정교한 일러스트레이션은 순수한 회화의 영역보다는 컴퓨터 그래픽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러한 스타일을 벽화에서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주로 사각형을 활용하거나 컬러를 입히는 작업에 공들이는 점이 아무래도 두 작업 간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 같다. 실제 벽화 작업은 표면이나 구조 등이 매번 예상을 빗나가기에 먼저 장소부터 파악한다.

작품을 완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에서 좋은 스케치가 나와야 한다. 첫 단계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후반까지 작업이 힘들어진다.

파우! 와우! 코리아에 참가한 다른 아티스트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누구와 인상 깊은 대화를 이어갔는지 궁금하다.

데니스: 에이미 솔(Amy Sol)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녀는 일단 벽에 스케치를 그리고 나서 사진을 찍고 아이패드에서 컬러를 적용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꽤 흥미로웠다. 우리는 리서치를 먼저 하고 모든 플랜을 세운 뒤 작업에 들어간다. 아무래도 즉흥적인 요소가 거의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색을 입히는 그녀의 방식이 흥미로웠다.

벽화의 매력이라면 무엇인가? 그리고 그래피티의 요소가 본인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말해 달라.

데니스: 그래피티는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줬다. 우리가 10대였을 때, 그래피티를 통해 예술, 디자인 영역에 닿을 수 있었다. 베를린은 그래피티의 도시여서 모두가 그래피티와 함께 성장한다. 어느 곳에 가도 그래피티를 접할 수 있다. 학교, 유치원, 심지어 슈퍼마켓에 가는 길에도 그래피티가 있으니까. 그런 환경에서 나는 뭔가를 창조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다.

린: 우리의 작품을 거리의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데니스: 벽화를 보는 관객의 범위가 제한적이지 않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벽화를 볼 수 있다. 캔버스에 그린 그림은 마치 예술의 거품 같다. 외부인들이 다가갈 수 없는 거품. 거리에서 벽화를 그리는 이유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제부의 아트워크를 여러 종류의 제품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특히 카펫의 경우에는 꽤 기억에 남는데, 이렇게 작업물을 리빙 굿즈의 형태로 선보이는 방식에 호의적인지?

지금까지 의류, 리빙 브랜드 등 다양한 브랜드와 작업했다. 협업을 진행할 때는 그들을 위한 작업과 우리를 위한 아트워크의 밸런스를 고려한다. 다만 너무 잦은 콜라보레이션은 피하려고 한다.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와 하고 싶다. 크래프트 분야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브랜드와의 협업이 특히 흥미롭다.

제부의 작업은 제품 디자인으로서도 범용성이 높은 것 같다. 다만 제품 디자인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새롭게 고려할 지점도 있을 텐데.

그렇다. 해당 제품이 어떤 모습일 때 가장 최선인지 염두에 둔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접시는 화려한 그래픽이 들어가지 않아도 그것대로 매력이 있다. 상황에 따라 컬러와 디자인 그리고 형태 모두 그 제품을 더욱더 특별하게 보일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물이나 사람의 형태에 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

주제에 따라 다르다. 대체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걸 그린다.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건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이다. 현재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Fridays for Future’라는 운동이 진행 중이다. 어린 학생들이 매주 금요일, 기후 변화 시위를 여는 게 그 핵심인데,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동물의 형태를 디자인으로 응용하기도 한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많은 예술가들이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다. 자연은 그 자체로 매우 풍부한 소스를 가지고 있다.

작업 외 일상이 궁금하다. 기분 전환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베를린에서 매일 9km의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가끔은 걷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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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글 │ 권혁인 최장민
사진 │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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