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의 오컬트 자료집, ‘지옥사전’ 번역본이 최종 발간된다

천국에서 떨어져 절름발이가 되거나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악마.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화되면서 장난을 좋아하는 악동 이미지로 어필되기도 하지만 악마의 초기 외형은 괴물에 가깝다. 종교 서적에 등장하거나 설화, 예술을 통해 생기는 등 그 기원도 다양하며 수 세기를 거치며 변형도 많이 이루어졌는데, 그중 1818년 발간된 자크 오귀스트 시몽 콜랭 드 플랑시(Jacques Auguste Simon Collin de Plancy)의 ‘지옥사전(Le Dictionnaire infernal)’은 가톨릭 사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오컬트 마니아들에게 고전이자 지침서로 통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 2023년 출판사 닷텍스트(.TXT)를 통해 처음 한글 번역본이 출간된 바 있다. 원서는 초판 이후 몇 번의 수정과 재판을 거쳤는데 번역본은 이 중 1863년에 나온 가장 유명한 여섯 번째 판을 번역했다. 700페이지가 넘는 막대한 분량은 편리성과 효율을 위해 ‘A to Z’를 삼등분하여 분권 되었고 현재 대 여정의 마지막 단계인 파트 3(O-Z)의 출간을 앞두고 펀딩을 진행 중이다.

자크 플랑시는 뭐 하는 작자이기에 지옥을 다루는 대백과사전을 만들 게 됐을까? 그는 프랑스의 인쇄, 출판업 종사자였으며 초판 발행 당시에는 무신론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1837년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되었고, 이전 버전의 지옥사전을 손보아 1863년 루이 르 브레튼(Louis Le Breton)이 그린 69개의 삽화가 포함된 수정본을 재출간했다. 언뜻 반종교적인 서적 같지만 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울러 악마와 지옥도 연구되고 읽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새로운 발상이다. 자크의 가족들도 범상치 않은데, 아들 빅토르 플랑시(Victor Collin de Plancy)는 초대 주한 프랑스 영사로 한국 고서를 1,500권가량 수집했으며 그중엔 ‘직지심체요절’이 있었고, 사촌 가브리엘 파방(Gabrielle de Paban)은 프랑스의 괴담집 ‘유령과 악마 이야기(Histoire des fantomes et des demons)’의 엮은이다. 이쯤 되면 디깅이 집안 내력인지 되묻게 된다.

‘지옥사전’이라는 타이틀로 발간됐지만 도서는 악마와 지옥을 비롯한 점술, 저주, 마법, 카발라, 강신술 등 미신과 초자연적 현상을 폭넓게 다룬다.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악마 아론, 루시퍼, 바엘도 삽화와 함께 등장해 악마에 대한 지식을 정립할 수 있으며 1800년대의 수상학 정보도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카드 점에 대해서는 부정했지만, 손금과 외형을 인간 개인이 타고난 특성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수상학과 관상학을 긍정했다고. 당대에 유명했던 마법사는 물론 행해졌던 의식과 준비물까지 디테일하게 적혀있는 것을 보면 잊고 지낸 학구열이 불타오를지도 모른다.

한글판 지옥사전 제3권은 오는 20일까지 펀딩을 진행하며 전권 구매도 가능하다. 아래 링크를 통해 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으니 준비됐다면 지옥에 살짝 발 담가봐도 괜찮겠다.

‘Le Dictionnaire infernal’ 원서 웹사이트
‘지옥사전 파트3’ 펀딩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 닷텍스트, Le Dictionnaire infe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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