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옥”을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최근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서 공개되는 시리즈물은 상당히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는 없었던 새로운 주제와 스토리가 즐비하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높은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Squid Game)”과 “보건교사 안은영(The School Nurse Files)”, “스위트홈(Sweet Home)”, “인간수업(Extracurricular)” 등 정규 방송 편성에서는 보기 힘든 독창적인 작품이 쏟아졌는데, “부산행(Train to Busan)”, “반도(Peninsula)” 등으로 한국 사회의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연상호 감독의 신작 “지옥(Hellbound)”이 11월 19일 공개된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3회까지 선공개한 “지옥”은 관객의 뜨거운 관심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인기작이었다. 독특한 세계관과 더불어 작품의 전개까지 충격적인 “지옥”은 이제 모든 회차의 공개를 앞둔 상태. “지옥”을 보기 전에 알아두면 더 재밌을 몇 가지를 짚어보자.


웹툰을 먼저 볼까, 애니메이션을 먼저 볼까?

“지옥”의 원작은 2003년과 2006년에 선보인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이 원작이다. 이후 웹툰에서는 애니메이션의 프리퀄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실사화된 “지옥”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웹툰을 먼저 보는 게 좋겠다. 또한 주요 인물과 벌어지는 사건들이 실사화된 작품에서는 어떻게 그려졌는지 비교해보는 묘미도 있을 것. 높은 싱크로율의 등장인물은 훌륭한 편이지만, 가장 중요한 ‘저승사자’의 CG는 조금 아쉽다. 그러나 위압감만큼은 그들이 등장할 때 들리는 붐 베이스 소리 덕분에 웹툰보다 더 강렬하다.


천사와 저승사자 (고지와 시연)

“지옥”에서 등장하는 천사는 기독교에서 등장하는 천사와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 어느 날 갑자기 천사가 등장해 자신의 죽음을 ‘고지’하고 사라지기 때문에 천사가 나타나는 순간이 “지옥” 세계관의 이해이자 공포의 시작이다. 비주얼 역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날개 달린 천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흐릿한 얼굴의 형체만이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휴식을 취해야 하는 집에서 별안간 얼굴만 떠다니는 형체가 등장한다면 의연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저승사자 역시 검은 두루마기에 하얀 얼굴로 그려지지 않고, 마치 육중한 고릴라 같다. 저승사자라기보다는 무시무시한 괴물에 가깝다. “지옥”에서 저승사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지옥으로 데리고 가는 역할이 아니라 인간을 반쯤 죽여놓은 뒤 태워버리는 ‘시연’을 하는 존재다. 잔혹하게 살해하는 탓에 사실상 지옥보다 저승사자의 존재 자체가 지옥처럼 느껴질 것이다.


‘새진리회’와 ‘화살촉’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이면에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일으키는 누군가도 등장한다. “지옥”에 등장하는 ‘새진리회’는 천사와 저승사자의 등장으로 인간 사회에 ‘신의 의도’와 ‘심판’에 대한 개념이 모두 재편되면서 등장하는 단체다. ‘새진리회’는 정진수 의장(유아인 역)의 말에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는 단체이며, 자발적으로 정진수 의장을 지키고 그의 뜻을 설파하기 위해 모인다.

사회가 미친 듯이 돌아가면 늘 극단주의자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지옥”에서는 미친 세상 속에서 점점 힘을 얻는 ‘새진리회’와 뜻을 함께하는 급진 단체 ‘화살촉’이 등장한다. ‘화살촉’은 마치 이런 세상을 기다렸다는 듯 미쳐 날뛰기 시작하며 집단적인 광기를 보여준다. 특히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새진리회’와 ‘화살촉’을 옹호하는 BJ와 온라인 미디어에 쉽게 노출되는 청소년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마치 옛 중국의 홍위병처럼 이들은 그동안 쌓인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다. 한편으로 이들은 ‘일베’나 ‘워마드’와 같은 커뮤니티가 진실이라고 믿는 이들과 다르지 않아 보이며, 이는 현실의 반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종교물인가 코즈믹 호러물인가

‘신의 의도’라는 단어와 천사의 등장 심판, 정의 등 “지옥”에서 등장하는 주요 키워드만 보더라도 이 작품은 종교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종교물이라고 하기에는 코즈믹 호러물에 더 가깝다. 상상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지옥”의 세계관에서의 인간은 신에게 대적할 수도 없고 자신의 죽음에서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거대한 무력감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박정민(배영재 역)

배우 박정민은 “지옥”에서 방송 PD 배영재 역할로 분한다. 그러나 1화부터 3화까지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3화의 가장 마지막 장면에 단 한마디 대사를 뱉으며 등장한다. 현재 시즌 1이 총 6부작임을 감안한다면 매우 짧은 등장이지만, 배영재의 등장은 “지옥”의 전개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분수령이자, 새로운 반격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장면이다. 영화 “신세계”에서 이정재를 끝까지 아끼고 아끼다가 마지막에 터뜨리는 박훈정 감독의 연출처럼, “지옥”에서는 박정민을 기술적으로 활용했다. 그의 등장이 중요한 이유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자.


비슷한 작품 – “데빌맨(Devilman)”, “버드 박스(Birdbox)”

“지옥”은 일본 만화 “데빌맨”의 세계관과 비슷한 결을 지녔다. “데빌맨”은 그야말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전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최종병기그녀(最終兵器彼女)”, “에반게리온(Evangelion)”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지옥”의 ‘화살촉’처럼 “데빌맨”에서는 점점 광기에 집착하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악마를 잡겠다고 닥치는 대로 이웃 주민들을 살해하고 참수 후 그 머리를 들고 다니며 축제를 벌인다. 미친 세상의 미친 사람들의 등장이라는 공식은 여느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데빌맨”과 “지옥”에서 비슷하게 드러난다.

“버드 박스”는 보이지 않는 ‘그것’이 등장하고 세계가 망했다. 이 존재와 마주한 인간들은 미치거나 자살을 하는데, 영화에서는 이 괴물의 직접적인 모습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공포를 안겨준다. 반면 “지옥”에서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만, 도망쳐도 도망칠 수 없는 자신의 죽음과 저승사자의 공포에 잠식되어간다. 각 작품에서 등장하는 공포는 외형과 설정이 다르지만, 인간이 대적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에 무력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맥락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진정한 지옥은 어디인가?

흔히 모든 예술작품에는 현실의 반영이 들어가 있고, 이러한 은유의 지점은 관객들에게 큰 이끌림을 선사해준다. “기생충(Parasite)”, “오징어 게임” 역시 한국 사회를 그려냄과 동시에 전 세계적 자본주의의 병폐를 은유적으로 그려내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옥”은 한국 사회의 이면을 그려낸 다른 작품보다 얼마나 한국 사회가 암울한지 말해주는 작품이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무력함이 한국 사회에 근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지옥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는 작품임에도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진정한 지옥으로 그려진다. 그러고 보니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하지 않던가.

Netflix 공식 웹사이트
Netflix Korea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Netflix, 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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