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e Flyknit
0.001초의 승부. 육상이나 수영, 스키와 같은 찰나의 경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단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듭니다. 매번 한계를 도전하며 얻은 진귀한 기록들, 그 이면에는 항상 첨단 기술이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스포츠는 과학이라는 말처럼 이제는 선수들의 경쟁 말고도 스포츠 업계 역시 피 튀기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나이키 역시 그 궤를 같이합니다. 특히나 나이키는 기원이 러닝이니 만큼 관련 기술들 대부분이 ‘속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보다 가볍고 보다 편하게, 얼마나 안정적으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가? 그 정점에서 나온 기술이 바로 플라이니트(Flyknit)입니다.
플라이니트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2012년 2월 21일, 뉴욕에서 열린 나이키 이노베이션 서밋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2012 런던 올림픽을 기간과 맞물려 더 큰 호응을 얻어낸 것도 있지만, 그간 천과 가죽 정도에만 머물렀던 갑피에 ‘니트(Knit)’라는 개념이 들어온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여기에 타임(Time)지는 플라이니트를 2012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기도 하였습니다.
Introducing NIKE FLYKNIT Technology
무려 5년에 가까운 연구 끝에 개발된 플라이니트는 기존 러닝화와 비교해 그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합니다. US 9사이즈 기준으로 갑피의 무게는 34g, 신발의 무게도 160g 밖에 되지 않으며, 플라이니트를 개발할 당시에 가장 큰 과제였던 양말을 신는 것과 같은 착용감, 여기에 지지력과 안전성까지 모두 잡아냈다고 이야기합니다.
플라이니트 기술이 적용된 첫 작품은 바로 나이키 플라이니트 레이서(Racer)와 트레이너(Trainer)입니다.
Nike Flyknit Trainer
그리고 프리 아웃솔과 결합한 플라이니트 프리 역시 빠질 수 없습니다.
Designing the Nike Flyknit Lunar1+
나이키 풋웨어 디자이너인 랍 윌리엄스(Rob Williams)가 말하는 플라이니트 루나1입니다.
2013년 2월 나이키는 플라이니트 시리즈의 차세대 제품인 플라이니트 루나1을 내놓습니다. 나이키의 대표 기술 중 하나인 루나론과의 결합으로 본격적인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adidas Primeknit
니트 테크놀로지는 나이키만의 전유물인가? 아닙니다. 나이키가 플라이니트를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디다스 또한 비슷한 컨셉의 기술을 발표합니다. 그 이름하여 ‘프라임 니트(adidas Primeknit).’
아디다스가 나이키를 따라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프라임 니트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결국 특허 침해로 인한 판매 금지 소송까지 당하는 굴욕을 맛보게 됩니다. 이제는 플라이니트, 프라임니트 둘 중에 어느 하나만 검색해도 연관 검색어로 달릴 만큼 이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Nike Flyknit Lunar1+ Review
이름 : Nike Flyknit Lunar1+
색상 : Black/White, Noir/Blanc
제조국 : 베트남(Vietnam)
품번 : 554887 – 011
앞서 보여드린 랍 윌리엄스의 영상을 빌어 루나1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Precise Fit, Engineered Support, Lightweight Cushioning.
첫 번째로 플라이니트 루나1은 이름처럼 루나론을 사용해 보다 가볍고 우수한 반응성을 보입니다. 중창을 만져보면 상당히 말랑말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저는 평소 딱딱한 중창에 적응되어 있던 터라 그 푹신함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착용감. 처음 신발을 신었을 때 토박스 부분, 그러니까 신발 앞코부터 발볼까지 상당한 압박이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신축성 있는 소재라 야노스키처럼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가면서까지 신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사이즈 선택은 기존의 신는 신발과 동일하게 가시거나 기호에 따라 한 치수 정도 크게 신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세 번째 안정성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어퍼와 플라이와이어가 발의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처한다고 하더라도 아웃솔과 미드솔로 전해지는 충격을 모두 감내해내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이것 말고도 발을 잡아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나 아쉽게도 루나1은 가벼움에 집중한 나머지 정말 최소한의 기능만을 남겨놨기 때문에 장시간 달리기를 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루나 글라이드나 줌 스트럭쳐, 페가수스 시리즈에 비해 가격 대비 성능에서 떨어지는 감이 있기 때문에, 운동용으로 활용하실 거라면 사실상 다른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뒤꿈치 고리 부분에 반사 테이프가 붙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플라이니트 레이서와 트레이너는 줌에어를 사용했습니다.
아웃솔로 사용된 BRS 1000는 탄소 고무로 여타 고무 소재에 비해 내구성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루나1의 갑피는 전작 트레이너의 갑피를 개조해 사용한 것으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단 하나의 레이어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배출되는 부산물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이는 Nike Better World’라 불리는 나이키 친환경 캠페인의 큰 자랑거리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발등과 발볼 등 위치에 따라 뜨개질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각 부분별로 갑피가 늘어나는 정도를 조절해 다양한 동작에서도 한결같이 발을 잡아주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엄청난 충격들을 잘 받아낼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플라이와이어(Flywire)가 사용된 갑피의 모습입니다. 플라이와이어는 천이나 가죽을 덧대어 안감으로 사용하던 예전 방식과는 다르게 갑피 속에 나일론 소재의 줄을 삽입함으로써 그 무게와 부피를 경감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아무래도 무게와 직결되다보니 처음에는 러닝화 위주로 쓰였지만 요즘에는 최근들어 농구화, 스케이트보드 등으로도 확대되었습니다. 루나1에서는 플라이와이어가 지지대 역할을 함과 동시에 신발 끈을 잡아주는 홀더 역할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혀 부분이 제대로 고정되지 못함을 의식해서 그럴까요? 후속작에서는 아예 바느질로 갑피에 고정시켜 버렸습니다.
12년 11월 28일부터 13년 3월 9일까지 약 3개월여 가량 생산된 제품입니다.
인솔을 들어내면 이렇게 나이키+ 센서를 넣을 수 있는 홈이 보입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센서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합니다.
인솔은 항균, 탈취 기능이 탁월한 오소라이트(Ortholite)가 사용되었습니다. 매번 진화를 거듭하는 신발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사진 ㅣ 백윤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