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덮은 지 어느덧 3년. 불야성 같은 서울 도심의 나이트라이프(Nightlife)를 책임진 클럽과 라운지, 바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거나 한 풀 꺾인 채 가까스로 영업을 이어왔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스산한 밤거리, 사람들은 불만족스러운 거리두기 방침에도 제 나름대로 또 적응해서 코로나 시대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2022년.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며 감염자 수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대신 파괴력도 줄어들었다고. 계절 독감과 유사할 정도로 치명률이 낮아졌다는데…. 사실상 의료계는 이번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 팬데믹의 마지막 장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2022년 5월 기준으로 현 정부는 영업 시간 제한 및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해제했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를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것인가?

지금 서울 내에는 다양한 라운지와 바, 클럽이 슬며시 간판을 달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번 ‘New Nightlife in COVID-19’에서는 이태원과 압구정을 중심으로 좋은 음악과 경험을 공통적인 기치로 내걸며 입지를 점하고 있는 새로운 베뉴의 운영자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나눠 보았다. 세 번째 베뉴는 디제이 마크툽(Maktoop), 본명 권바다를 중심으로 이태원에 문을 연 게이바, 코끼리(Kockiri)다.

*답변 시점은 2022년 2월 말-3월 초순*

코끼리(Kockiri)
서울특별시 용산구 우사단로 46 4층

답변자: 권바다

1. 이 공간을 만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려 달라.

이 질문에는 코끼리의 크레딧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너무 많은 고마운 사람들이 있습니다(얄미운 사람들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게이바에서 바 경영을 도와주시는 스톤드 매거진(Stoned Magazine) 편집장이자 한남동 스톡드 앤 스톤드 바(Stoked and Stoned Bar) 홍영석 사장 형이 있고, 없는 돈으로 어렵게 구는 저와 공간을 서포트해준 스튜디오 콘크리트 프로젝트 매니저 박재홍 형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회사 하와이 오피스(Howhy Office), 스피커 에눌 받아준 일등 힙스터 김씨 형 그리고 건장남들을 손님으로 채워준 종로 마이 헝크(MY HUNK), 같은 건물 위층에서 장사하게 허락해준 트렁크(TRUNK), 아들이 게이바를 운영하게 허락해준 엄마 박수자. 저와 디제이 크루로 활동하는 소양강, 진행 중. 내 뒷다마를 들어준 친구들 등등(생각해보니 끝이 없겠네요. 돈 꿔준 사람이 제일 고맙기도 하고). 이 모두(얄미운 사람들 포함해서)와의 콜라보레이션이고 앞으로 소개할 아티스트들과 코끼리 주인공 바 스태프들과의 활약을 기대 중입니다.

2. 코로나 이후 서울의 나이트라이프를 책임진 공간들이 쉽게 힘을 잃고 사라지거나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시기에 공간을 연 이유는 무엇인가?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핑계로 피해를 받아도 책임에 소홀한 세월이 있었습니다. ‘나이트라이프(밤 인생)를 책임진 공간들’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커뮤니티에 대한 책임도 있습니다. 세차지는 세상 꼴이 디스토피아 공상과학 영화 배경 같은 요즘, 가만히 있다가는 전처럼 놀 수 없겠다는 상상을 하니 지금이라도 놀 수 있을 만큼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이태원을 선택한 이유라면?

16살에 동네 사람들한테 커밍아웃을 하고, 이태원 아는 형 집에 얹혀살면서 게이바에서 일을 시작하며 디제이도 했습니다(나이를 속여 6년 동안 22살로 살았습니다 ㅎㅎ). 유학을 갔다 와서 다시 본 이태원은 왠지 저에게 속 시끄러운 동네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동네로 이사 갔는데 일하는 곳도 한남동이고 하니 중력처럼 다시 이태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곳은 보지도 않았습니다. 언젠가 바다 근처 혹은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 이반 업소를 열면 좋겠다는 상상은 해봅니다.

4. 이 공간은 어떤 기획과 아이디어가 녹아든 곳인가? 또한 다른 장소와 구분되는 매력은 무엇일까.

사업 기밀입니다.

5. 이곳이 자리 잡았을 때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드나들 것 같은가? 관객으로 하여금 무엇을 보고 즐기러 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좋을지?

조금 예민한 문제입니다. 이미 이 인터뷰 데드라인이 이틀이 지난 지금 설명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해 예쁘게 말하는 짱구가 잘 안 굴러갑니다. 이해해주세요.

6. 술과 음악, 춤이 어우러진 공간이 서울에서 무수히 사라지고 다시 생겨난다. 그럼에도 이렇게 공간을 다시 만드는 데는 단순히 사업적인 목적보다는 좀 더 신선하고 좋은 음악을 향유하려는 운영자의 순수한 의도가 담겨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 등의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도 계속해서 술과 음악, 춤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일까.

좋은 바이브, 그것을 이루는 공간의 모든 요소들을 순수하게 임하려 합니다. 인생의 가장 큰 의미 있는 목적이라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제가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그림, 좋은 술, 좋은 음악, 좋은 섹스, 좋은 시간, 좋은 사랑. 감사합니다.

Editor │ 권혁인 황선웅
Photographer │강지훈

*해당 기획 기사는 지난 VISLA 매거진 19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