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거의 노래 : Noimnot – ‘accidental’

바이닐 디거를 좇아 하나의 주제를 두고 레코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VISLA의 인터뷰 시리즈, ‘디거의 노래’가 1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 소개할 디거는 디제이이자 방배동의 레코드숍 ‘rm.360’의 매니저로 6년을 근무한 노아임낫(Noimnot)이다. 설정된 주제는 ‘accidental’. 방대한 볼륨의 수납장에 빼곡한 레코드들이 모두 ‘우연히’, 본능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이유다.

레코드 콜렉터로 디제이 활동은 물론, 온라인 믹스셋과 피지컬 믹스테이프를 발매하기도 했던 노아임낫. 그의 레코드 수집 철학과 그의 방대한 아카이브의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기회일 것. 하단의 대화와 그가 추천하는 음악을 찬찬히 살펴보자.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6년 동안 방배동의 레코드숍 rm.360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다가 가게가 문을 닫게 되면서 프리랜서 디제이가 된 노아임낫이다.

‘rm.360’에서 어떤 계기로 일하게 됐나? 노아임낫이 현재 디제이로 활동 중인 것, 그리고 오늘의 인터뷰 장소가 된 당신의 작업실에 거대한 레코드 벽이 구축되기 이전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하니 꽤 흥미로운데.

원래는 rm.360의 손님이었다. 2014년에 군대를 전역할 당시 서울은 김밥레코드,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시트레코드와 rm.360 등 조금씩 여러 레코드숍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메타복스 같은 레코드 숍도 있었지만, 흑인 음악을 사기 위해 김밥, 시트, rm.360을 주로 방문했다. 그때 당시 rm.360은 말립(Mallib)과 디제이 재용(DJ Jeyon)이 일했고 그들이 바빠지면서 새로운 사람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지인을 통해 얼핏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클럽 브라운(Brown)에서 디제잉 중이던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를 찾아갔고 그와 미팅한 뒤 rm.360의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

소울스케이프는 단골 손님인 노아임낫을 알고 있었나?

딱히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난 직원이 되기 이전에 개인 셀러로 여러 레코드 페어에 입점해 레코드를 팔았고, 그때 소울스케이프와 몇 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야기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니 얼떨결에 일하게 됐다.

그렇다면 바이닐은 언제부터 모았나?

2011년쯤이다. 내가 칸예 웨스트(Kanye West)나 제이 딜라(J.Dilla) 등의 힙합 프로듀서를 무작정 듣던 당시에, 제이 딜라와 매들립(Madlib)이 ‘스톤즈 스로우(Stones Throw)’ 브라질 투어에서 레코드숍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멋있어서, 나도 레코드숍에 찾아가 무작정 사진 찍고 레코드도 몇 장 샀던 게 시작이었다. 그때 내 촬영장이 된 곳이 아마도 퍼플레코드다. CD만 취급하던 퍼플에 어느 순간부터 바이닐이 박스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바이닐 한 장에 해봤자 5천 원 정도 밖에 안 하니까, 10장 해봐야 5만 원이다. 그런 것들을 마구 구매했다. 커버에 전부 흑인이 있었고, 그냥 감으로 샀다.

그리고 힙합을 듣다 보면 샘플링에 관심이 가지 않나. 나도 칸예 웨스트의 “Dark Fantasy”를 들으며 샘플링 작법에도 관심이 생겼다. 또 힙합 그룹 D.I.T.C(Diggin’ in the Crates)의 의미를 잘못 알고 더 열심히 디깅하기도 했다. 크레이츠(Crates)를 크리에이트(Create)로 착각해서 디깅해서 뭔가 창조하라는 의미로 알았다. 그냥 단순하게 박스를 살피라는 의미인데.

턴테이블도 없는데 무작정 판부터 구매한 것인가?

턴테이블은 없었지. 그때는 바이닐을 듣지 않고 그냥 소장만 했다.

오늘 소개할 첫 음반이 턴테이블을 구매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어떤 레코드인가?

대니 콕스(Danny Cox)의 [Feel So Good]이다. 2012년 광진구 악스홀(현재 yes24 라이브홀)에서 개최됐던 ‘제2회 서울레코드페어’ rm.360 부스에서 발견한 음반이다. 그때 다른 부스는 청음이 안 됐는데 rm.360 부스는 베스탁스 핸디 트랙스(Vestax Handy Trax) 턴테이블에 이어폰이 꽂혀 있어서 간단한 청음이 가능했다. 턴테이블이 없던 입장에서 그런 간단한 구성으로도 LP가 재생되는 것을 알게 됐고, 그 계기에서 나도 베스탁스 핸디 트랙스를 구매했다.

Danny Cox – [Feel So Good]

[Feel So Good]은 어떤 음반인가. 수많은 음반 중 [Feel So Good]을 골라온 이유는?

바늘을 처음 올린 순간 내가 들었던 부분이 A SIDE의 첫 트랙 “You Can’t Hold Me Back”의 핸드 클랩 소리였다. 칩멍크나 소울의 샘플을 쓰는 프로듀서의 결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후로도 “You Can’t Hold Me Back”과 같은 곡을 정말 많이 샀고 나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준 음악이다. 나머지 트랙은 되게 컨츄리하기도 하고 좀 블루스의 영향도 있기도 해서 DJ들이 선호할 LP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내 첫 번째 훵크 레코드라서 꾸준하게 애정을 주고 있다. 시작이 [Feel So Good]이라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왜냐면 처음부터 너무 값비싼 것으로 시작했다면 지금도 계속 그런 것만 찾아다녔을 테니까. [Feel So Good]은 유명하지도 않고 미국에 가도 박스에 꽂혀있는, 여전히 저렴한 앨범이다.

Danny Cox – “You Cant Hold Me Back”

밀짚모자를 쓴 흑인의 커버아트. 당신이 언급한 음악적 장르가 이미지적으로도 드러나는 것 같다.

그렇지. 옛날에 우스갯 소리로 LP 커뮤니티에서는 흑인이 웃고 있으면 좋은 소리가 난다고 했다. 지금은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부정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뻔한 걸 믿고 구매했던 편이다.

[Feel So Good]의 주인공 대니 콕스에 대한 정보는?

사실 이 앨범의 큰 특징은 잘 모르겠다. 나는 오직 “You Can’t Hold Me Back”만 좋아했기 때문에. 곡 역시 나에게만 유독 의미가 깊은 트랙이지, 흑인 음악의 갈래로도 뜻깊은 앨범은 아니다. 대니 콕스는 지금 아이들을 교육하며 합창단을 이끌고 있다고 들었다.

앞서 샘플링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작업실 한구석에 MPC가 박혀있는 것도 봤는데, 직접 비트를 만들어본 적은?

샘플링으로 LP에 접근했으니까, 소스용으로 레코드를 사기도 했지. 그런데 4, 5년 정도 그렇게 모으고 디제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다 보니까 LP를 소스로 활용하는 행위는 별로 재미 없더라고. 또 이미 유명한 것들은 모두 누군가가 쓰기도 했고, rm.360에서 일하면서 이런 음악들을 많이 알아버리니까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이더라고. 어쨌든 내 레코드 수집의 계기는 샘플링 용도가 맞다. 그래서 “You Can’t Hold Me Back”과 같은 음악들을 찾아 들었던 것이고.

rm.360에서 6년을 매니저로 일했다고 했다. 6년이면 적은 시간은 아닌 듯하다. 숍을 관리하는 것이 매번 새로울 수도 없을 것이고, 딱히 큰 돈을 버는 일도 아니었을 것 같다. 그런 노아임낫에게 6년을 함께할 수 있었던 동기는 무엇이었나?

우선은 하루 종일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지. 또 레코드가 안 팔리면 내가 전부 살 수 있다는 것. 근데 그 엔진도 꺼진 것이 약 5년 정도 근무했을 때다. 음반이 계속 들어오긴 하지만, 5년 차가 됐을 때는 숍에 있는 음악을 전부 알겠더라. 너무 붙박이처럼 일하다 보니 지나치게 동화된 느낌이 들었다.

오늘의 주제 ‘accidental’은 어떤 의미인가.

그냥, 내가 마구잡이로 구매해온 레코드가 전부 우연이라고 생각되어 설정한 주제다. 내 작업실에 있는 레코드 한 장 한 장 모두가 우연에서 시작된 것이고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 확장되었다. 커버만 보고 샀다거나, 심심해서 방문한 레코드숍에서 주인에게 추천받는다거나. 내가 만드는 대부분, 심지어 믹스셋도 우연히 만난 판으로만 제작하고 오늘 소개할 레코드도 모두 우연히 만났기 때문에 ‘accidental’로 설정했다.

믹스셋을 염두하고 레코드를 모으면 또렷한 방향이 정해지니 ‘우연’이 적용되기 힘들기도 하다. 수집한 레코드만으로 하나의 믹스셋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믹스셋을 위해 추가로 구매하게 되는 레코드도 생기기 마련이다. 노아임낫은 어떠한가?

그 둘의 중간인 것 같다. 일단 내가 가진 음악으로만 믹스셋을 만들려고 하면 절대로 완성될 수가 없다. BPM이나 무드가 맞는 곡을 찾기가 힘들어져서. 따라서 레코드를 꾸준하게 모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믹스가 완성되어 있다. 딱히 다음 곡을 신경 쓰지 않고 우연을 기다리다 보면 쌓인 레코드에서 알아서 맞춰지는 경우가 많더라고.

우연은 모두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지는가? 디스콕스(Discogs) 혹은 다른 온라인 레코드숍을 이용하진 않는지.

온라인으로는 구매해본 적이 없다. 전부 내가 발로 뛰어서 구매한 것들이지.

어디까지 발로 뛰는가?

코로나 전에는 도쿄까지 갔다. 근데 도쿄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우연의 기준이 많이 낮아져서, 거기서 만난 모든 음악이 좋아지기도 한다. 또 도쿄는 레코드의 퀄리티가 높다. 서울에서는 ‘모자이크(Mosaic)’를 자주 방문한다. 도쿄에 가면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 그리고 의외의 물건을 모자이크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소개할 앨범은?

세러데이 나잇 밴드(Saturday Night Band)의 [Keep Those Lovers Dancing]. 김밥레코드가 처음 생기고 2년 정도는 중고만 취급했던 기억인데 그때 김밥레코드를 방문했다가 커버가 멋있어서 우연히 구매하게 된 레코드다. 이걸 살 때쯤에는 베스탁스 턴테이블이 있었는데 되게 빠른 음악이면서 중간중간 보컬있는 파트가 좋아서 그 자체에 빠져들게 됐다. 이제는 이게 디스코라고 인식하지만 그때는 디스코인 줄도 몰랐다.

Saturday Night Band – [Keep Those Lovers Dancing]

추천할 트랙이 있나?

첫 트랙 “Keep Those Lovers Dancing”. 초반부 리듬이 정말 강력한데, 보컬이 나오는 파트는 편안하고 애절한 느낌이 있다. 나중에는 이 음악을 기준으로 믹스도 만들려고 했는데 앞, 뒤를 이어갈 수 있을 트랙이 아무것도 없더라. 133BPM의 디스코라 엄청 빠르기도 하고 이 음악과 같은 감정선을 가진 음악이 잘 없어서, 또 우연을 찾아다니는 계기가 됐다.

Saturday Night Band – “Keep Those Lovers Dancing”

그 당시면 유튜브에 온갖 음악이 막 아카이빙될 시절이 아닌가.

근데 나는 판을 구매할 때 유튜브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굳이 본다면 위키피디아에서 별점 정도?

그러나 소울, 훵크나 가스펠, AOR은 위키피디아 혹은 매체에서 별점을 매기는 경우가 많지도 않았다.

그래서 유명한 것들 외에는 검색해볼 생각도 안 했다. 또 소울, 훵크 레코드에 별점이 많이 박하더라고. 그래서 평점을 보고 사는 것도 어느 순간 믿지 않게 되었지.

앞선 이야기를 통해 노아임낫의 수집 행위에 디제잉이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혹시 디제잉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레코드를 수집한다고 모두 디제이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것도 정말 우연히 시작하게 된 거다. 큰 계기는 2014년에 테크닉스(Technics) 턴테이블을 우연히 싸게 구매하며 시작됐다. SL-1200 MK5가 당시에 50만 원이었고, 나는 베스탁스 핸디 트랙스로 만족 중이었는데, 시트 레코드 사장님이 테크닉스 매물을 보면 무조건 두 대를 사놓으라고 추천했지. 사실 다이렉트 턴테이블 두 대의 난 그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턴테이블 두 대와 베스탁스 PMC 05 PRO 믹서까지 얼떨결에 갖게 된 거다. 그때는 디제잉을 할 줄 몰라서 한쪽으로만 음악을 듣다가 능숙해지니 디제잉도 할 수 있게 되더라.

또 rm.360의 영향도 있다. rm.360에는 디스코, 훵크가 많으니까 손님으로 자주 방문하던 당시에 그런 레코드를 많이 모아놨거든. 그렇게 rm.360에서 모아놓은 레코드를 이사하려고 정리하다 보니까 내가 프리미엄이라 생각하는 박스에 담았더라고. 모두 공통점을 찾을 수 있고, 접점이 있는 것 같아서 믹스를 시도해보니까 딱딱 맞았다. 그걸 계기로 시작하게 되기도 했다.

믹스테이프도 제작하기도 한다. 디제이 마이다스비츠(midasbeats)와 함께 믹스테이프 시리즈 “Groove Diggers”도 제작 중이고. 반면 사운드클라우드, 믹스클라우드에 올릴 수도 있지 않나. 피지컬 믹스테이프를 제작한 특별한 이유는?

그냥 피지컬 자체를 만들고 싶었다. 시리즈의 시작은 마이다스 비츠가 테이프 다섯 개를 한 손에 쥐고 있으면 멋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서다. 믹스셋 만드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니니까. 믹스하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해보자고 이야기를 해서 ‘웰컴레코즈(Welcome Records)’와 함께 제작하게 됐다.

다음으로 소개할 앨범은?

알피 데이비슨(Alfie Davison)의 [Who’s Gonna Love Me]. 앞서 소개한 레코드로 두 개의 우연이 레퍼토리로 쌓이다 보니, 이 음반을 모을 때부터는 레코드 수집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rm.360에서 구매했는데, 숍에서 일하기 전에 균일가 판매 이벤트에서 구매한 30장 중 하나였다. 처음 구매할 당시에 듣지도 않고 구매했던 것이라 어떤 음악이 담겼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턴테이블에 올리자마자 여름 믹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름 믹스가 최근 발매한 믹스테이프 “Groovy Digger Vol.2″의 ‘Sea Side’다.

Alfie Daviso – [Who’s Gonna Love Me]
Alfie Davison – “Who Is Gonna Love Me”

그렇다면 “Groovy Digger Vol.2″를 제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인데.

[Who’s Gonna Love Me]를 처음 구매할 당시가 2016년이니 6년 걸린 거지. 다음 곡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냥 언젠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6년이 걸렸다.

알피 데이비슨에 관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나?

알피 데이비슨은 많은 곡을 만들진 않은 작곡가다. 근데 그가 유명해진 것은 임페리얼스(The Imperials)라는 그룹에게 “Who’s Gonna Love Me”을 다시 부르게 했는데, 그걸 디제이 무로(DJ MURO)가 트로피컬 시리즈 믹스를 제작하는데 핵심적인 곡으로 사용해서 유명해진 것 같다.

또 클리크 레코드(Clique Records) 2주년에 오사카의 레코드숍 ‘레벨레이션 타임(Revelation Time)’과 ‘레어 그루브(Rare Groove)’가 참여해서 레코드를 판매한 적이 있는데 그때 벨라 앤 오리지널 이스턴 갱(Bella & The Original Eastern Gang)의 [It’s So Nice]라는 레코드를 산 적이 있다. 시티팝인 줄 알고 그냥 산 건데 알고 보니 알피 데이비슨이 작곡했더라. 그의 몇 없는 작품을 우연히 찾은 것, 그리고 일본에서도 활동했다는 게 신기했다.

다음으로 소개할 앨범은?

시몬느(Simone)의 [Amar]이다. 이 앨범으로 브라질 음악을 듣게 됐다. 이 역시 우연인 게 커버만 보고 샀기 때문. 커버아트만 보면 무슨 하드락 앨범이 연상되지 않나. 아무튼 초록색도 없고 삼바의 느낌도 없어서 브라질을 연상할 수 없는 이미지의 앨범이다. 또 마침 이 앨범을 구매할 당시가 봄이기도 했다. 구매하여 턴테이블에 올리는 순간 머릿속에 꽃이 피고 주변 공기가 바뀌는 것만 같은 충격을 받았지. 이 앨범이 계기가 되어 믹스 시리즈 “Soft & Sweet”도 시작하게 됐고, 다른 MPB(Música Popular Brasileira)나 경음악을 찾는 등 여러가지 접점을 찾아보려고 했다.

Simone – [Amar]
Simone – “SIMONE PÃO E POESIA”

커버만 확인하고 우연을 좇다 보면 실패하는 경우도 빈번할 것인데.

처음에 구매하며 실패라고 생각하는 판들도 신기하게 나중에는 다 어느 곡들과 접점이 생기더라. 그럼 결국은 실패한 게 아니게 되는 거지. 그래서 실패도 재밌다. 이런 걸 모으는 게 즐거운 사람이라 수집에서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근데 우연히 좋았던 것만 추려서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이 오해할 수도 있는데 나도 실패를 많이 겪는다. 놔두기도 하지만 팔기도 한다. 내가 실패라고 생각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커버아트만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비슷한 성향을 지닌 수집가들도 더러 있을 법한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나?

사실 내가 사는 음반의 커버아트적 특징이나 공통점이 딱히 없다. 다만 앞서 말한 LP 커뮤니티에서 흑인이 이를 보이며 웃고 있으면 좋은 음악이라는 게 아직도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이것만은 부정하고 싶다. 내 생각이긴 한데 어느 정도 모으다 보니까 안 웃고 있는 게 훨씬 좋은 게 많더라. 클래식한 훵크 앨범 중에 잘 팔리고 흥행했던 것들이 그런 공통점을 갖고 있으니 사람들도 그걸 신봉하는 것 같다.

다음으로 소개할 앨범은?

캐시 그린(Kathe Green)의 [Beautiful Change]. 모타운(Motown)에서 발매됐지만, 전형적인 모타운 스타일이 아니다. 원래는 레어 어스(Rare Earth)라는 모타운 산하의 그룹의 발매인데, 모타운에 공식적으로 합병되면서 라벨이 붙은 걸로 안다. 그래서 음악 스타일이 전형적인 모타운 스타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다.

Kathe Green – [Beautiful Changes]
Kathe Green – “Beautiful Changes”

이 앨범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있나?

우연히 도쿄 시부야의 LP 가게로 들어갔다가 발견해서 구매한 앨범이다. 박스에서 모타운 먼저 봤는데, 프랭크 윌슨(Frank Wilson)이라는 이름이 더 눈에 띄었다. 프랭크 윌슨은 모타운 하우스 프로듀서로 60년대 초에 노던 소울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라 그 이름에 구매한 음반이었다. 그렇게 구매해서 들어보니 내가 당시에 찾던 소리였고. 내가 가진 버전은 7인치 프로모 버전인데 LP에 수록된 곡과 버전이 조금 다르다. 7인치가 브레이크가 좀 더 뚜렷한 편. 그 뚜렷함이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내가 모타운이라 생각하던 음악과 전혀 다른, 너무 진한 음악이 담겨있었다. 이 음악을 계기로 비슷한 스타일과 감정을 지닌 판을 찾다가 실비 로슈(Sylvie Roche)의 [Les Feux Clignotants]을 찾게 됐고, 두 음악을 믹스한 적도 있다.

Sylvie Roche – [Les Feux Clignotants]
Sylvie Roche – “Les Feux Clignotants”

[Les Feux Clignotants]은 어떤 앨범인가?

[Les Feux Clignotants]은 클리크 레코드에 갔다가 주인장 앙투안이 추천해서 구매했던 음반이다. 나도 이 앨범의 정보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찾아볼 수가 없었다.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해도 나오는 정보가 없었고. 프랑스 샹송인데 특이한 구조의 샹송이다. 발매처인 ‘EMI’가 작은 곳이 아닌데 정보가 없어서 의외의 레코드였다. 그래서 정말 아끼는 판이고.

마지막으로 소개할 앨범은?

Plunky And Oneness Of Juju의 [Make A Change]다. 엑조틱한 커버와 사운드에 빠졌을 당시에 rm.360에서 구했던 음반이다. 아무도 구매하지 않아서 내가 구매했지. 가격은 5만 원으로 꽤 비싼 편에 속했지만, 커버에서 느껴지는 오묘함이 구매를 이끌었다.

Plunky And Oneness Of Juju – [Make A Change]

밴드는 스피리츄얼 재즈 연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인데, 이 앨범은 다양성을 지니고 있어 많이 듣기도 들었고 다양한 이벤트에서 틀기도 했다. “Lovers Wonderland”은 나른한 발레이릭 풍의 곡으로 해당 곡을 듣고 80년대 이국적인 음악을 계속해서 찾아 듣기도 했고, 파라다이스 개러지(Paradise Garage)에서도 크게 히트한 “Every Way But loose”은 나를 개러지 디스코의 세계로 인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Always Have To Say Good-Bye”는 여전히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 곡. 아직 이와 비슷한 감정의 곡을 찾지 못했다. 레코드를 구매하는 여정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또 어딘가에서 그런 음악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Plunky and The Oneness Of Juju – “Always Have to Say Goodbye”

이번 디거의 노래를 계기로 오프라인 숍에서 우연을 찾아보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에 첨언하자면?

디스콕스, 주노(Juno) 등의 온라인 숍이 편하긴 하겠지만, 나는 빨리 질릴 것 같더라. 시간이 걸리지만, 직접 발로 뛰며 찾아보는 게 재밌지 않나. 근데 요즘 사람들의 소비 포인트가 많이 바뀌어서 우연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니즈가 확실해졌으니 실패도 겪기가 어렵지.

Noimnot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황선웅
Photograpy | 김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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