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누비는 라이더를 위한 일본 여행 안내서 #1 준비부터 출항까지

지난 몇 년간 답답했던 제한 조치에 대한 보상 심리 탓인지, 세계보건기구 WHO와 각국이 코로나19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하며 다시금 해외여행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다시 활기를 띤 비행기 노선에 비해 팬데믹 동안 거의 중단됐던 선박 여객선의 운항이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보다 배를 띄우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기에 해운 회사들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려고 했을 것. 그러던 중 4월 말부터 필자가 즐겨 이용했던 해운 회사에서 차량 선적을 재개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금 바이크를 타고 일본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을 잘 모르는 바이커들을 타깃으로 어떻게 해외로 나가고 또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준비부터 배에 탑승하는 과정까지 아래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왜 바이크 여행인가?

사실 가장 좋은 여행은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만큼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일주를 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바이크로 여행한다.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더 많은 부품이 들어가고 부피가 커서 여행 중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 자전거나 도보는 체력과 시간, 자금 모두 넉넉해야 한다. 기동성과 정비성, 자유도, 주차의 편리함, 예산 모두를 고려하면 바이크가 퍽 괜찮다. 그 외에도 바이크 여행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자신의 교통수단으로 해외에 나가 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장거리 여행을 하는 기분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든 머리를 틀어 즉흥적으로 다니기에도 좋고, 동시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무언가와 함께하는 여정은 당신을 성장하게 한다. 또한 당신의 지역명이 적힌 영문번호판을 보고 사람들이 환대할 것이다. 이런 장점들을 생각하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평소보다 조금만 더 책임감을 느끼면 된다.

이번 여정의 트랙

왜 일본인가?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적과 여객 비용도 저렴하며 운항 시간도 짧다. 1~3주 정도 시간을 내서 가보기에 적당하다. 꼭 일본일 필요는 없으나, 동해 –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은 현재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으로 이용이 어렵고, 그 외 태국이나 아메리카 대륙으로 나가는 것은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 설명하는 내용은 일본과 부관훼리라는 해운 회사지만 다른 나라와 해운 회사 역시 크게 다를 것 없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노선 선택하기

이제 당신이 여행을 마음먹었다면 절반은 한 셈이다. 그다음으로 해야 할 것은 어떤 노선을 선택하느냐다. 현재 한국에서 바이크로 일본까지 가는 노선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필자가 택한 부산 – 시모노세키의 부관훼리(칸부훼리), 부산 – 후쿠오카 노선의 고려훼리, 부산 – 오사카 노선의 펜스타 크루즈. 동해와 블라디보스토크, 사카이미나토를 운항하는 DBS 크루즈는 현재 이용이 힘들다고 알고 있다. 그렇기에 부관훼리와 고려훼리, 펜스타 중 고르면 된다. 혼슈 중부지역 위주로 돌아다닐 것이라면 오사카행 펜스타가 적합하겠지만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자신의 운송수단으로 여행하는 라이더들은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 후쿠오카와 시모노세키는 가격과 시간이 비슷한데, 최저 배기량 요구치가 시모노세키행 부관훼리가 더 낮다. 후쿠오카행 고려훼리는 서류상 250cc 이상 바이크여야 하는 데 비해 시모노세키행 부관훼리는 서류상 125cc 이상 바이크는 모두 다녀올 수 있다. 단, 124.9cc 이하, 그러니까 한국과 일본에서 원동기라고 불리는 바이크는 세 군데 모두 입항이 불가능하다. 즉, 이종소형면허를 가지고 있어야 탈 수 있는 바이크만 일본으로 나갈 수 있다(한국 원동기 면허나 자동차 면허로는 외국에서 바이크를 탈 수 없다. 이종소형면허가 있어야 바이크 관련 국제운전면허가 발급된다). 이에 관해 궁금증이 생겨 선사에 물어봤더니 125cc 이하는 법규가 다를 뿐더러 도시고속도로, 고속화도로, 고속도로를 탈 수 없기 때문에 일본 세관에서 선사에 요청한 것이라 한다. 당신이 125cc 미만 바이크를 탄다면 DBS크루즈의 운행재개를 기다리거나 바이크를 바꿔야 한다. 만약 배를 타고 갈 시간이 없다면 일본에서 렌트하는 방법도 있다. 필자는 이번에도 부관훼리를 이용했는데 이번 여정을 함께한 VISLA의 또 다른 에디터, 의윤의 바이크가 200cc였기 때문이다. 또 필자는 후쿠오카 시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한국-중국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고 바이크 주차가 불편하기 때문. 참고로 부산 – 시모노세키 왕복 요금은 바이크 + 2등실이 37만원이며 추가로 유류세, 수수료, 보증금, 보험금 등 20만원 정도 더 나간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몇 만원을 더 내면 2등실을 2인실인 1등실로 바꿔주는데 강력히 추천한다. 2등실은 옛날 수련원 같은 느낌인데 반해 아침 일찍 내려 종일 바이크를 타야 하는 입장에서 1등실에서 더 편히 쉬면 좋기 때문이다.


필수로 준비해야 할 것들

노선을 정했다면 해운사에 연락하여 출항과 입항 날짜를 정하도록 하자. 가격은 비행기와 달리 매일 똑같으니 편한 날짜를 고르자. 최소 출항 1~2주 전에 전화로 예약해야 하는데 그사이에 필요한 서류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먼저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 국제면허는 경찰서에 가서 신청하면 10~20분 내로 발급이 되며 유효기한은 발급일로부터 1년이다. 그리고 바이크 영문등록증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자신이 살고 있는 거주지 관할 구청에 가서 발급해달라고 하면 된다. 어떤 구청은 이런 업무가 익숙지 않아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 가끔 차대번호나 다른 글자에 오타를 내는 담당자가 있을 수 있으니 꼼꼼히 확인하자. 또 해운사가 요구하는 자동차 일시반출입 수속을 위한 정보 요청서를 작성하자. 각 해운사 홈페이지에서 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 더 필요한 것은 ROK라고 적힌 스티커 2개와 영문번호판이다. 스티커와 번호판은 해운사나 일본 세관에서 준비해 주지 않으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ROK란 ‘Republic of Korea’의 약자로 한국 자동차임을 나타낸다. ROK 스티커는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주문하는 것이 편리하다. 영문번호판 역시 제작해 주는 곳이 있으나 자신이 출력해서 코팅해도 된다. 


출발 전 정비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일본이 바이크 천국이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본에서도 대처가 가능하긴 하지만 여행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바이크를 미리 꼼꼼히 정비하자. 엔진오일, 대소기어체인, 타이어, 브레이크 패드 등 소모품을 교환하고 평소에 문제가 발생했던 부분을 잘 수리해 두자. 평소보다 짐을 많이 실을 거라 체인 유격과 공기압을 다르게 세팅하면 더 좋다. 앞서 말한 소모품과 기본적인 경정비는 일본에서도 자주 확인하도록 하자. ROK 스티커 역시 미리 붙여놓고 구글맵을 내비게이션으로 쓸 것이니 핸드폰 거치대와 충전시스템, 방수커버 역시 준비하자.

일본어를 공부하자

다른 나라에 비해 일본은 영어가 더욱더 통하지 않는 편이다. 도시에 가면 젊은이들은 영어나 한국어를 좀 하는 편이고 핸드폰 번역기도 사용해가면서 대화가 되지만 바이크를 타고 시골에 다니며 식당과 숙소에 드나들고 사람을 사귈 때 한두 마디라도 더 할 줄 아는 것이 퍽 이득이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관광할 때 많이 쓰는 일본어와 다소 다르게 쓰게 되는 용어들이 있는데 가장 큰 건 역시 주유소에서 필요한 용어들이다. 그 외에도 숫자와 요일, 인사와 육하원칙 같은 것은 꼭 숙지해 두자. 공부하기 싫은 독자들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드라마라도 몇 편 봐두면 좋다. 필자 역시 공부를 싫어해 직접 부딪히며 배운 엉터리 생존용 일본어 실력을 가지고 있어 갈 때마다 언어가 항상 아쉬웠다.


동행자

혼자 다녀도 좋지만 그만큼 또 외로울 것이다. 숙박비도 그렇고 여러모로 두 명 정도가 적당하다. 라이딩 스킬과 언어 스킬의 차이가 많이 나는 동행자라면 서로 불편할 수 있다. 바이크 여행 시에는 사소한 것으로 다투는 일이 많으므로 웬만하면 싸우지 말자고 미리 맹세하자. 싸우게 된다면 바로 화해하는 것이 좋다. 화해하지 않고 돌아오면 점차 인연이 멀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패킹

자동차와 달리 바이크는 그 짐의 무게를 당신이 짊어져야 한다. 그러기에 효과적인 패킹이 중요하다. 여권 및 면허증, 각종 서류는 잃어버리지 않게 가방의 깊은 곳에 보관하자. 보호장비는 너무 과하면 걸을 때 불편하기에 편하고 실제 보호력이 있는 장비를 선택하자. 헬멧은 쉴드가 달린 오픈페이스나 풀페이스 형태가 좋다. 또 계속되는 풍절음으로 인한 청력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귀마개를 준비하는 센스도 잊지 말자. 숙소에 세탁기가 있는 곳이 많기에 불필요한 옷가지는 챙기지 말도록 하자. 또 시간과 장소, 온도가 계속 달라지는 환경을 맞이할 것이므로 방풍이 되는 옷을 겉에 입고 안에 여러 벌의 옷을 껴입어 날씨에 대처하자. 우비는 방수가 잘되면서 동시에 땀이 차지 않고 부피가 많이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로 백팩을 매고 다닌다면 백팩용 레인 커버도 하나 챙기자. 그 외에 바이크를 급히 손봐야 할 때를 대비해 간단한 공구와 체인루브를 준비하도록 하자. 공구는 자주 쓰는 미리수의 스패너와 라쳇, 케이블타이, 청테이프, 타이어패치, 멀티툴 정도면 된다. 여유가 된다면 공기압을 넣을 수 있는 휴대용 컴프레셔나 다른 공구도 더 있으면 좋지만 사막 같은 오지를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구를 너무 무리해서 많이 가지고 갈 필요는 없다. 일본은 주유소, 편의점, 숙소들은 카드가 되지만 자판기와 식당은 카드가 안 되는 곳이 많기에 적당한 금액을 환전하자. 그 외에 돼지코 몇 개 정도 빼면 나머지의 짐들은 자신이 알아서 목적에 맞게 패킹하도록 하면 된다.


부산까지의 여정

부산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독자들이라면 건너뛰어도 된다. 허나 부산으로부터 멀리 살고 있는 라이더라면 사실 일본 내에서 돌아다니는 것보다 부산까지의 여정이 더 피로한 편이다. 필자는 서울 – 부산을 자동차나 바이크로 꽤 다녀봤지만, 동행자인 의윤은 이 정도 장거리가 처음이라 2박을 잡고 천천히 가기로 했다.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으나 짐을 다 싸고 둘 다 잠이 오질 않아 그냥 밤에 출발해 버렸다. 한국에서 바이크는 도시고속도로, 고속화도로, 고속국도, 고속도로 모두 다닐 수 없으니 국도나 지방도로 다녀야 한다. 그래서 서울 – 부산이 꽤 멀긴 멀다. 가는 길이 심심하면 평소에 마주할 일이 없는 지명들을 봐보자. 친구의 이름과 똑같은 곳들이 꽤 많다.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출발했으니 사람도 만나고 동네도 구경했다. 필자는 멀어서 평소에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뵈었다. 벌써 여행이 시작된 느낌에 가슴이 꽤 요동칠 것이다. 맛있는 것도 먹고 경남 즈음에서 엔진오일을 포함한 바이크 정비도 한 번 더 해두자.


출항

부관훼리 기준 배는 하루에 한 대 있다. 한국에서는 부관훼리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칸부훼리라고 부른다. 부산의 부자와 시모노세키의 관자를 딴 한일 합작 공동 해운 회사기 때문에 그렇다. 배는 한국배인 성희호와 일본배인 하마유호가 있는데 두 편의 배가 오가기 때문에 날짜에 따라 배가 정해진다. 오후 2시 반 정도까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해 승객 티켓팅을 완료하면 담당 직원이 나와 바이크와 자동차 승객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안내해 준다. 먼저 바이크를 수화물 게이트 앞으로 이동시키고 임시출입증을 발급받는다. 그리고 각종 서류 작업을 하고 한국관세무역 수수료를 현금으로 내야 한다. 자동차 일시반출입으로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면 출입국 시에 바이크 세금을 내야 하는데 금액이 엄청나기 때문. 그다음으로 바이크에 실려 있는 짐을 세관에서 검사한다. 바이크나 자동차에 있는 짐을 가지고 배에 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권을 포함한 배에 가지고 휴대할 짐은 검사하지 않는다. 세금이 관련된 주류, 담배나 금화뿐 아니라 검역에 관련된 농수축산물도 검사 대상이다. 그래도 비행기를 타는 것보단 여러모로 덜 빡빡하다. 검사가 완료되면 정박하여 있는 배 앞에 바이크를 주차하고 다시 게이트를 나가 터미널로 향한다.

승객 탑승은 저녁부터 이뤄지므로 시간이 몇 시간 남을 것이다. 이 사이에 일본에서의 일정이나 간단한 일본어 공부, 동행자와 잡담을 나누도록 하자. 배에 탑승하면 곧 바이크 선적 안내방송을 해준다. 여객 층에서 차량 갑판으로 내려가 밖에 주차해 두었던 바이크를 안내에 따라 배에 싣자. 그리고 진동에 약한 짐과 헬멧, 어메니티 등을 여객 층으로 가지고 올라가자. 참고로 성희호와 하마유호 식당 식사는 꽤 별로다. 편의점과 자판기를 추천한다. 출항하면 멀어지는 부산 야경을 감상하자. 목욕탕, 노래방, 오락실 등에서 적당히 즐기다 늦지 않게 수면을 취하자.

다음편에서는 일본에 내려서 해야 할 것들과 일본의 교통체계, 주유소, 도로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또 재미있고 색다른 여행을 하기 위한 팁들 역시 기고할 것이니 많은 기대바란다.

부관훼리 공식 웹사이트


Photographer |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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