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에서 돌출해온 독보적인 J-rock 밴드, DEATHRO의 서울 투어 / 미니 인터뷰

하드코어 펑크 밴드 슬랜트(Slant, 이하 S)가 기획하는 공연 ‘DON’T SAY FUCK TO FRIENDS Vol.1’에 밴드 데스로(Deathro, 이하 D)가 찾아온다. 일본 가나가와로부터 서울을 찾는 그의 일정은 3월 29일과 30일, 날짜마다 ‘첫사랑(first love)’ 그리고 ‘영원한 사랑(forever love)’라는 부제가 붙었다. 사랑의 전파자, 데스로와의 인터뷰 질문은 밴드 슬랜트와 음악가/기획자 박다함(이하 P)이 진행했으며, 데스로 그리고 슬랜트가 답했다. 


S: ‘Deathro’라는 이름은 언제 처음 사용했나? 

D: 2001년 16살 때 연주했던 첫 밴드인 ‘ANGEL OF DEATH’의 데모 테이프 크레딧에 ‘DEATHRO’라고 적으면서 처음 사용했다. 이후 2015년, 데스로 이름으로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써오고 있다.

P: 데스로를 록 보컬리스트(Rock Vocalist)라고 하는데, 음악이 하드코어 펑크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가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필 록이라고 호칭하는 이유가 있는지?  

D: 이전 몸담았던 하드코어 펑크 밴드 ‘코스믹 노이로제(Cosmic Neurose)’의 활동을 끝내고, 데스로라는 이름으로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펑크 씬만이 아니라 큰 틀로서 ‘록’을 선보이겠다는 결의의 표명으로 ‘록 보컬리스트’라고 자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역시 록이 더 이상 쿨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던 터라 다시 록을 급진적인 반문화(radical counter-culture)로 돌리고 싶다는 바람에서 호칭하고 있다.  

P: 데스로의 노래 중에 주제로 사랑이 많은 것 같은데, 데스로의 노래에서 사랑이란 무엇인가?  

D: 가장 큰 주제이자 원동력이다. 그리고 동경하는 1980년대 일본 비트 록 밴드(80s Japanese Beat Rock band)처럼 자칭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경박한 러브 송’이라고 모멸당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사랑 노래를 추구하고 있다.

S: 그렇다면 데스로 본인에게 사랑이란? 

D: 사랑이란 기쁨… 사랑과 분노가 내 원동력이다. 

S: 화제를 바꿔서, 데스로가 가장 좋아하는 점심 메뉴는? 

D: 야마다우동(山田うどん) 체인점의 카키아게 덮밥과 우동 세트.

P: 슬랜트와 가깝게 지내는 펑크들도 농담처럼 출신 도시 이야기를 한다. 예를 들어 파인 더 스팟(Find The Spot)이 풍덕천 이야기를 하듯이. 데스로에게도 가나가와가 의미 있을 것 같다. 방금 답변에서도 사이타마 중심으로 퍼져 있는 우동 체인점 이름을 말씀해 주셨다만, 가나가와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D: 먼저, 야마다우동 체인점은 사이타마현의 소울 푸드로 가나가와에는 사가미하라 지역에 몇 개의 점포가 있을 뿐이다(웃음). 

가나가와를 소개해 보자면 가나가와현은 요코하마, 가와사키, 가마쿠라, 쇼난, 요코스카 등 바다와 가까운 지역이 유명하다. 하지만 데스로가 살고 있는 아이카와와 그 주위의 아쓰기, 자마, 에비나, 아야세, 야마토 그리고 사가미하라 남부 등 내륙 지역을 가나가와 현-오(KEN-O)라고 부른다. 가나가와는 도쿄에 인접해 있지만, 우리 집에서 시부야와 신주쿠 같은 도쿄의 도심부까지는 운전해서 100분쯤 걸린다. 

현-오 지역은 일본 교외의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로변에 대규모 체인점이나 쇼핑몰, 공장이나 물류 거점이 즐비한 풍경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살고 있는 아이카와에는 대규모 공업 단지가 있기 때문에 주로 페루와 브라질, 그 외에 라오스, 태국, 스리랑카, 베트남 등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따라서 현-오 지역 중에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내가 이 거리를 사랑하는 마음을 데스로의 노래에서도 드러내고 있다.

P: 슬랜트 멤버들을 처음 만난 것은 언제인가? 어떤 인상이었는지 기억하는지?

D: 베이스 멤버 동우를 만난 건 꽤 옛날이군. 2009년쯤 도쿄의 공연장 핏 바(Pit Bar)에서 스컴레이드(Scumraid)의 라이브로 무대에 올랐을 때 관객석으로 돌진하고 있던 모습이 기억난다(편집자의 말: 스컴레이드는 2011년 결성되었다). 슬랜트는 그들이 2019년 일본 투어를 할 때가 처음이었다. 첫 공연이 열렸던 부시바시(Bushbash)에서 만나 잠깐 이야기를 한 게 다인데, 이후 투어 중인 슬랜트 멤버들로부터 인스타그램에서 끝없이 태그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투어의 마지막 공연에서 나도 깜짝 출연을 한 다음에, 슬랜트 친구들이 2020년에 한국 공연을 하지 않겠냐고 해서 약속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그루브는 고향인 현-오의 오랜 친구들과 가깝다고 느꼈다. 마음은 뜨겁지만, 비판적인 마인드가 뒤섞여있는 느낌의 사람들. 참고로 슬랜트 멤버들은 엄청 술이 센 바보들이다. 작년 가을에도 신주쿠에서 마주칠 때마다 데킬라와 일본 술을 샷으로 연거푸 들이켜대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달까.

P: 그렇다면 반대로 슬랜트는 데스로를 언제 처음 봤는지? 

S: ‘밴드’가 아닌, ‘사람’ 데스로를 처음 본 건 2014년쯤 도쿄의 핏 바에서였다. 그날은 데스로가 보컬로 있었던, 지금은 해체한 하드코어 펑크 밴드 코스믹 노이로제의 공연이었다. ‘밴드’ 데스로는 결성하기 전이었다. 그리고는 시간이 한참 흘러서 2018년쯤 되었던 것 같다. 일본 펑크 SNS 계정에 유독 자주 올라오는 밴드가 있었는데, 어느새 J-rock이 된 ‘밴드’ 데스로였다. 진심으로 제정신이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뒤로 유튜브 등으로 영상을 꽤 많이 찾아봤는데 모든 영상이 너무 재밌으면서도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서 슬랜트의 2019년 일본 투어 첫날, 도쿄의 공연장 부시바시에서 그를 목격했다. 공연장 구석에 데스로가 서있는 걸 보고 수줍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데도 인사 나눈 적 없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데스로는 우리와 사진을 100장 정도 같이 찍어줬고, 친해지기 시작했다. 투어 내내 우리는 데스로 이야기만 했다. 정말로, 그 투어 이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치 데스로와 같이 투어를 한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다. 

투어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만났는데, 자신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우리에게 선물해 줬다. 하지만 데스로는 바쁜 일정 때문에 직접 우리에게 전해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사인을 해주고 싶었던지 브로마이드를 전달해 준 야기(Yagi)라는 친구에게 자신의 사인을 사진 찍어서 보냈고, 야기는 데스로를 대신해서 사진 그대로 사인을 따라 그려 줬다. 그 사인이 있는 브로마이드를 오는 3월 29일 공연의 플라이어로 그대로 사용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꽤 많은 추억이 생겼는데, 그와의 모든 것이 대단히 재미있었다. 너무 큰 감동에 압도되어서 오히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를 설명할 말을 찾을 수 없다. 

아, 갑자기 생각이 난 거 하나 더. 데스로가 쓰는 손가락 사인이 있는데, 그 사인은 데스로의 ‘Love’에서 L을 손가락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정작 ‘Deathro’ 철자에는 L이 없지만, 우리가 처음 데스로를 만나서 장난으로 했던 손가락 사인인데…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데스로가 오피셜 사인으로 사용하고 있더라… 죄송하다.

P: 데스로를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고, 결국 그를 한국에 데려오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S: 감동… 떨리던 심장, 아무리 부여잡아도 요동치던 맥박. 그것은 마치 어린 날의 첫사랑… 투어를 만들게 된 계기? 우주에서 누구도 데스로를 대신할 수 없으니까…

P: 어떻게 보면 하드코어 펑크와는 굉장히 거리가 있는 음악인데, 슬랜트가 생각하는 데스로의 매력은? 

S: 그가 세계 대통령을 한다 해도 좋다.

P: 팬데믹이 지난 다음에야 한국 투어를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랜 시간을 기다린 소감은 어떤지?  

D: 기다리고 기다렸다. 4년이라는 시간은 사랑을 깊게 갈고닦기 위한 시간이었다.  

P: 한국관객들이 데스로의 노래를 예습해 온다면 어떤 곡을 듣고 오면 좋을까?

D: 밴드캠프에서 전곡을 들을 수 있으니 예습해주길! 

P: 마지막으로 한국 투어를 앞두고 기대하는 부분을 말씀 부탁드린다!  

D: 마침내 서울의 연인들이 가진 진실의 힘을 시험할 때가 도래했다. 추억이 아닌, 뜨겁게 타오르기 위해 서울로 가기 때문에 함께 사랑하며 타오르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그리고 도와주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  

P: 슬랜트도 마지막으로 한국의 관객들이 데스로와 어떻게 만나면 좋겠는지, 추천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S: 감동과 멋짐 그리고 웃음까지, 세상이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는 데스로. 매번 새로운 것을 가져와도 이전을 뛰어넘는 것을 보여주는 그는 절대 마르지 않는 매력의 샘을 가진 마법사. 사랑이라는 단어의 인간화. 그의 혈액형은 LOVE형. 그의 모든 행보가 마법이다. 지금까지는 그의 행보가 한국에 아카이빙이 되어 있지 않아 아쉽지만, 다녀간 이후부터는 그의 뜨거운 행보가 언제나 우리 곁에 맴돌 수밖에 없을 거다. 2024.3.29. – 2024.3.30. ‘DON’T SAY FUCK TO FRIENDS Vol.1’에서 만나보자.

[마지막으로 준비한 데스로와의 일문일답]  
– 좋아하는 음식 : 로모 살타도(Lomo saltado)  
– 좋아하는 색깔 : 보라색  
– 키와 몸무게 : 174cm/63~66kg  
– 지구가 멸망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 : DEATHRO LAST GIG on EARTH 
– 데스로의 러버 : 이것을 읽고 있는 당신 
– 데스로는 행복한지? : 물론! 많은 사람들이 내 독선적인 취미를 이해하고 만나줘서 행복하다.  
– 데스로를 좋아하는 한국 래퍼 3명 : 랩 음악에 대한 교양이 없어서 스컴 힙스터(scum hipster)인 친형에게 물어보겠다. 

데스로의 사랑 넘치는 인사로 끝을 맺어 본다.

DEATHRO 인스타그램 계정
SLANT 인스타그램 계정
박다함 인스타그램 계정


행사 정보
FIRST LOVE
일시│
2024년 3월 29일(금), 오후 9시 30분
장소│모래내 극락(서울 서대문구 수색로4길 7 2층 좌측호)

FOREVER LOVE
일시│
2024년 3월 30일(토), 오후 6시
장소│클럽 샤프(서울 마포구 동교로 63 지하1층)


Interviewer | Slant, 박다함
이미지 출처 | Slant, Death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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