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의 즐거움을 쫓는 콘텐츠, 시티 라이더의 두 번째 주인공은 요란한 배기음과 함께 도로를 질주하는 두 외국인 잭(Jack Bood)과 에릭(Erick Knoll)이다. 우연한 기회로 한국에 오게 된 둘은 그 후로 서울의 매력에 푹 빠져 적지 않은 시간을 이 도시에 흘려보냈다.
문화와 언어, 그 외 많은 것이 낯선 타국에서의 삶이지만, 오토바이라는 공동의 관심사로 겁 없이 후암동에 코쟁 모터스(Kojeng Motors)라는 이름의 바이크 숍까지 열었고, 최근에는 더 좋은 환경으로 거처를 옮겨, 그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토바이가 그 둘의 삶에 과연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주었을까. 자세한 내용을 아래에서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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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각자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잭(Jack, Bood 이하 J): 호주에서 온 잭이라고 한다. 한국에 산 지 이제 8년 정도 됐다.
에릭(Eric Knoll 이하 E): 미국에서 온 에릭이다. 올해로 35살이 됐다.
고향은 어디인가? 한국에 무슨 일로 오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E: 내 국적은 미국이다. 어린 시절을 시카고에서 보냈고, 이후 미국 안에서 이곳저곳 이사를 다녔지. 예전에 사귀던 여자 친구가 한국에 직장을 얻어 같이 오게 된 게 한국살이의 시작이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대학교에 입학했고,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에도 쭉 한국에 눌러 앉아 살고 있다.
J: 브리즈번에서 두어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쿨롬 비치가 내 고향이다. 호주 동해안 쪽의 작은 바닷가 마을이지. 원래는 한국에 사는 친구를 만나고, 스케이트보드도 탈 겸 잠깐 놀러 왔다가 여기 생활이 너무 즐거워서 계속 귀국을 미뤘다. 정신 차려보니 8년이 지나있더라. 하하.
둘은 서로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J: 우리 둘 다 스케이트보드를 탔다. 스팟에서 우연히 마주친 게 첫 만남이었던 것 같은데.
오토바이는 언제, 어떻게 처음 접했는지도 궁금하다.
J: 어릴 때부터 오토바이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이사를 자주 다녀 내 오토바이를 가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한국에 산 지 몇 년쯤 지났을 때, 친구에게 오토바이를 구매했고, 그 뒤로 지금까지 30대 정도는 더 사고 판 것 같다. 하하.
E: 18살 때 70년대에 제작된 혼다(Honda) 오토바이를 산 게 그 시작이다. 몇 년 타다가 이사 때문에 팔았는데, 한국에 와서 다시 오토바이에 관심이 생겼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열심히 타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기 전에도 ‘탈 것’에 관한 취미가 있었나?
J: 아까 이야기했던 스케이트보드. 지금도 계속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 오토바이로 탈 것에 관한 관심이 확장한 거지. 언제나 더 빨리 달리는 것에 대한 욕구가 있으니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E: 나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보드를 꾸준히 타왔다. 19~20살 무렵에는 픽스드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도 좀 타고. 예전부터 많은 프로 스케이터가 오토바이를 타는 걸 봐왔는데, 그런 모습이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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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소유한 오토바이는 어떤 모델인가? 그 모델을 선택한 이유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달라.
E: 두 가지 스타일의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한 대는 야마하(Yamaha)의 드래그스타 1100(Dragstar 1100) 모델로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오토바이다. 이건 로우라이더 스타일의 크루저 초퍼로 풀커스텀했다. 또 다른 하나는 혼다 CBR400RR, 90년대 레이싱 스타일의 바이크로 미국에는 이런 오토바이가 없어서 항상 가지고 싶었던 모델이다. 마침, 한국에서는 이 오토바이가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 구매했다.
J: 주로 타는 오토바이는 가와사키(Kawasaki)의 발칸 800(Vulcan 800)이라는 모델이다. 한국에서 빈티지 오토바이가가 점점 비싸지고 있는 추세인데, 이건 그중에서도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 얼른 샀지. 오토바이를 고치고 되파는 게 우리 일이라 이 오토바이 외에도 몇 대의 오토바이를 더 가지고 있다.
코쟁 모터스를 운영하게 된 스토리도 궁금하다.
J: 에릭을 만나기 전 몇 년간 집 근처 길바닥에서 오토바이 커스텀을 했다. 그러다 몇 년 전 에릭과 내가 고물 오토바이를 한 대씩 샀는데, 그걸 작업할 곳을 알아보다가 작은 공간을 임대했고, 그렇게 코쟁 모터스를 시작했다.
E: 시동도 안 걸리는 로얄 엔필드(Royal Enfield) 오토바이를 샀었다. 그걸 길거리에서 고칠 수 없으니 편하게 정비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후암시장 근처의 창고 하나를 빌렸고, 그게 점점 확장돼 지금의 코쟁 모터스를 운영하고 있다.
코쟁 모터스를 운영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J: 주로 모델 일을 했지만, 그 외에도 별의별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E: 당시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었기에 딱히 직업이라고 부를 만한 일을 하지는 않았다. 지금 여기서 일하기 전에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 정도를 한 게 전부다.
오토바이 외부에 불꽃 프린팅과 각종 패턴이 눈에 띈다. 이런 커스텀을 이르는 명칭이 있나?
J: ‘초퍼(Chopper)’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커스텀 바이크와 자동차 문화가 시작될 때부터 이어져 온 클래식 패턴이지. 뭐가 됐든 일단 불꽃이 들어가면 다 멋있어지지 않나.
E: 60~70년대부터 시작된 오래된 오토바이 패턴이다. 시대를 초월한 것 같은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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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커스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J: 누군가는 오토바이의 성능을 높이고, 누군가는 외형을 꾸민다. 이유는 다 똑같다. 각자 자신의 오토바이에 개성을 부여하고 싶으니까. 다들 특별한 걸 원하지 않나.
E: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더 멋진 오토바이를 갖고 싶은 욕구겠지. 오토바이를 더 빠르고, 멋지게 만들 방법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걸 가지고 뭐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커스텀 하지 않는 걸 이해할 수 없다. 모두가 똑같은 K5 자동차를 탄다고 생각해 봐라. 상상만 해도 지루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주로 어디를 달리고 있나, 특별히 자주 찾는 곳이라면?
E: 경리단 to 신도림. 일어나서 오토바이를 타고 숍에 가고,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돌아온다. 단순한 루틴이다. 하하. 가끔은 서울 인근의 계곡에 가서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
J: 항상 달리고 있지. 나는 절대 걷지 않는다. 내가 어딘가에 간다면, 그건 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 오토바이를 타고 방문한 곳은 어디였는지 이야기해 달라.
J: 최근에는 과천에 있는 계곡에 다녀왔다.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저곳 계곡을 찾아다니는 게 내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E: 얼마 전 시화나래휴게소에 다녀왔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멋진 전망, 그리고 직선 도로가 길게 이어져 오토바이 타기 좋더라.
단순히 바디에 페인팅을 하는 게 아닌 성능적인 정비와 개조도 하는 것 같은데.
J: 물론 정비도 진행한다. 다만,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작업은 성능보다는 외형적인 부분에 조금 더 치우쳐 있기는 하다.
E: 스쿠터 정비 빼고는 전부 다 한다.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오토바이 대회에 참가한 사진을 봤다. 그러한 행사에 자주 참여하는 편인가?
J: 아, 지난번 카멜 레이스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모터사이클을 테마로 하는 쿨한 이벤트가 별로 없는데, 카멜 레이스는 뭔가 다르다. 미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틀간의 캠핑, 정말 멋진 장면이었다.
E: 나도 작년 보령에서 열린 카멜 레이스에 다녀왔다. 오토바이를 타고 해변을 달리는 기분이란.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다. 라이딩을 즐기는 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은 가보길 추천한다. 가끔 한국에서 초퍼 쇼 같은 게 열리기도 하는데, 실제로 여러 사람과 함께 라이딩을 하는 건 또 다른 경험이다. 바이크 쇼는 티셔츠나 굿즈를 파는 데 중점을 두지만, 카멜 레이스는 라이딩에만 집중하는 진짜 레이싱 이벤트다.
오토바이는 위험한 탈 것의 대명사다. 그럼에도 계속 타게 되는 이유는?
J: 단순하다. 오토바이를 타는 건 쿨하니까.
외국인이 잔뜩 커스텀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신기하게 볼 것 같기도 한데.
J: 글쎄, 애초에 사람들이 모터사이클을 외국에서 온 스포츠, 문화로 생각해 큰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바이크 스타일이나 옷도 미국이나 영국에서 유래한 바이커 룩을 본 따 입지 않나. 그들 눈에도 우리가 바이크를 타는 모습이 꽤나 자연스럽게 비치지 않을까?
E: 가끔 신호에 걸려 멈췄을 때, “와, 멋있다”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크고, 커스텀까지 된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외국인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 육중한 무게의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dson)을 탄 외국인은 바이커의 스테레오 타입이기도 하니까.
코쟁 모터스 내 각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J: 나는 주로 페인팅 커스텀을 맡아서 한다. 원래 이런 쪽에 조예가 있던 게 아니라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는 중이다.
E: 난 주로 정비, 기능적인 커스텀을 한다. 페인팅에는 영 소질이 없어 이 부분은 잭에게 맡기고 있다.
지금은 문래동 아이언 라이드(Iron Ride)라는 바이크 숍에서 함께하고 있는데.
E: 아이언 라이드는 오랜 시간 바이크 커스텀 신(Scene)에서 활동했기에 이 바닥에서 이미 꽤 유명하다. 커스텀은 물론, 핸들 바와 포크 등 다양한 부품을 직접 제조하기도 하지. 이들과 같이 일하며, 배울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J: 아까 이야기한 후암동 창고가 정말 작았다. 수도부터 화장실, 에어컨, 창문까지 없는 그냥 텅 빈 공간이었다. 마치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작은 박스 같았지. 난 오래 전부터 아이언 라이드 친구들을 알았고, 그들이 우리의 사정을 알고는 흔쾌히 공간을 내줘 이곳으로 이사 왔다.
패션 역시 편안한 라이딩 룩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평소 어떤 옷을 입고 라이딩을 즐기나?
E: 칼하트(Carhartt)같은 워크웨어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는다. 편안하고, 내구성도 좋아 라이딩, 작업할 때 모두 안성맞춤이다.
J: 평소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입는 옷을 그대로 입는다. ‘라이더 룩’ 같은 데에는 전혀 관심 없다.
한국의 바이크 커스텀 신은 어떤 분위기인지도 궁금하다. 고향의 바이크 문화와는 또 어떤 점이 다른가?
J: 계속해 성장 중인 것 같다. 하지만, 호주나 미국과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어려운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라이더가 본인의 오토바이를 직접 커스텀하려고 해도 할 만한 공간이 없는 것? 호주나 미국에는 아무래도 개인 개러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아 스스로 정비하고 커스텀하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E: 분명 미국과 다른 점이 있지만, 환경 자체가 다르니 비교하기도 어렵다. 각국의 고유한 DIY 문화도 그렇고, 오토바이 부품의 가격이나 수급부터 정비하고 커스텀하는 숍의 방식 또한 서로 차이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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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느끼기에 한국은 오토바이를 타기에 좋은 환경인가?
J: 괜찮은 것 같다. 종종 친구들이 택시 기사와 버스 기사가 미친 것 같다고 얘기할 때가 있기도 하지만. 운전하며, 핸드폰을 보는 사람, ‘SUV를 탄 엄마’도 조심해야 할 대상이지.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E: 오토바이를 위험한 물건이라고 여기는 건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국에서도 오토바이를 사면, 아버지가 “네 사촌이 예전에 오토바이를 타다가 크게 사고 났다”라고 말한다. 하하. 그래도 도로 사정에 익숙해지면, 오토바이만큼 편한 게 없지. 특히, 한국은 오토바이 주차가 비교적 자유로워 좋다.
오토바이 라이더의 입장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를 추천해 달라.
J: 오토바이가 내 음악이나 영화 취향에 영향을 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부터 내 음악 취향은 변한 적이 없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영화는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
E: 올드 컨트리 뮤직과 록 밴드를 좋아하지만, 오토바이와 관련한 음악과 영화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는 “분노의 질주(Fast & Furious)” 시리즈를 좋아한다. 자동차 영화지만, 멋진 오토바이도 많이 등장하니까.
오토바이가 본인의 인생에 준 변화가 있다면?
E: 이전보다 더 나쁘게 바뀐 것 같은데. 하하. 예전보다 이동이 더 쉬워졌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다.
J: 내 삶을 집어삼킨 것? 이제는 뭘 하든 오토바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바이크로 뭘 할 때 가장 즐겁나?
J: 어려운 질문인데, 아마도 커스텀할 때인 것 같다.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끝낼 때의 기분이 정말 끝내준다.
E: 라이딩할 때가 가장 좋지만, 커스텀 바이크를 완성하는 것 역시 달릴 때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당신이 느끼는 오토바이의 가장 큰 매력은?
J: 자유로움이다. 서울의 대중교통은 아주 훌륭하지만, 앞으로 두 번 다시 지옥철을 타고 싶지는 않다.
E: 커스텀의 옵션과 선택지가 정말 많아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 이건 또 라이딩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자유로움이겠네.
전국의 오토바이 라이더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J: 당신의 오토바이가 너무 느린 것 같다면, 불꽃을 그릴 때가 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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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오욱석
Photograpy | 장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