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엔젤리스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자음악 아티스트 포테이(Photay)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12월 8일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포테이는 일렉트로닉, 뉴에이지, 재즈 등의 교차점에서 줄타기하며 풍부한 사운드를 빚어내는 전자음악 아티스트다. 소거티스와 우드스톡 계곡에서 자란 배경을 토대로 전자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포테이는 지난 9월 자연주의적, 목가적 미학을 표현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Windswept]를 발표했다. 앨범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You are not alone, When the wind carries on”이란 자연의 위로를 암시하는 가사. 이어지는 바람이 휘날리는 푸른 초장에 누워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사운드 질감. 초월적이고 영적인 자연환경이 인간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잔향이 지속되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돌아오는 일요일, ‘채널 1969’에서 그가 전하는 자연의 위로를 만나볼 수 있다. 서포팅 아티스트로는 김도언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멜랑꼴리하고 공허한 기분을 따뜻한 기운으로 채울 공연에 앞서, VISLA는 포테이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반갑다. 이 글을 읽게 될 VISLA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한다.
내 이름은 에반 숀스타인(Evan Shornstein)이며 포테이(Photay)라는 이름으로 음악 작곡, 녹음 및 프로듀싱을 하고 있다. 뉴욕 출신이나 현재는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정말 기대된다! 새로운 나라에서 공연하는 것을 좋아한다. 미지의 세계는 늘 스릴 넘친다. 한국은 전부터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한국 전자 음악 신(scene)도 몇 년 전부터 새로운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말해달라.
솔직히 현재 서울의 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 현지에서 본,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가 더러 있다. 2022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박지하의 공연이 특히 떠오르는데, 그녀가 연주한 한국 전통 악기의 사운드가 감탄스러웠다. 그리고 작년에 뉴욕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 서울에 기반을 둔 전자음악 밴드 텐거(TENGGER)도 멋졌다.
10월 18일부터 11월 15일까지 [Windswept] 발매 기념 투어를 다녀왔다. 미국 전역을 다니며 느낀 소감이 있다면?
정말 멋진 투어였다. 미국의 많은 도시와 다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각 도시에는 음악에 관한 고유의 정체성과 바이브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카고는 그저 멋졌고, 필라델피아는 퍼포먼서와 관객들이 늘 진심으로 음악을 즐겼으며, 포틀랜드 역시 음악을 딥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 투어는 이동하는 것이 너무 힘들기도 했다. 포틀랜드와 덴버 외각의 록키 산맥에 다녀오는 것이 특히 그랬다.
대학 재학 시절 드럼을 공부하기 위해 기니로 여행을 떠났고, 이후 2014년 아스트로 노티코(Astro Nautico) 레이블에서 [Photay] EP를 제작했다. 기니를 선택하여 드럼을 배운 이유와 그곳에서의 경험을 음악에 어떻게 담아냈는지 궁금하다.
기니 출신 드러머와 결혼한 선생님의 영향이 컸다. 고등학교 시절 매년 드럼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기니의 전통 리듬을 토대로 젬베와 던드럼을 연주했다. 아직까지도 연주법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재밌는 경험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그 선생님에게 기니로 초대받아, 그곳에서 약 한 달 동안 음악을 공부했다. 그 여행은 내 인생에서 가장 풍부한 음악 경험이었고, 이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포부와 전 세계 전통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이어졌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기에 다양하고 많은 음악이 포테이를 빠르게 스쳐 지나갈 것 같다. 그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미래의 포테이를 만들어 가는 곡이나 앨범이 있다면?
스퀘어푸셔(Squarepusher)의 “Go! Spastic”은 수년 동안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은 곡이다. 정말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곡이다. 최근에는 오키(Oki)의 [Tonkori in the Moonlight] 앨범을 많이 듣고 있다.
2년 전에는 카를로스 니뇨와 제작한 협업 앨범 [More Offers]를 발매했다. 그와 어떻게 작업하게 되었나?
2017년에 [Onism] 앨범을 발매한 후에 카를로스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왔다. 그는 이 앨범을 정말 높이 평가하면서, 자신이 프로듀싱 중인 라라지(Laraaji)의 곡을 리믹스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래전부터 카를로스의 팬이었기에 그 제안을 듣자마자 너무 기뻤고, 당연히 승낙했다. 2018년에 LA 여행 중에 처음으로 함께 녹음하기 시작하여, 2020년에 발매한 [Waking Hours: Remixed]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후 인터넷으로 많은 데모를 교환하며, 결국 [More Offerings]가 나오게 되었다.
올해 9월엔 [Windswept] 앨범을 발매했다. 자연주의적 소재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은데, 이 앨범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설명해 달라.
[Windswept]는 지구 환경적 요소인 바람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앨범을 프로듀싱하면서 날씨와 공기의 흐름과 같은 대기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는 곧 바람의 기운을 모방한 신디사이저 패치 제작으로 이어졌다. 특히 바람이 가진 역동성이 다양한 템포와 분위기를 형성한다고 느껴, 이러한 특성을 전반적인 앨범 흐름에 녹여내었다.
더 나아가, [Windswept]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단절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에, 바람을 매개로 지구 사회와 청취자가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인간을 둘러싼 거대한 자연의 힘과 현상을 듣고 관찰하는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
신비적인 엠비언트 질감, 통통 튀는 듯한 드럼 라인이 겹겹이 쌓인 음악 구성에서 치밀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앨범의 사운드 디자인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에이블톤의 콜리진(Collision) 가상악기로 만든 신스 패치를 사용했다. 백색 소음이 소용돌이치는 깊은 울림의 음색을 구현하는데, 소리 세기를 조절하는 과정이 매우 민감하고 예측할 수 없는 패치라 꽤 애를 먹기도 했다. 이외에 리얼악기로는 하켄(Haken)사의 ‘Continuum synthesizer’와 시퀀셜(Sequential)사의 ‘Prophet-6’ 등의 아날로그 신스를 사용했다. 그리고 봄바람 소리를 필드 레코딩하여 트랙에 담아내기도 했다.
포테이의 디스코그라피를 보며 퀄리티 높은 작업물을 오랜 시간 꾸준히 만들어왔기에 현재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작업물이 많은 만큼, 라이브셋을 준비하며 어떤 트랙을 라이브로 구현할 지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짐작한다. 라이브 셋리스트를 구성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다면 설명부탁한다.
요즘 정말 다양한 유형의 공연에서 연주한다. 때로는 댄스 플로어가 있는 클럽에서, 때로는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자연 속에서. 공연 환경에 따라 셋을 준비하려고 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그때마다 즉흥적으로 공연장 상황에 맞춘다. 카를로스와 니노와의 작업물을 라이브로 구현할 때는, 일렉트로닉 텍스쳐를 기반으로 어쿠스틱 재즈 뮤지션과의 즉흥 연주를 보여주었다. 이번 투어에서는 대부분 [Windswept] 앨범 수록곡의 확장된 버전에 보다 묵직한 드럼을 베이스를 더하고 있다. 라이브셋은 늘 창의성을 시험하는 도전의 연속이긴 하지만, 마무리할 때는 늘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포테이의 향후 계획을 들어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
[Windswept] 앨범을 준비하며 만든 곡이지만, 앨범 분위기에 적합하지 않아 담지 않은 곡들이 몇 개 있다. 2025년 초에 그 곡들을 따로 발매할 예정이고, 이외에도 다른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도 계속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유럽 투어도 꼭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