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Call It"은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Redbull Music Academy, 이하 RBMA)가 공개한 콘텐츠 해시태그(H∆SHTAG$)를 소개하는 연재 기사다. 해시태그에 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RBMA가 제작한 야심 찬 음악 다큐멘터리, H∆SHTAG$를 참고하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하거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피트니스 클럽으로 향한다.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은 통일되지 않은 옷을 입고선 다양한 운동 기구와 씨름한다. 회원들의 몸과 마음을 북돋기 위해 틀어놓은 신나는 음악은 클럽이 흔들릴 정도로 울린다. 헬스 고스(Health Goth)는 이렇게 틀에 박힌 피트니스 클럽 전형의 반동으로써 태어났다. 이건 음악도, 패션도, 트렌드도 아니다. 특정 이들이 공유하는 문화일 뿐이다.
콤플렉스 매거진에 따르면, 헬스 고스는 음악가 마이크 그레이버렉(Mike Grabarek)과 패션 디자이너로 유명한 제레미 스캇(Jeremy Scott)이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태어났다. 파티 프로모터이자 음악가인 조니 러브(Johnny Love)는 헬스 고스 홈페이지를 열어 헬스 고스 배너와 운동복에서 영향받은 여러 머천다이즈를 판매했다. 조니 러브가 헬스 고스를 만들며 겨냥한 대상은 기구를 활용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트랩, EDM으로 점철한 음악에서 멀어지고 싶은 이들이었다. 건강한 몸을 위한 행위인 운동은 조니 러브의 디자인을 거쳐, 아직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한 것으로 변모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헬스 고스와 운동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헬스 고스 홈페이지의 헬스 고스 바이블은 운동에 필요한 필수 정보를 격한 말투로 전달한다.
i-D 매거진 에디터, 라이넷 닐란더(Lynette Nylander)는 헬스 고스가 명사로 시작해 형용사에 가까운 단어로 변화했다고 말한다. 생명공학 기술, 모노크롬 스포츠(Monochrome Sports), 페티시 문화, 극단적인 깔끔함을 의미하던 명사 ‘Health Goth’가 점차 하이 테크놀로지(High Technology)라는 의미의 형용사로 이동했다. 다른 이와 섞이지 않고 싶은 욕구, 스포츠, 고스(Goth) 패션의 절제된 색감, 운동복의 생명공학 기술 등이 헬스 고스에 버무려지면서 텍스트로 명확하게 구분 짓기 어려운 개념으로 확장된 것이다.
헬스 고스를 향한 관심은 2014년에 정점에 다다랐다. 이는 구글이 제공하는 구글 트렌드가 증명한다. 그래프는 2014년 후반기에 정점을 찍어, 2015년 즈음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때는 수많은 셀레브리티가 헬스 고스의 이미지를 차용했던 시기다. 앞서 말했듯이, 헬스 고스는 고스 패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특히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큐어(Cure) 등, 고스를 차용한 70년대 유명 밴드의 이미지를 자주 차용했다. 재밌게도 이는 시간이 흐른 후, 현대의 유명 음악가로 이어졌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나 에이샙 라키(A$AP Rocky)는 여러 차례 검정으로 일관된 옷을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지금의 그라임 아티스트들의 검정으로 도배된 트레이닝복 차림 역시 헬스 고스의 이미지와 부합한다. 헬스 고스가 이 모든 곳에 영향을 줬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많은 이가 이를 ‘헬스 고스’라고 설명했다.
해시태그 시리즈는 음악 신(Scene)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헬스 고스는 예외적으로 음악 장르가 아니다. 헬스 고스라는 개념 안에서 음악은 어디까지나 ‘운동을 위한’ 것이다. 데스메탈을 들을 수도 있고, 영 린(Yung Lean)의 늘어지는 랩을 들을 수도 있다. 다만 이 음악은 이미지적으로 텀블러 웨이브 – 사이버펑크(Cyberpunk), 씨 펑크(Sea Punk), 베이퍼 웨이브(Vaporwave) 등 – , 클럽 레이브의 분위기를 공유한다. 음악은 아니지만, 이미지적으로 헬스 고스와 연관된다면, 그때부터 그 음악은 ‘#HealthGoth’라고 불린다. 그러니까, 헬스 고스는 특정한 장르나 규격의 음악이다. 당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헬스 고스와 일치한다면, 당신의 스타일은 헬스 고스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