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독자들이 위의 그림을 봤을 것이다. 지난 2008년 대통령 경선 때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가 완성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다. 이 작품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듯, 무수한 패러디를 탄생시켰다. ‘HOPE’를 통해 셰퍼드 페어리는 세상이 변하기를 바라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단순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그린 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견해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2008년 당시 두 딸의 아빠가 된 그는 정치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미래가 달린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자신의 그림과 연결시키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흑인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국가를 위한 인물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가 이처럼 우상화된 아이콘으로 표현됐을 때, 국민들이 이 이미지를 보고 왜 그렇게 표현이 되었는지 의문을 가지는 단계로 생각이 이어지길 원했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다시 국민들이 버락 오바마를 진실로 원하게 되는 단계까지 연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버락 오바마는 이 작품에 담긴 메시지가 미국인들이 현재 상황을 타개해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러한 작품들을 우리는 프로파간다(Propaganda)라 부른다. 프로파간다는 여러 예술 중에서도 작가의 사회적, 정치적, 사상적 목적이 드러난 것들로, 대중의 사회적 태도에 영향을 주는 정보나 이론, 선전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동원되고 있다. 프로파간다는 전쟁 포스터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종종 대중의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정보를 부분적으로 선택하여 표현하기도 했다.
1. 전쟁
프로파간다 포스터는 제 1차 세계대전 때, 그 이전과 비교하여 목적이 뚜렷해졌다. 이 포스터들을 통해 다수의 국가들은 징병을 합리화하고, 군사 캠페인을 지원하기 위해 전쟁채권을 파는 것을 정당화했다. 또한 봉사자들을 모으는 광고로도 큰 역할을 했다.
Daddy, What did you do in the great war?, Savile Lumley, 1916
1916년 징병제가 시행되기 전에 입대를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스터이다.
I want you, 1916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포스터로 400만 부가 넘는 포스터들이 1917-18년에 인쇄되었다. 미국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군대와 군수물품을 전쟁지역에 보낼 때 만들어졌다.
Eat more
제 1차 세계대전 동안 어떤 음식들을 소비해야 하는지 나타냈다.
We can do it, J.Howard Miler, 1943
이 포스터는 세계 2차 대전 때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여성 노동자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Open Trap
미국의 많은 프로파간다 포스터들이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을 희화화하여 표현하였다. 큰 이와 귀, 과장된 눈의 표현은 다분히 인종차별적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적을 학살시키기 전에 그들을 비인격화시키고, 자신들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데 이용했다.
Together we can do it
미국 위기관리 부서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공개한 이미지로, 국민들을 격려하기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Get a war job
2. 반전
North and South United, 1960
이 포스터는 국가를 전쟁과 파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베트남 남부와 북부 사이의 평화를 주장하고 있다.
Che Guevara, Jim Fitzpatrick, 1968
이 포스터는 당시 반-베트남전쟁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콜롬비아 무장혁명조직(F.A.R.C)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Anti-Vietnam war poster, 1966
Make art not war, Shepard Fairey
Peace tree, Shepard Fairey
3. 사회
Ning Hao, 1954
노동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여자도 남자들과 함께 공장에서 일을 하기를 격려하는 포스터이다.
I shop therefore I am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현대 사회인들의 소비현상을 비판하고 있다.
You’re body is a battle ground, Barbara Kruger, 1989
We don’t need another hero, Barbara Kruger, 1985
성 평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의 팔 근육을 찔러보고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여자아이가 더 우위에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남자아이의 남성성을 부러워하고 있는 모습이다. 바바라 크루거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여성의 이미지를 비판하고,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자각하기를 바랐다.
Face It, Barbara Kruger, 2007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은 이미지 자체에 목적을 두지 않고,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행동을 유도하는 하나의 매개체라 볼 수 있다. 그녀는 광고 이미지와 단순한 색들을 이용해 소비문화를 꼬집고, 여자가 사회에서 강요받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Between Being Born and Dying, 2009
바바라 크루거는 자신이 만든 이미지를 광고판, 포스터, 버스정류장 등에 전시해서 더 많은 대중들이 볼 수 있게끔 했다. 그녀의 작품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그들로 하여금 진지하게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다.
Shepard Fairey, 2012
유방암 예방을 위한 ‘Keep a Breast Foundation’ 단체의 Non Toxic Revolution (NTR) 계획을 지지하는 포스터다. 젊은이들이 환경과 음식 속에 들어있는 독성 화학물질의 위험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4. 공산주의
우리는 사회주의 노선을 따라야 한다.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독재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는 공산당의 지도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는 막스, 레닌, 마오쩌둥의 사상을 이어나가야 한다.
북한 공산주의 프로파간다
모국을 위해, 스탈린을 위해, 세계 평화를 위해, 공산주의를 위해.
우리는 공산주의에 충성하는 세대를 기를 것이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자신이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 가운데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따를 만한 동기가 무엇인지를 안다. 내 작업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 의미 없는 문장,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 소리에 현혹됐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인 목적이 결여돼 있던 시절이었다.”
모든 예술은 저마다 목적이 있고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가 작품을 만드는 이상, 사회상과 동떨어진 예술 작품이 완성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 변함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그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변화에 대처한다. 예술의 목적은 예술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회 없이는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한 주장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프로파간다 예술이 그 시대의 사회상과 별개로 존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바바라 크루거는 이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녀는 미국 문화 속에 침투해 구체적인 이미지와 단어들로 사람들의 눈길을 빼앗고, 문구를 읽게 만들고, 그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끔 한다. 예술의 영향력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고,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의 파급력은 막대하다. 또한 그 메시지가 이미지와 함께 소비될 때, 사람들은 더 쉽게 받아들이고 오랫동안 기억한다. 예술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가들은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