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음악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NTS 라디오(NTS Radio)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2011년 런던에서 시작해 현재 전세계 150만 명이 넘는 청취자를 확보한 NTS 라디오는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Scene)의 트렌드를 이끌고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중요한 온라인 미디어 중 하나다. 지금까지 NTS를 통해 음악을 소개하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 라인업은 NTS를 ‘쿨한 라디오’라고 불리게 하기에 충분하지만, 정말 대단한 점은 설립 후 지금까지 외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단 한 번도 유료 서비스를 진행한 적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NTS의 진정한 성과는 전 세계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을 그들의 부스 안에 결집했다는 점 이상으로, 지속성과 진정성이 공존하는 독립 비즈니스 사례를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지난 10년간 강력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한 NTS 라디오의 비결과 방향성을 묻기 위해 VISLA는 NTS의 설립자, 페미 아데예미(Femi Adeyemi)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일러 룸(Boiler Room)의 초기 멤버로 온라인 미디어에 발을 디딘 후 단돈 5,000파운드로 NTS를 시작한 페미 아데예미는 사업가와 예술가의 DNA를 모두 가진 독보적인 인물. NTS의 모토인 ‘Don’t Assume(추정하지 말라)’처럼 그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답변들로 시종일관 인터뷰어의 섣부른 추측과 판단을 비껴갔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내 이름은 페미고, NTS 라디오의 설립자다. 라고스(Lagos)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자랐다.
형식적인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코로나바이러스가 당신의 일상과 NTS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바와 다르지 않다. 아직 가까운 주변 사람 중에는 바이러스의 희생자가 없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지만, 유난히 심각한 영국의 확진자 증가세가 안타깝다. 일상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가면서 삶의 페이스를 늦추고 그동안 당연시했던 것들을 감사히 여기게 되었다.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니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는 게 좋겠다 하하.
그럼 처음부터 이야기해볼까? 당신은 오래전부터 언더그라운드 해적 라디오의 팬이었으며, 이들이 NTS의 영감을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라디오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을까?
NTS를 시작한 이유는 주류 라디오와 영국의 해적 라디오 스테이션이 소개하는 것들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런던은 다양성이 넘치는 도시인데 이 도시의 라디오는 그것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거든. 바로 그 생각에서 NTS가 시작되었다.
이 산업에 갓 발을 들인 신생 라디오들에게 NTS는 이제 훌륭한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NTS를 갓 시작했을 때 당신에게도 벤치마킹할 롤 모델이 있었나?
그렇다. 난 온라인에서 찾은 미국의 대학교 라디오 방송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들이 라디오라는 매체에 접근하는 방식은 굉장히 자유롭다. 게다가 상업적인 이익에 목매지 않기 때문에 60분짜리 오넷 콜맨(Ornette Coleman) 재즈 쇼나 펑크 음반, 정치 토론 등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이따금 들려주지. 그 밖에 지금까지 내 음악적 고향으로 생각하는 런던의 클럽 플라스틱 피플(Plastic People)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곳도 음악에 자유로운 접근이 이루어졌고, 디제이들에게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았다. 그냥 올라가서 너 틀고 싶은 거 틀어, 하는 식이였지.
보일러 룸(Boiler Room)에서의 경험은 NTS의 탄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가? 혹시 보일러 룸과 같은 비디오 스트리밍이 아닌 오디오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라디오는 언제나 내게 비디오보다 오디오와 더 가까운 것으로 느껴졌다. 보일러 룸의 경험이 재미있었던 것은 NTS와 비슷하게 음악 엔터테인먼트의 전통적인 포맷을 뒤집어 젊은 인터넷 세대의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보일러 룸의 일원으로서 플랫폼의 초기 성공을 목격하며 NTS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초기 NTS가 겪은 가장 큰 어려움 혹은 장애물은 무엇이었나?
어려움이 너무 많았어서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를 정도다. 우선, 인터넷이 없으면 온라인 라디오 스테이션 자체가 존재할 수 없지 않나? 우리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지역은 런던에서 인터넷 환경이 열악하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 자체가 큰 어려움이었지. 그 외에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인터넷 문제는 당시 악몽처럼 끊임없이 날 괴롭혔기 때문에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NTS의 모든 쇼와 프로그램 뒤에는 NTS 레지던트 뮤지션들이 존재한다. NTS가 레지던트 뮤지션을 선정하는 기준이나 자질이 있을까?
우리는 그들이 각자 좋아하는 일에 깊은 열정이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본다. 바로 그 열정이 NTS에서 일하거나 쇼 호스트를 진행하는 이들 모두의 공통적인 연결고리다. 우리는 모두 음악을 향한 강한 열정이 있지. 우리의 청취자들 모두 NTS를 들을 때 그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그 점이 우리의 쇼를 더 재밌게 해준다.
그렇다면 NTS 오피스에 방문해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오피스의 하루를 간단히 소개해줄 수 있을까? 몇 명이 일하고 있고, 근무 형태는 어떻게 되나?
하하, 솔직히 말해 그다지 새롭거나 흥미롭지 않다. 그저 하루종일 음악에 대해 수다를 떨고 커피를 엄청 많이 마실 뿐. 오피스에는 총 26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프로그램 기획자부터 기술자까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굉장히 자랑스러운 팀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
다른 라디오 방송국과 구분되는 NTS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왜 팬들은 NTS를 선택할까?
이미 이야기한 것과 동일하지만, 결국 우리의 프로그램 퀄리티라고 생각한다. 여기 모인 우리 모두 평범한 수준 이상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그 열정이 동기가 되어 계속 새로운 것을 찾고 시도하게 도와준다. NTS의 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언제든 NTS에 오면 새로운 음악, 아티스트, 혹은 장르를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프로그램 편성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하루 종일 온갖 장르의 음악을 이어서 틀지만 그 안에 일관된 흐름과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NTS가 지향하는 가치는 개방성, 독립성, 실험 지향성 등이다. 이 가치들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비즈니스 대부분이 그 과정에서 놓치게 되는 것들인데, NTS는 일관된 태도와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다른 사업가들에게는 놓치기 쉬운 가치지만, 솔직히 이야기해서 우리에게는 지키기 위한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다. 왜냐하면 바로 그 가치들이 시장에서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특징이니까. 우리는 독립적이고 실험주의적인 집단이라는 점에 항상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마찬가지로 NTS의 파트너 혹은 일원이 되고 싶은 이라면 우리와 같은 주파수를 유지해야 한다.
NTS는 그간 서류상의 지표보다 취향과 다양성을 우선시해온 느낌이다. 예를 들자면, 당신들이 청취자 수 증가를 원했다면 인기 장르 음악만 계속 틀거나 스타 뮤지션이 출연하는 쇼 편성을 늘릴 수 있었겠지. 하지만 당신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지표와의 싸움에 집착하지 않기 위한 NTS의 비결은 무엇인가?
훌륭한 질문이다. 모든 것은 결국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최우선시하기 위함이다. 우리에게 프로그램 호스트의 인지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온 에어(On Air) 시그널이 들어왔을 때 부스 안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느냐지. NTS 레지던트와 게스트 디제이 중에도 유명한 이들이 다수 있으나 우린 그들이 NTS 방송에서만큼은 대중에게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그들에게 NTS를 통해 새로운 실험을 해달라고 주문하지. NTS에서만큼은 마음껏 실험해도 된다는 점을 모든 참여자가 알기 원한다.
NTS의 지난날에는 워프 레코즈 30주년 테이크오버(Warp Records’ 30th Anniversary Takeover)나 리모트 유토피아(Remote Utopia) 등 기념비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NTS를 운영하며 개인적인 하이라이트로 여기는 순간이 있나?
정말 많다. NTS 설립 1주년만 해도 불법 파티를 개최하는 바람에 경찰과 소방관들에게 강제 해산당하고 회사 문을 닫을 뻔했다. 물론 이제 와 돌이켜보면 내가 지금까지 겪은 일 중 제일 끝내주는 경험이지만. 우리의 5주년 파티도 대단했지. 기억에 남는 순간이 너무 많지만,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은 노팅 힐 카니발(Notting Hill Carnival)에서 단독 스테이지를 이틀간 운영했던 순간이다. 나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거든.
NTS와 칼하트(Carhartt)가 함께 신인 뮤지션을 발굴 및 지원하는 NTS WIP 프로젝트도 처음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다. WIP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하고자 하는 아티스트를 정의하자면?
우리 라디오의 호스트 디제이를 선정하는 기준과 동일하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열정이 있는 뮤지션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커리어 초기 단계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 WIP 프로젝트는 매년 훌륭한 뮤지션들의 지원이 이어져 선정 과정이 굉장히 어렵다. 작년만 해도 총 8명의 뮤지션을 최종 선정하는 데 무려 3,5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NTS의 수입 모델도 궁금하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과 멤버십 구독이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머천다이즈 판매와 영국 문화 예술위원회의 지원금에도 일부 의존하고 있다.
NTS가 구독 요금제인 NTS 프렌즈 멤버십을 시작한 지 일 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가 어땠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NTS 프렌즈 멤버십은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고 매달 구독자가 늘고 있다. NTS의 팬들이 앞으로도 우리가 독립적인 비즈니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사하다.
수많은 독립 라디오가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반해 NTS는 비교적 성공적인 브랜드 운영 및 수익 창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독립 라디오 스테이션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라디오로 돈을 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같은 말의 반복이지만, 당신의 콘텐츠 퀄리티를 무엇보다 우선순위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운영 초창기에 수입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프로그램 구성 단계에서 충분한 퀄리티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것들을 신경 쓰기 이전에 라디오가 소개하는 음악들을 죽여주게 뽑아놓아야 한다. 이걸 제대로 해내면 다른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오늘날의 Z세대와 밀레니얼들은 과거 당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클럽이나 MTV와는 다른 종류의 매체를 통해 음악과 문화를 소비한다. 이 변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다.
나는 기술의 발전을 옹호하는 사람이고 모든 이들이 세월의 변화를 거스르기보다 끝없는 변신을 통해 적응해야 한다고 믿는다. 예를 들자면 나는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MTV가 내게 주었던 영향을 오늘날 틱톡이 새로운 세대에게 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젊은이들은 새로운 음악, 영상, 춤, 그리고 문화 전반을 틱톡을 통해 경험하고 있으니까. 90년대에 십 대 청소년이었던 내가 MTV를 통해 경험한 것과 똑같다.
당신은 NTS의 플랫폼으로 FM 라디오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을 선택했다. 실제로 오늘날 많은 이들이 라디오를 웹 혹은 앱을 통해 듣고 있는데, 미래에는 라디오 스테이션과 큐레이터들이 어떤 플랫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글쎄, 대답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난생처음 보는 플랫폼이 갑자기 등장해도 난 놀라지 않을 것 같다. 그저 누구보다 빨리 그 플랫폼에 적응해야지, 하하.
마지막으로 NTS의 근황에 대해 몇 가지 질문하겠다. 최근 NTS가 OG 스튜디오를 떠나 새로운 스튜디오로 이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 스튜디오 소식이 궁금하다.
안타깝게도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모든 건축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2022년 중순쯤에나 새 스튜디오에 입주할 수 있을 것 같다. 행운을 빌어달라.
NTS 라이브 스테이션은 현재 런던, 맨체스터, 상하이 그리고 LA에 위치해 있다. 어떤 기준으로 도시를 선정하는지, 그리고 다음 NTS 스테이션의 후보지로 점 찍어둔 도시가 있는지 궁금하다.
우선 런던은 우리의 시작점이었고, 다른 도시들은 풍부한 음악적 유산과 전세계에 소개하고 싶은 음악 커뮤니티를 가진 도시들이다. 향후 몇 개의 도시에 더 진출할 계획이 있지만, 서프라이즈를 위해 비밀로 해두겠다.
2021년은 NTS의 10주년이다. 10주년을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본래 성대한 거리 축제를 기획하고 있었으나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하지만 이에 포기하지 않고 깜짝 놀랄만한 다른 아이디어들을 새로 준비하고 있다. 때가 되면 당신 모두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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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S 공식 웹사이트
에디터│황선웅 & James Kim Junior
사진 제공│NTS (프로필 사진 제공: Tim Walker)